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못 웃는’ 전남·전북 당선인들…떨리는 경찰 칼끝 ‘6개월’

호남본부=정성환․배윤영 기자 2026. 6. 8. 17:5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6·3지방선거 끝났지만 막 오른 법적 공방…이젠 ‘경찰의 시간’
‘의혹 제기→고발→반박 고발’ 반복…‘정치의 사법화’ 초래도
끝나지 않은 6·3지선…경찰수사 본격화 “12월3일까지 처리”

(시사저널=호남본부=정성환․배윤영 기자)

5월 25일 오후, 전남 완도군 완도읍 경로당 담벼락에 붙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벽보 ⓒ시사저널 정성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상당수의 전남과 전북 당선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했지만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지방선거 기간 내내 이어진 고소·고발로 인해 당선인들이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다. 이번 6·3지방선거는 유례없이 과열되면서 치열한 비방과 위법 논란으로 얼룩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격전지 선거는 막판으로 갈수록 '의혹 제기→고발→반박 고발'이 반복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수사기관에 고소·고발 남발의 전조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나타났다. 호남의 정치 지형상 민주당 공천장이 곧 당선증으로 여겨지면서다. 민주당 후보 확정 이후에도 잡음은 지속됐다. 기초단체장 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전남북 시·군 곳곳에서 상호간 비방과 고소·고발 움직임은 더욱 격화됐다.

다사다난했던 선거는 끝났다. 경찰은 폭증한 선거시범 처리를 두고 소리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당선인들이 어떻게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면서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지와 경찰이 수북이 쌓인 고소 고발 사건 수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언제 마무리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지금은 '정치의 시간'을 지나 '경찰의 시간'이다.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6개월로  만료일은 오는 12월3일까지다.  

전남경찰청 표지석 ⓒ시사저널

목포·순천·담양·신안·진도까지…무더기 수사 선상

8일 전남선거관리위원회와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지방선거와 관련해 전남에서 적발되거나 신고된 불법행위는 총 19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수사기관 고발이 58건, 수사 의뢰가 6건, 행정조치 등 경고가 126건이었다.

치열한 전쟁을 치른 전남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목포·순천·강진·담양·강진·신안·장성 등에서 관권선거 의혹과 금품 수수 논란으로 파열음이 일었다. 

목포에서는 시장선거에 나선 한 후보 측이 위장 발송 수법으로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기관이 조사에 들어갔다. 해당 후보 측은 목포가 아닌 인근 영암우체국을 통해 관외 거주 유권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지지 서한이 포함된 홍보물을 대량 발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은 사전투표 기간 중 목포 시내 일대에 자당 강성휘 후보를 깎아내리는 정체불명의 인쇄물이 무단 살포된 데 대해, 배후를 밝혀달라며 이날 수사기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순천에서 민주당 손훈모 당선인 측은 노관규 후보가 지난 제20대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는 등 정치적 행적에 문제가 있으며, 공무원을 동원한 관권선거 및 재산 축소 신고 의혹이 있다며 지난달 27일 순천경찰서에 고발장을 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지역구 김문수 의원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 후보가 선거 조직에 현금을 살포했다는 추가 의혹까지 터뜨렸다. 이에 노 후보 측은 "의혹을 제기한 관련자 전원을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명예 훼손, 무고 교사 혐의 등으로 고발해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담양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혁신당 두 후보 모두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민주당 박종원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한 캠핑장에서 열린 고교 동창 부부 모임을 찾아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박 당선인 측은 이에 대해 "악의적으로 짜깁기된 가짜 영상"이라며 반박했다. 특히 해당 영상의 촬영지가 혁신당 관계자 가족이 운영하는 캠핑장이라는 점을 들어 기획된 공작 정치라고 맞받았다.

이보다 앞서 현직 군수인 혁신당 정철원 후보는 차명 건설회사를 소유하고 군청 발주 사업에 이권을 개입시켰다는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전남경찰청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미 담양군을 상대로 정 후보 측 연루 의혹이 있는 건설사 3곳의 지난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의 공사·물품·용역 계약 내역 등에 대해 임의제출을 요청한 상태다.

강진군수 선거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진원 당선인과 신안군수 선거에 나선 김태성 당선인의 당내 경선 당시 불법 당원 모집 의혹을 기초로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특히 김 당선인에 대해서는 선거구민들의 연락처 등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했다는 혐의로 추가 고발이 접수되기도 했다.

진도군수 선거의 경우, 현직인 무소속 김희수 후보를 겨냥했던 과거 비판 보도들의 배후에 공무원과 언론인 그리고 민주당 이재각 당선인이 조직적으로 결탁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오면서 혼돈에 빠져들었다. 김 후보 측은 1일 성명을 통해 사법당국의 수사와 이 당선인의 소명을 촉구했다.

