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픽업 시장 1위를 고수하는 비결, KGM 픽업트럭 히스토리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은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차량들로 라인업을 꾸려 최대한 많은 고객층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든 브랜드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들은 특정 형태의 차량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여기서 크기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꾸리는데, SUV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리는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KGM이, 해외에서는 지프와 랜드로버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한 분야에 집중하면 보통 하나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크기를 다양화하기 때문에 보유하는 부품 숫자를 줄일 수 있어 그만큼 개발이나 생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디자인에 있어서도 최근 패밀리룩을 추구하는 추세에 맞춰 기본 틀을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어 신규 디자인 개발이 좀 더 수월하다는 것 또한 장점 중 하나다.

이런 이유로 SUV를 전문으로 생산, 판매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재밌는 점은 이 SUV를 베이스로 하는 픽업트럭도 함께 판매한다는 것이다. SUV와 픽업트럭은 둘 다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만큼 사용자의 수요에 맞춰 두 모델을 함께 생산함으로써 라인업을 다양화할 수 있다. 다만 SUV에 비해 수요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이 때문에 SUV를 생산하는 자동차 브랜드라고 해도 반드시 픽업트럭을 생산하지는 않는다.

KGM의 경우 전신이었던 하동환자동차제작소 시절, 1960년대부터 픽업트럭을 생산하기 시작했을 만큼 긴 역사로 정통 픽업 브랜드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역사를 바탕으로 지난해 국내 첫 전기 픽업인 ‘무쏘 EV’를 출시하며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픽업 트럭을 무쏘라는 브랜드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올해 초 내연기관 기반의 무쏘를 함께 선보이며 픽업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의외로 긴 KGM의 픽업트럭 역사, 어떤 모델들이 한 시대를 풍미했을까?


하동환자동차제작소 HDH 픽업트럭

KGM의 시초는 1954년 하동환이 세운 하동환자동차제작소다. 당시 23세였던 창업주 하동환은 10대 때부터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일하며 배운 자동차 지식을 바탕으로 회사를 세워 6.25 전쟁 이후 폐차된 미군 트럭의 부품을 활용해 버스를 만드는 것으로 역사가 시작됐다.

1960년대는 소형 운송수단으로 삼륜차가 널리 자리잡았는데, 승차감이 좋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조 상 고속 선회시 차체가 전도될 위험이 커 안전성 면에서 우려가 컸다. 이 점을 노리고 승용차 형태를 이용해 1963년 제작한 것이 HDH 픽업트럭이었다. 당시 닛산 블루버드의 픽업 버전인 닷선 트럭의 라이센스를 사와 생산한 것으로, 60마력을 내는 1.2L 4기통 가솔린엔진에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추가해 주행 안전성과 함께 승차감까지 확보하며 삼륜차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았으며, 브루나이와 베트남에 수출되기도 했다.


신진/거화/동아 코란도 픽업

하동환자동차제작소는 1967년 정부의 자동차 산업 계열화 정책으로 신진자동차 계열사로 편입되었는데, 1971년 HDH 픽업트럭의 후속 모델로 ‘신진지프 픽업’을 선보였다. 이는 신진지프 1기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차량은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형 전술차량인 윌리스 MB의 민수형 버전인 카이저 지프 CJ-5를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어서 전면부 형태가 윌리스 MB와 동일하다.

이름의 변경은 조금 복잡한데, 처음 신진지프 픽업으로 나온 이후 신진자동차가 미국 AMC와 합작해 거화라는 지프차 전문 제조사를 설립해 1981년 ‘거화 지프 픽업’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1983년에는 거화가 코란도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는 ‘거화 코란도 픽업’으로 판매됐고, 1984년 거화가 동아자동차로 합병된 이후에는 ‘동아 코란도 픽업’으로 판매되며 하나의 차량이 다양한 이름을 갖게 된다.

적재량 750kg에 사륜구동 성능까지 갖춰 화물 운반용으로 높은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판매량이 저조해 그리 오래 생산되지 못하고 1985년 단종되고 말았다. 현재 거화 때 생산한 모델이 소량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쌍용자동차 무쏘 스포츠

코란도 픽업 이후 한동안 사라졌던 픽업트럭을 2002년 쌍용자동차가 당시 인기 모델이었던 무쏘를 바탕으로 만들어 십수 년만에 부활시켰다. 현재 KGM이 픽업 브랜드의 명칭을 ‘무쏘’로 사용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 것. 적재함이 그리 크진 않았으나 오히려 이 덕분에 트럭으로 분류되어 자동차세가 저렴하게 책정되어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고. 하지만 이 때문에 화물차로 등록을 위해선 분리된 적재함 면적이 최소 2m2는 되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

