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티메프 빨간불: P2P 미정산 사태와 불편한 의문 [추적+]
크로스파이낸스 파문 1편
매출채권 담보로 한 P2P대출
단순하고 안전한 투자 구조
당초 홍보와 달랐던 투자 구조
한국거래소 자회사마저 뒤통수
과연 크로스는 피해자일까 의문
# 현금 흐름이 좋지 않아 답답한 소상공인들은 종종 매출채권을 할인 판매해 자금을 조달한다. 소비자가 카드로 정산한 1000원짜리 '전표(매출채권)'를 싸게(할인) 팔아 900원의 현금을 얻는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카드결제 시 현금으로 들어오는 데까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데서 비롯된 관행이다.
# 흥미롭게도 소상공인들의 매출채권을 매입하고, 추후 정산금을 받아 차익을 얻는 투자자도 있다. 'P2P대출'로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기본 구조다. 소상공인의 매출채권이란 담보, 또다른 투자자로부터 대금을 받은 제3자(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ㆍPG사)의 정산 등이라는 구조만 보면 너무도 안전해 보인다.
# 그런데 이런 P2P대출에서 '미정산 사태'가 발생했다. 제2의 티메프 사태가 'P2P' 결제 시장에서 터진 셈인데, 심각성이 상당히 크다. 더스쿠프가 이 복잡한 문제에 펜을 집어넣었다. 視리즈 크로스 미정산 사태와 의문 1편에서 그 복잡한 구조부터 따져봤다.
티몬ㆍ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결제대금을 못 받은 일부 소상공인은 파산 위기에 몰렸고, 티몬ㆍ위메프의 임금체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금까지 믿고 사용해왔던 결제시스템을 더 이상 신뢰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티몬ㆍ위메프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ㆍPayment Gate way)는 상품ㆍ서비스 판매자와 소비자, 카드사 간 안전한 거래를 돕는 존재였다. 제3자인 PG사를 통해 대금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판매자가 돈만 받고 잠적할 일도, 소비자가 물건만 받고 결제를 미룰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티몬ㆍ위메프 사태는 제3자인 PG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돈을 엉뚱한 데로 빼돌릴 수도 있다는 걸 깨우쳐줬다.[※참고: 일부에선 티몬ㆍ위메프와 PG사를 별개로 보기도 하는데 틀린 해석이다. 티몬ㆍ위메프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인 동시에 PG사다.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자체 PG사를 자회사로 둔 경우도 있다.]
그런데 PG사는 판매자와 소비자 간 거래에서만 등장하는 게 아니다. PG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대출ㆍPeer to Peer lending)에도 등장하는데, 최근 이 시장에서도 티몬ㆍ위메프 사태와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크로스파이낸스코리아(이하 크로스) 정산금 미지급 사태' 얘기다. 여기서도 핵심은 PG사의 미정산이다. 투자사인 '크로스'는 공식적으로 피해자다.
이상한 건 투자자들이 크로스를 한통속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PG사의 미정산이 발생하기 전에 크로스가 충분히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이 사태엔 크로스의 설립 주체이자, 국내 금융투자업계 최고의 IT전문기업인 코스콤도 피해자로 얽혀 있다.
코스콤의 대주주가 한국거래소(76.62%)라는 점을 감안하면 크로스 사태의 주범인 PG사는 한국의 자본시장을 관장하는 곳의 뒤통수를 친 셈이다. 그럼에도 이 사태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더스쿠프가 이 사태에 펜을 집어넣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쟁점➊ 투자설명서 속 P2P대출 = 크로스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크로스의 주요 사업인 P2P대출의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당초 크로스가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사업설명서를 토대로 쉽게 풀어봤다(표➊ 참조).
우선 P2P라는 단어는 '온라인에서의 개인과 개인 간 직접적 연결'을 뜻한다. P2P대출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투자자와 차주借主 간에 직접적으로 이뤄지는 대출'을 의미한다. 크로스 사업의 핵심은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아 일으킨 투자금으로 P2P대출을 해주고, 거기서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들과 나누는 거다.
[※참고: 크로스는 2017년 코스콤과 주류기업인 무학이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설립했다. 코스콤은 크로스 지분 33.52%(경영참여 목적)를 가진 대주주다. 코스콤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미래사업실 부서장 출신이 당초 크로스의 대표를 맡았고, 지금도 공동대표로 있다. 따라서 코스콤이 크로스의 경영상황을 들여다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2편에서 후술하겠지만, 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그럼 P2P대출은 누구를 상대로 진행하는 걸까. 바로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들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후 즉각적으로 현금을 받는다면 이런 금융상품도 필요 없다. 하지만 카드매출의 경우, 정산까지 1주일 정도 걸린다. 그러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원재료 매입이 필요한데 현금이 없다면 매출채권을 할인 매각해서 유동성을 확보한다.
이렇게 해서 할인된 매출채권이 시장에 나오고, P2P대출의 수익구조가 만들어진다.[※참고: 매출채권 할인 매각이란 용어가 언뜻 어렵게 느껴지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소비자 A씨가 1000원짜리 상품을 카드로 결제하면 소상공인에겐 매출채권이 생긴다. 1주일 후 카드 정산금이 들어오면 결제 끝이다. 다만, 1주일간 돈을 쓸 일이 있다면 소상공인은 매출채권을 팔아서 현금을 만든다. 이때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를 '할인割引'이라고 말한다. 매출채권 할인 매각이란 건 1000원짜리 채권을 900원에 판다는 얘기다.]
자! 다시 크로스 사태로 돌아와 보자. 크로스와 소상공인 간에 매출채권 양도ㆍ양수가 직접 이뤄지면 깔끔하겠지만 중간 단계를 하나 거친다. 둘 사이에는 다양한 '선先정산업체'들이 끼어 있다. 이들은 소상공인들로부터 매출채권을 넘겨받아 크로스에 담보로 제공하고 P2P대출을 받는다. 이 자금으로 소상공인들에게 정산을 해준다.
선정산업체들은 매출채권을 할인하려는 소상공인들을 모집하고, P2P대출의 담보가 될 매출채권을 확인하며, PG사에 매출채권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통보하는 등의 업무를 한다. 크로스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고 수익을 얻는 구조다.
이후 매출채권 양도ㆍ양수 통지를 받은 PG사는 정산 만기일에 할인되지 않은 원래의 매출채권 정산금을 크로스에 지급한다. 할인된 매출채권에서 발생한 차익을 선정산업체와 크로스, 크로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나눠 갖는 거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일련의 과정들은 꽤 안정적으로 보인다. P2P대출이라지만 소상공인의 매출채권이라는 담보가 존재하고, 매출채권 할인과 동시에 명백한 수익이 발생하며, 제3자인 PG사를 통해 원래의 정산금을 받기 때문이다.
매출채권만 확실하다면 문제가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더구나 크로스의 대주주는 금융공기업 이미지를 가진 '신원이 확실한' 코스콤이다.
■쟁점➋ 투자설명서와 다른 구조 = 그런데 문제가 터졌다. 지난 8월 2일 PG사가 크로스에 보내줘야 할 정산금을 입금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한 거다. 티몬ㆍ위메프 사태가 터진 후였기에 불안했던 투자자들은 크로스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
그런데 크로스 측이 사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투자설명서와 다른 실제 사업 구조가 드러났다. 뭐가 달랐을까. 이 이야기는 P2P 크로스 미정산 사태와 의문 2편에서 이어나가 보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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