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지킬 다섯 쌍둥이…‘팡팡레이저’ 무사 출생 완료!

국내 첫 자연임신…세계적으로도 드물어

다섯 쌍둥이 초음파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 쌍둥이가 20일 건강하게 태어났다. 2021년 다섯 쌍둥이 이후 3년 만의 경사이고, 자연임신으로는 국내 첫 사례다.

서울성모병원은 이날 낮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2명의 ‘오둥이’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전했다. 다섯 쌍둥이의 출산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이번 사례의 주인공인 30대 산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치료받다가 곧바로 자연임신이 됐다. 이들 부부는 다행히 빨리 찾아온 아이에게 태명을 ‘팡팡이’로 지어줬다고 한다. 병원에서 쌍둥이, 그것도 다섯 쌍둥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 뒤엔 다섯명으로 구성된 파워레인저에 빗대 ‘팡팡레이저’가 됐다.

산모는 유독 체구가 작아 출산 예정일인 올해 12월이 되기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 불리는, 고혈압성 질환인 전자간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출산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의료진은 27주에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했다.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홍수빈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고 있는 모습. 서울성모병원 제공

오둥이 분만은 서울성모병원 개원 이래 처음이었다. 특히 쌍둥이 제왕절개 수술은 태아의 위치와 건강 상태를 고려하며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계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허재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 서로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들이 한 데 모였다.

수술실 밖에선 아이들을 차례차례 맞이할 준비를 했다. 첫째부터 다섯째까지 적혀 있는 신생아 발찌, 기록지, 인큐베이터를 각각 5개씩 준비됐다. 신생아 한 명당 소아청소년과 교수, 신생아집중치료실 간호사, 분만실 간호사까지 3명의 의료진이 한 팀을 이뤘다.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팀은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대기했다.

오전 11시37분 첫째 남자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수술은 순차적으로 이어졌다. 다섯째 아이까지 수술실 내 처치를 마치고 집중치료실로 이동했다. 오둥이 아빠는 “지인들에게도 다섯 쌍둥이를 최근에서야 알릴 정도로 계속 긴장하던 중 갑자기 출산일이 결정돼 걱정이 앞섰다”며 초조했던 마음을 전했다.

다섯 쌍둥이 30대 부부의 만삭 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홍수빈 산부인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의 분만이라 걱정도 됐지만 여러 의료진이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윤영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첫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난 후 네 명의 아이가 연달아 나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처치가 필요했다. 철저하게 사전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해왔던 것들이 도움됐다. 앞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