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자지구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유럽에서도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페인이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 금지를 법적으로 영구화하면서, 한국의 천무 다연장로켓시스템이 새로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 방산업계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스페인,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영구 금지
스페인 정부는 지난 9월 8일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거래 금지를 법적으로도 영구화한다"는 것이죠.

이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를 넘어선 실질적인 조치로, 스페인이 유럽 내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가장 강하게 비판하는 국가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스페인 방위산업 전문 매체인 인포데펜사(Infodefensa)도 9월 10일 " 스페인 국방부가 이스라엘제 다연장 로켓 시스템인 PULS(Precise and Universal Launching System) 계약을 정식으로 취소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로써 스페인은 말로만 하던 이스라엘 무기 거래 금지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것이죠.
산체스 정권의 우여곡절, 결국 강수를 두다
사실 스페인의 이스라엘 무기 거래 금지는 2023년부터 시작됐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공공조달 플랫폼의 계약 체결 정보를 근거로 "계속해서 이스라엘 기업의 자회사를 통해 무기 구입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던 것입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9mm 파라벨럼탄 1,530만발 구매 계약(660만 유로 상당)이었습니다.

산체스 정권은 2024년 말 이 계약을 파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법적·재정적 문제로 인해 파기되지 않았고, 연립정권이 붕괴 직전까지 가는 소동을 빚었죠.
이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산체스 정권은 지난 4월 말 "문제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다"고 강수를 두었습니다.
스페인 국방부도 6월에는 "2023년 말 계약한 이스라엘제 대전차 미사일 스파이크-LR2 1,680발과 발사기 168기(2억8천만 유로 상당)의 라이센스 취소 절차를 개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포병 전력 현대화, 멈출 수 없는 스페인의 딜레마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인포데펜사는 "라이센스 취소 수속이 대전차 미사일의 갱신 계획 중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는데요,
이는 스페인이 이스라엘제 무기를 거부하면서도 군 현대화는 포기할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스페인 육군은 포병 전력의 현대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PULS의 대체품 조달에 나서는 것은 시간문제였던 셈이죠.
네타냐후 정권이 군사행동을 강화하며 "가자시의 완전 점령"까지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페인으로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입니다.
한국 천무 vs 브라질 아스트로스, 치열한 경쟁 예고
그렇다면 PULS를 대체할 후보들은 누구일까요?
인포데펜사는 "대체품의 유력 후보는 지난번 입찰에 참가했던 천무(Chunmoo)나 아스트로스 II(Astros II)"라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의 천무는 이미 폴란드, 이집트 등에 수출되며 그 성능을 인정받고 있는 차세대 다연장로켓시스템입니다.
브라질의 아스트로스 II 역시 남미 지역에서 검증된 무기체계로, 두 시스템 모두 이전 스페인 입찰에서 경쟁했던 경험이 있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국의 하이마스(HIMARS)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스페인이 국방예산 지출 문제로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선택 가능성은 미묘한 상황입니다.
프랑스가 개발 중인 다연장로켓시스템은 실용화 시기가 불분명하다는 한계가 있죠.
터키도 가세? 다자간 경쟁 구도 형성
여기에 한 가지 변수가 더 있습니다. 바로 터키제 다연장로켓시스템의 참여 가능성입니다.

스페인과 터키는 안보 분야에서 관계가 긴밀하며, 터키 역시 자국산 무기체계의 수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페인의 차기 다연장로켓시스템 사업은 한국, 브라질, 그리고 잠재적으로 터키까지 가세한 3파전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국은 자국 무기체계의 기술적 우수성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기술이전 조건, 정치적 고려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어필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방산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이번 스페인 사업은 한국 방산업계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지만, 동시에 브라질과 터키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과 맞서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특히 한국의 천무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그 성능을 입증했고, 최근 방산 수출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 시장 특성상 기술이전이나 현지 생산 등의 조건들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어, 단순히 성능만으로는 승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 유럽 방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국 방산업계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의 창이 열린 셈입니다. 과연 한국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