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책, 읽기만 하세요?… '독립서점'의 색다른 매력

박정은 기자 2024. 10. 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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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한강이 운영하는 독립서점 '책방 오늘,'/사진=박정은 기자
독서량이 줄어들면서 출판업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당연히 독자들과의 접점에 있는 서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시대가 바뀌면서 전자책, 인터넷 서점 등의 등장으로 굳이 무거운 종이책을 멀리 있는 서점까지 가서 살 이유가 없어진 것도 서점이 불황을 맞게 된 이유다.

일반적으로 책 한권을 팔아서 남는 마진은 3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책 한권이 15000원이라 가정했을 때 4500원 정도가 서점이 가질 수 있는 이익인 셈이다. 이 정도의 수익으로 서점은 인건비, 운영비, 임대료 등을 부담해야 한다.

대형 서점들은 대량 주문을 통해 마진을 높이는 방법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대량 주문이 불가능한 동네 작은 서점은 생존 자체가 어렵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조차 독립서점을 운영하면서 6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은 작은 서점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서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작은 서점들은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인테리어에 집중한 변화는 '사람'을 끌어올 순 있지만 '구매'를 끌어오진 못했다. 특색있는 서점으로 알려져 방문자는 늘어날 수 있지만 정작 책 판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작은 서점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 원론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작은 서점들은 주인의 가치가 묻어나는 공간이자 독립서점으로 변모했다. 독립서점은 단순히 책을 판매하기 위한 장소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책과 함께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이 된 독립서점은 가치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봤다.


책과 커피 그리고 전시… 예술을 느낄 수 있는 종로구 '보안책방'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종로구에 위치한 보안책방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보안책방은 서울 종로구 효자로 33 (통의동, 보안여관)에 위치해있다. 경복궁역에서 나와 경복궁 돌담길을 쭉 따라 걸으면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보안여관 건물이 보인다. 보안책방은 보안여관 2층에 자리잡고 있고 경복궁 바로 옆이다. 창문이 통창으로 뚫려 있어 경복궁 돌담을 보며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매력이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종로구에 위치한 보안여관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보안여관은 카페·책방·전시장·게스트하우스까지 모두 갖춘 공간으로 트렌디한 느낌을 준다. 책을 구입한 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전시장 관람까지 다양한 예술 체험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도록 한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종로구에 위치한 보안여관 안 책장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보안책방은 독자들의 책 구매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굿즈들도 마련돼 있다. 특정 책을 구매하면 포스터 등 다양한 굿즈도 함께 받을 수 있다.
보안책방을 자주 이용하는 30대 A씨는 "원래 책을 구매해서 읽는 편은 아닌데 좋아하는 작가와 관련된 굿즈를 받을 수 있어 사게 된다"고 밝혔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보안책방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사진=보안책방 인스타그램 갈무리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책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책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보안책방에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최근에는 시 낭독회, 뮤지션 공연, 북콘서트 등도 진행했다. 서점 인스타그램을 통해 행사 내용과 참여 방법을 알 수 있다.


철학을 일깨워 주는 서점, 중구 '소요서가'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소요서가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중구 소요서가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 160 청계상가 3층 바열 309-310호에 위치해있다. 도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청계상가로 입장해 3층 밖으로 나와 길을 걷다 보면 찾을 수 있다.
소요서가는 낡은 건물, 찾기 힘든 위치, 세련된 인테리어 등으로 MZ들이 좋아하는 '힙'하기 위한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다. 물론 단순히 힙하다는 이유로 MZ들이 소요서가를 찾는 것은 아니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소요서가의 내부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소요서가는 다른 서점과 달리 '철학'을 중심으로 큐레이션 돼 있다. 평소에 찾아보기 어려운 철학서를 이곳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철학쪽으로 국한돼 있어 다른 장르의 서적은 찾기 어려울 수 있다.
다양한 모임들도 주관하하는데 그 모임에서 필요한 준비물에 맞춰 책이 전시돼 있다. 따라서 관심 있는 철학 주제별로 책을 추천받을 수 있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소요서가 운영방식./사진=박정은 기자
소요서가는 도서 출판, 철학 서점, 아카데미를 함께 운영한다. 단순히 서점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철학책'을 집필하고 관련 수업과 모임까지 운영하고 있다. 수업 또는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책을 구매할 수밖에 없다.
소요서가에서 만난 20대 B씨는 "철학과에 다니고 있어 철학에 관심이 있지만 어려워서 책을 잘 안 읽게 된다"며 "책에 관해서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모임이 있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든 독립을 응원합니다… 따뜻한 휴식처가 돼주는 마포 '오케이어멘션'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오케이어멘션의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오케이어멘션은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11길 9-7 2층에 위치해있다. 상수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거닐다 보면 2층에 넓은 창이 나 있는 오케이어멘션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독립을 꿈꾸는 모든 사람'을 위한 서점이다. 책방지기는 "서울에서 독립해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 외롭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며 "독립에 있어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정감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다"고 서점 운영 이유를 밝혔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 독자들과 함께 오케이어멘션을 꾸민 모습./사진=박정은 기자
누군가의 독립을 응원한다는 책방지기의 마음은 독립서점 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서점 인테리어는 따뜻한 분위기와 독자들과 함께 만든 것이다. 독자들의 필사 노트와 짧은 서평, 마음을 담은 편지 등이 오케이멘션을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오케이멘션은 독자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서평 기부금 제도를 운영한다. 독자가 도서 서평 카드를 작성해 주면 장당 1000원으로 적립금을 누적해 연말에 한꺼번에 모아 기부하는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지난해에는 100만원을 초록어린이재단에 기부했고 올해도 200만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MZ들이 반한 독립서점의 매력을 살펴보았다.오케이어멘션의 책장, 서평들이 꽂혀 있는 모./사진=박정은 기자
아울러 오케이어멘션은 독립을 준비하는 모든 이들을 지원한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사람들이 공간을 필요로 할 때 공간을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실제로 '러너 김아람 전'에서는 러너가 강연할 수 있는 장소로 이곳 오케이어멘션을 지원해주고 다 함께 한강까지 러닝을 함께했다. 이밖에 작품 전시 공간, 싱어송라이터 공연장으로도 제공하며 외롭고 두려운 청춘을 응원한다.

오케이어멘션을 적극 추천한다는 20대 C씨는 "오케이어멘션은 방문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안정되는 무언가가 있다"며 "평소 책을 자주 읽지 않음에도 여기 오면 읽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책을 통해 이차적인 예술 활동 내지는 인생의 발전까지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MZ세대의 가치 있는 독서를 가능하도록 도움을 주는 '독립서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물론 이 같은 관심이 MZ세대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

박정은 기자 pje454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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