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강경 경고…“열흘 안에 전쟁 끝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워싱턴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의 비공식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열흘 안에 끝내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스코틀랜드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도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외교 경로를 거치지 않은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오늘부터 열흘, 그 안에 전쟁을 멈추지 않으면 그에 따른 경제적 제재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세웠다. 트럼프는 지난 재임 시절에도 러시아에 대한 다층적 제재 체계를 확장한 바 있으며, 이번 발언은 재선이 확정된 이후 첫 공개적 대러 경고로 풀이된다.

러시아 “이미 수백 개 제재 경험…면역 생겼다”
트럼프의 발언 직후, 러시아는 신속하게 대응했다.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30일 로이터통신을 통해 “우리는 수년간 매우 강도 높은 제재를 감내해왔고, 그 환경 속에서도 경제가 굴러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미 제재에 대해 일정 수준의 면역이 생긴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국제 사회의 모든 발언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병합 이후 서방의 지속적인 금융, 에너지, 기술 제재를 받았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는 SWIFT 퇴출, 반도체 수출 금지, 자산 동결 등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압박을 경험했다.

트럼프의 전략…재선 이후 외교 중심축 변화 예고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선거 유세 당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내 종식’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재선 직후부터 해당 공약 실현을 위한 압박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온 군사적 지원 중심의 접근과 달리, 트럼프는 경제 압박과 정치 협상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쟁 종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한 압박만으로는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어렵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도 미국의 중재 방식이 일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 회복력과 ‘제재 적응’ 실체
러시아가 제재에 ‘면역’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의 제재 회피 전략과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 작용하고 있다. 루블화는 2022년 대규모 폭락 이후 안정을 찾았으며, 에너지 수출은 인도와 중국으로 방향을 틀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또한, 러시아는 외환 보유고를 금·위안 중심으로 다변화했고, 자체 결제망인 '미르'를 확대 적용하면서 서방 금융망 의존도를 낮췄다. 다만, 기술 분야에서는 서방의 반도체·항공 부품 제재가 여전히 뚜렷한 타격을 주고 있으며, 군수 산업의 생산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러시아 경제는 회복 중이지만, 성장의 질적 한계는 여전히 크다”고 분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대응…트럼프 발언에 신중한 반응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의 제재 위협에 대해 공식 반응을 자제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트럼프의 ‘전쟁 중단 압박’이 러시아에 유리한 협상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현재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러 압박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대통령 이취임 이후의 외교 방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정식 외교 채널을 통한 논의가 먼저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나토(NATO)는 전쟁 장기화 방지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향후 전망…‘10일’ 안에 전환점은 가능한가
트럼프가 언급한 ‘10일 기한’은 실질적인 외교적 데드라인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러시아는 당장 전선을 축소할 가능성이 낮고, 우크라이나 또한 반격 준비와 서방의 지원 속에 전쟁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10일 안에 전면적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오히려 발언이 러시아의 반발만 더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방식이 외교 테이블에 새 의제를 올리고, 전쟁 당사자 간 중재 압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전략적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주도의 외교 구도가 다시 한번 본격 가동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