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하는 테슬라? 안 삽니다!”

채제우 기자 2024. 10. 17.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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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美 대선 앞두고 특정 후보 지지 의사 밝힌 기업들에 역풍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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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의균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음 달 5일로 다가온 가운데 기업들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가 역풍을 맞는 사례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후보를 지지한 기업을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이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기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는 식이다. 미국에선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가치 소비’ 문화가 널리 퍼진 데다, 선거가 막바지에 다다르며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공화당) 전 대통령의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자 민간에서도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해리스 지지? 구독 해지합니다”

미국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는 최근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 회장의 해리스 지지 선언 이후 구독 해지율이 급증했다. 헤이스팅스 회장은 지난 7월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제는 승리할 때”라는 글을 올렸고, 해리스 측에 700만달러(약 96억원)를 기부하는 등 해리스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를 본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CancelNetflix(넷플릭스해지)’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넷플릭스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 넷플릭스를 보이콧하기 시작했다. 한 이용자는 X에 “넷플릭스는 700만달러를 카멀라 해리스 캠페인에 지원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내 돈으로는 안 된다”라는 글과 함께 구독을 해지하는 화면 캡처를 올리기도 했다.

보이콧 여파는 넷플릭스 사업 실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내 넷플릭스의 해지율은 지난 2월 이후 최고치인 2.8%를 기록했다. 블룸버그는 “넷플릭스의 구독 해지율은 헤이스팅스 회장의 (해리스) 지지 선언 이후 미국에서 거의 세 배 늘었다”며 “(넷플릭스의 해리스 캠페인) 기부가 공개된 지 3일 후인 7월 26일은 올해 넷플릭스의 해지가 가장 많았던 날”이라고 전했다. 이후 최근까지도 해리스의 공약 등에 불만을 품은 이용자들은 ‘#CancelNetflix’ 해시태그와 함께 넷플릭스의 구독 해지를 인증하는 글을 공유하며 파장이 이어지는 상태다.

◇기업이 다른 기업 보이콧도

대표적인 친(親)트럼프계로 분류되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는 거꾸로 해리스 지지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유세 행사에 참석하는 등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자 해리스 지지층의 표적이 된 것이다. 특히 일반인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테슬라에 대한 불매를 선언하는 등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역풍이 점점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다. 유럽 최대 약국 체인인 로스만이 법인차를 구매할 때 테슬라 차량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낸 게 대표적이다. 미 경제 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로스만은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를 이유로 테슬라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로스만은 유럽에 4700여 개의 매장과 6만2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법인차 약 800대 가운데 테슬라 34대를 보유했다는 게 블룸버그 보도다. 비록 현재 테슬라 전기차 대수는 많지 않지만, 해마다 약 180대씩 신차를 살 때 테슬라 차량을 사지 않겠다는 게 이 회사 방침이다. CNBC는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이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했다. 머스크의 트럼프 지지 행보가 단순한 개인적 외침을 넘어 테슬라 판매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단 얘기다.

그래픽=김의균

이번 미 대선 과정에서 정치 성향에 따른 ‘구매 보이콧’ 현상이 격화하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은 이전에도 없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공화당(보수)과 민주당(진보)의 양당 체제를 기본으로 ‘보수 아니면 진보’라는 이분법적 진영 논리가 강한 데다, 개인 또는 조직이 가치관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식품 기업 고야푸드의 로버트 우나뉴 CEO가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를 칭찬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매운동에 시달렸다. 히스패닉계인 우나뉴 CEO는 2020년 7월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트럼프에게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리더를 갖게 돼 진정으로 축복받았다”고 언급했는데, 이를 두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우나뉴 CEO가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로 묘사해온 트럼프를 칭찬했다며 그가 지역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또 소셜미디어에서 ‘#Goyaway(고야 저리 가)’ ‘#BoycottGoya(보이콧 고야)’와 같은 해시태그를 만들어 공유하고, 고야푸드의 대체 브랜드와 요리법을 퍼뜨리기도 했다.

◇트럼프보다 해리스 지지 억만장자 많아

대선을 앞두고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행동이 자칫 자신의 사업에 리스크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투자계의 거물과 기업가 등 억만장자들이 ‘베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달 초 기준 미국 억만장자의 지지 현황을 살펴보니 총 76명이 해리스를 지지했고, 49명이 트럼프를 지지했다는 게 포브스 분석이다. 친(親)해리스계는 리드 헤이스팅스(넷플릭스 CEO), 마이클 블룸버그(블룸버그 창업자), 리드 호프먼(링크트인 공동 창업자)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고, 트럼프 측은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 미리엄 애덜슨(미 최대 카지노 기업 라스베이거스샌즈 공동 창업자), 조지 비숍(석유 기업 지오서던에너지 창업자) 등으로 조사됐다.

한편, 최근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해 머스크가 올해 3분기에만 트럼프 측에 7500만달러(약 1026억원)를 추가 기부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정치 기부자들 가운데 최상위 기부자로 올라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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