엔진은 5기통 2.9L 디젤엔진을 탑재했으며, 5단 수동변속기 혹은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120마력/4,000rpm, 최대토크 25.5kg·m/2,400rpm의 성능을 냈다. 3중 구조 프레임으로 튼튼한 내구성을 자랑한 덕분에 현재까지도 지방에선 현역으로 뛰고 있는 모델을 종종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쌍용자동차 액티언 스포츠

무쏘 스포츠의 뒤를 이어 2006년 당시 파격적인 디자인의 쿠페형 SUV 액티언을 바탕으로 만든 소형 픽업트럭이 바로 액티언 스포츠다. 무쏘 스포츠 덕분에 새로 화물차 적재함 기준이 만들어져 액티언 역시 적재함 크기를 넓혔으나, 이로 인해 뒷좌석 공간이 좁아져 3인 이상 탑승시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L 4기통 디젤 엔진을 5단 수동/4단 자동 변속기와 함께 탑재해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31.6kg·m의 성능을 냈으며, 2008년부터는 환경규제가 유로 4로 강화됨에 따라 자동변속기가 6단으로 바뀌었다. 이후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지면서 이름이 코란도 스포츠로 변경됐다.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2012년 액티언 스포츠에서 디자인을 크게 바꾸며 쌍용 특유의 패밀리룩을 이어받은 강인한 느낌으로 호평받은 모델이다. 새로운 유로 5 환경규제에 맞춰 엔진을 변경했고, 이후 2016년에 유로 6가 도입되면서 2.2L 디젤 엔진으로 다시 바뀌었다. 성능은 2.0L 엔진이 최고출력 155마력, 최대토크 36.7kg·m를 냈으며, 이후 바뀐 2.2L 엔진은 178마력, 40.8kg·m를 냈다. 디젤 엔진임에도 정숙성이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서서히 주목받기 시작한 레저용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갔으며, 험지 주파력이 우수해 국군에서도 차량을 도입해 약간의 개량을 거쳐 사용하며 당시 대부분이었던 레토나를 대체하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스포츠/칸

앞서 소개한 액티언 스포츠와 코란도 스포츠가 소형 SUV를 기반으로 해 실내 공간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를 해결한 모델이 바로 2018년 출시된 렉스턴 스포츠다. 준대형 SUV를 기반으로 한 만큼 실내 공간 뿐 아니라 적재함까지 모두 커지며 전좌석 탑승자 모두 편하게 탈 수 있는 픽업 트럭이 됐다. 여기에 4중 구조의 쿼드 프레임과 사륜구동 시스템인 4TRONIC 등으로 우수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과 견인력까지 갖추면서도 차량 가격이 베이스가 되는 렉스턴에 비해 저렴한데다 트럭으로 분류되어 자동차세까지 저렴해 출시 전부터 역대 최대 사전 계약 기록을 세우는 등 높은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2019년 더 넓은 적재함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롱바디 모델 렉스턴 스포츠 칸도 함께 출시했다. 적재량이 늘어난 만큼 5링크 코일 스프링과 함께 파워 리프 서스펜션을 함께 선택할 수 있게 해 사용 환경에 맞춰 소비자가 고를 수 있게 했으며, 당시 수입 픽업트럭이 국내에 출시되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1위를 지켰으며 최근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후 2번의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며 맹멱을 이어오다 지난해 KGM이 픽업 브랜드를 무쏘로 통일함에 따라 렉스턴의 이름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KGM 무쏘/EV

'무쏘'는 지난해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 EV 출시와 함께 KGM이 새로 선보인 픽업트럭 서브 브랜드로, 향후 KGM에서 출시되는 모든 픽업트럭은 무쏘의 이름을 달고 나오게 된다. 지난 1월 5일 내연기관 버전의 무쏘도 선보였는데, 파워트레인은 2.0L 가솔린 터보엔진과 2.2L 디젤엔진 2종에 적재함 역시 400kg까지 적재 가능한 스탠다드와 최대 700kg의 롱 2개를 마련해 활용도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전기 픽업트럭인 무쏘 EV는 152.2kW의 모터를 탑재해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6kg·m의 성능을 내며 80.6kWh 용량의 배터리로 4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여기에 500kg의 적재 중량과 1.8톤의 견인력에 험로 주파력까지 갖췄고, V2L 기능도 갖추고 있어 레저 활동이나 야외 작업 등에서 활용하기 좋다. 

KGM 픽업트럭의 역사는 우리나라 픽업트럭이라는 카테고리의 역사라 할 수 있을 정도다. 남들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시기부터 픽업트럭이라는 카테고리에 집중해서 시장을 성장시킨 주인공인 만큼 이번 신모델이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는 성과가 나와 한국 픽업트럭의 역사를 계속 써내려 갈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