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난 MBK… 고려아연, 승부수 던지나

MBK “가격 인상 없다” 발표에 대응 고심
가격 동일하면 세금·일정 등 MBK가 유리
11일 분수령… 재무 부담·정부 압박이 변수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추진하는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더 올리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도 주당 83만원이다. 양측의 공개매수 가격이 같을 경우 세금,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MBK 측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MBK는 고려아연 지분을 최대 14.61%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로 취득하겠다고 밝힌 물량은 18%(베인캐피탈 포함)로 MBK보다 많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던 중 목을 축이고 있다. /뉴스1

시장에선 양쪽의 가격이 같으면 대체로 최 회장이 불리한 입장이라고 본다. 고려아연 주주가 MBK 측 공개매수에 응하면 증권거래세(0.35%), 양도소득세(22~27.5%)를 내야 하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청약하면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개인의 경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청약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돼 세율이 최대 49.5%가 된다. 해외 투자자는 MBK 측에 응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반면, 고려아연에 응하면 15%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한다. 국내 기관은 어느 쪽에 투자해도 법인세 9~24%를 내야 해 차이가 없다.

일정 측면에서도 MBK 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MBK 측 공개매수 청약은 14일, 고려아연은 23일 종료된다. 주주 입장에선 같은 가격이라면 MBK에 일부 물량을 넘기고, 남은 물량을 고려아연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MBK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도 변수다. 가처분 신청 결과는 이르면 21일 전후 나올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MBK가 자사주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공개매수 가격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지금보다 높여 세금 때문에 망설이는 해외 투자자도 끌어들일 것이란 예상이다.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면 차입금도 늘어나 재무 부담이 커지는 점은 고민거리다.

이번 사태의 최대 분수령은 11일이 될 전망이다. 11일은 23일까지인 기존 공개매수 기간을 더 늦추지 않고, 공개매수 가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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