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술잔 대신 라켓 잡는다, 다양한 취미 즐기는 직장인들

공부·운동 등 여가활동 인기
“다같이 땀 흘리면 덜 지루해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
학원·프로그램 등 접근성 향상
전문가 “새로운 자아 찾는 수단”)
한 직장인이 퇴근 후 클라이밍(암벽 등반)을 즐기고 있다. 김유빈 기자

3년차 직장인 서혜인(28)씨는 최근 친구와 함께 평일 테니스 모임에 가입했다. 퇴근 후 여가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은 취미 생활이다.

서씨는 “예전에는 야근 아니면 퇴근 후 한잔이었지만 요즘은 아니다”며 “아무래도 혼자 하는 운동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 덜 지루하기도 하고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라켓을 휘두를 때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간호사로 일하는 김수현(26)씨는 2년째 뮤지컬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퇴근 후 많은 시간을 뮤지컬 공연 준비에 할애하고 있다.

김씨는 “일할 때 받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볍게 시작했는데 뮤지컬을 할 때면 모든 외부 일을 잊고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더 빠져드는 것 같다”며 “회원들끼리 수개월간 하나의 뮤지컬 공연을 완성해내고 관객들의 환호성을 들을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30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공부, 운동, 악기 등 다양한 형태의 여가활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요가, 필라테스. 헬스클럽 등을 찾고 취향과 취미에 따라 각종 동호회에도 참여한다. 특히 최근에는 암벽 등반, 스쿠버다이빙, 라틴 댄스 등 색다른 취미를 가지려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잡코리아가 직장인 1천294명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사춘기를 겪은 적이 있는지’를 물은 결과 85.2%의 직장인들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직춘기’의 원인으로는 낮은 연봉과 인센티브 등 경제적 보상의 부족, 반복되는 업무, 많은 업무량과 사라진 워라밸 등이 꼽혔다.

‘직춘기’를 극복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회사생활 외의 취미활동은 35.2%(중복응답)를 차지했다. 이직(39.4%)에 이어 2위였다.

오프라인 동호회 모임을 찾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누적 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관련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나 프로그램 등 접근성도 향상됐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직장인들이 여러 형태의 여가활동 가운데 모임 활동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혼자서 취미활동을 하기보다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과 정신적 공유와 교감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개인의 삶이 중요해지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고 새로운 자아를 찾는 수단으로 취미 생활을 즐기는 직장인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빈기자 kyb@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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