거대한 심장이 박동을 시작한다. 여태까지 들어왔던 익숙한 엔진 소리가 아니다. 어쩌면 수백 년간 이어져 온 내연기관의 역사가 새로운 페이지를 맞이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은 타타대우모빌리티의 플래그십 대형 트럭, 맥쎈이다. 하지만 단순한 맥쎈이 아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 협력해 개발한 수소 내연기관을 품고, 대형 상용차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수소 연료전지와 전기차가 주목받는 시대에, 수소 내연기관이라는 독특한 선택은 자동차 업계에서 보기 드문 시도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나 연료전지에 집중하고 있지만, 타타대우모빌리티는 기존 내연기관 기술을 활용하면서도 수소라는 친환경 연료를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이번에 시승한 맥쎈은 기존 디젤 엔진 대신 HD현대인프라코어가 개발한 11리터급 HX12 직렬 6기통 수소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기존에 버스용으로 활용되던 압축 천연가스(CNG) 엔진인 GX12를 기반으로 개조된 엔진이다.
이 수소 엔진은 기존 디젤 엔진 대비 친환경성을 극대화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질소산화물(NOx)은 소량 배출되는데, 그나마도 디젤 엔진 대비 극미량이다. 수소 엔진에도 선택적 촉매 환원 장치(SCR)을 장착할 수 있기 때문에 그나마도 걸러낼 수 있다.
물론, NOx 배출량 자체가 미미한 만큼 요소수 사용량은 디젤 엔진 10분의 1 수준이다. 이 정도의 조치만으로도 '내연기관의 파멸'이라고도 불리는 '유로 7' 규제 기준을 만족하는 수준으로, 친환경성만큼은 기존 내연기관의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볼 수 있다.
성능 면에서도 동급 디젤 엔진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최고출력은 약 300kW(약 410마력), 최대토크는 173kgf·m를 발휘한다. 동급 디젤 엔진이랑 비교하면 최대토크는 살짝 낮지만 최고출력은 동등한 수준이다.
캐빈 뒤쪽에는 국내 최대 용량인 185리터 타입4 탄소복합 수소탱크 5개가 장착되어 있다. 차량 양옆에도 두 개의 탱크가 추가로 탑재돼 총 7개의 탱크로 구성되며, 이를 통해 최대 52kg의 수소를 충전할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약 500km를 주행할 수 있어 장거리 운송에서도 부분적으로 활용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 타타대우모빌리티 시험 주행장에서 이 차를 직접 운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딱 한 대밖에 없는 시험차라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괜스레 힘이 들어간다.
시동을 걸자마자 기존 트럭과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진동과 소음이 현저히 적었고, 디젤 트럭 특유의 낮고 웅웅거리는 소음 대신 높으면서도 부드러운 소리가 들린다.
가속 페달을 가볍게 밟아 출발해 봤다. 기존 디젤 엔진보다 RPM 상승 속도가 한결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 자체 무게가 12.5톤, 뒤에 실린 짐이 17.5톤 도합 총중량 30톤에 달하는 무거운 차임에도 출발할 때 힘에 부친다는 느낌은 없다. 엔진 회전수가 높아지며 스티어링 휠에 진동은 살짝씩 더해졌지만, 여전히 엉덩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소리도 저 멀리서 들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엔진 위에 앉아 있다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다.
속도를 더 높여봤다. 여전히 힘이 모자라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소음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속도를 줄였다가 재가속해 봐도 HX12 엔진은 제법 빠른 반응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진동이 적기 때문에 장기간 운전 시 피로도가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이 트럭의 친환경성이나 성능보다 장점은 기존 인프라 그대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생산 라인 변경 없이 기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제조 비용 절감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사후 정비 과정 역시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유사해, 정비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친환경 전환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효용성이 크다.
전기차 시대가 다가오며 자동차를 조립하거나 수리하는 인력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사회적인 기여 면에서는 전기차보다 파급력이 더욱 크다.
물론 초기 비용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차량 가격은 디젤이나 가스 엔진보다 높으며, 이에 따라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필수적이다. 배출가스 절감 효과와 친환경차 보급 확대라는 명분을 고려하면, 수소 엔진 자동차도 보조금을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수소 충전 요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수소 1kg당 충전 요금은 1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역시 디젤 화물차와 마찬가지로 유가 보조금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의 보조금을 기반으로 엔진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주행거리를 확대하며 엔진 내구성을 강화한다면 공공 청소차와 같은 특수 차량부터 빠르게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
타타대우 맥쎈 수소엔진 트럭은 기존 내연기관 기술과 친환경 연료를 결합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형 상용차 시장에서 전기차와 연료전지가 아닌 또 다른 선택지를 통해 환경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해 보인다.
이번 시승을 통해 확인한 수소 엔진 맥쎈의 성능과 완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앞으로 이 트럭이 어떤 방식으로 상용화되고 시장에 자리 잡게 될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