명현관 해남군수 역시 자신의 행정 치적을 홍보하는 데 군청 조직을 동원했다는 혐의에 휘말려 최근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등 곤혹을 치렀다. 이외에도 장성, 영암, 무안, 영광, 완도 등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와 금품 수수 폭로 등 선거법 위반 행위가 잇따랐다.

초대 전남광주특별시 교육감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김대중 교육감 당선인의 과거 카지노 도박 의혹을 둘러싼 연일 고소·고발전이 이어졌다. 도박 의혹 당사자인 김 당선인과 이를 지적·비판하는 경쟁자 이정선 후보와 장관호 후보가 서로  도박 혐의와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고발을 주고받았다.

전북경찰청 전경 ⓒ시사저널

전북 당선인들 겨눈 경찰 '칼끝'…김관영 vs 이원택, 사법 공방 

전북에서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기초단체장 당선인 상당수가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가장 거센 불꽃이 튄 곳은 최대 승부처인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였다. 이원택 당선인 측과 김관영 후보 측은 전방위적인 사법 공방전을 벌였다. 

이 당선인은 일명 '밥값 대납' 혐의가 불거져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제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년 당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동석한 도의원에게 식사비를 대신 결제하도록 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됐다. 

또 이 당선인 측이 선거 기간 "김 후보가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을 방조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됐다. 전북도의 '내란 방조 의혹'은 2차 종합특검 수사를 통해 '무혐의' 결론이 났다. 

선거 기간 내내 이 당선인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친 김 후보 역시 피고발인 신분으로 지난달 4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시 완산구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청년 당원 등 20여명에게 2만∼10만원씩 모두 108만원(선거관리위원회 추산액)을 나눠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 후보는 대가성이 없는 대리 운전비를 건넸다가 즉시 회수했다고 주장해왔으나,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지난 4월 전북도청을 압수수색 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벌여왔다. 여기에 김 후보는 무소속 출마를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가피성을 설명했다는 이른바 '대통령 교감설'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 후보 측의 추가 고발로 경찰 수사를 앞둔 상태다.

기초단체장 당선인들을 둘러싼 수사도 이어지고 있다. 유희태 완주군수 당선인은 공사 수주를 대가로 한 여론조사 응답 강요 및 차명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고발됐다. 

금품 선거 의혹도 잇따랐다. 민주당 한득수 임실군수 당선인은 당내 경선을 앞두고 발생한 식사비 대납 의혹과 캠프 관계자의 주민 금품 제공 의혹이 불거졌다. 전춘성 진안군수 당선인 역시 측근이 지지를 호소하며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재준 군산시장 당선인은 재산을 허위로 신고한 혐의로, 권익현 부안군수 당선인은 경쟁 상대의 채무를 부풀려 발언한 혐의로, 양충모 남원시장 당선인은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 등으로 각각 고발됐다. 모두 민주당 소속이다. 

선거법 위반 외 개인 비위가 불거져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른 당선인들도 있다. 심덕섭 고창군수 당선인은 군수 재직 시절 사업가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았다거나 한 건설사에 수의계약을 몰아줬다는 의혹(뇌물수수 등) 등으로 피소됐다. 심 당선인 측은 관련 의혹이 악의적이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한 언론인을 고발했다.

민주당 정성주 김제시장 당선인은 지인으로부터 2000만원 상당의 성형외과 피부미용 이용권을 대납받아 자신과 아내 등이 사용했다는 혐의(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가 불거져 지난 4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밖에 민주당 이학수 정읍시장 당선인은 농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최영일 순창군수 당선인은 새마을금고 임원의 공개 지지 연설을 묵인한 혐의(새마을금고법 위반), 최정호 익산시장 당선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각각 고발장이 접수된 상태다.

일부 당선인 측은 '선거용 음해'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하며 맞고발로 대응하고 있다. 유희태·심덕섭 당선인 측은 관련 보도를 한 언론인을 고발했다.

천호성 전북교육감 당선인은 단일화 상대였던 유성동 전 예비후보에게 당선 이후 주요 보직을 약속했다는 내용의 '후보자 매수'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교직원 사조직인 비밀 채팅방 '천사랑'을 통한 불법 사전선거운동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155건, 246명을 수사 대상에 올렸다. 선거사범 공소시효 만료일인 12월3일 이전 사건 처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당선 여부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모든 수사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예정"이라며 "공소시효 내 사건을 종결하고 기소가 필요한 사안은 신속히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지사 선거에 나선 민주당 이원택 후보와 무소속 김관영 후보(기호 순) ⓒ각 후보 캠프 제공

뽑아놓으면 법원·경찰 '들락날락'…고발의 역설도

지역 정치권에서는 무더기 낙마가 현실화될 것이란 설과 재판과 수사 결과가 미풍에 그칠 것이란 설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고소·고발된 상당수 사건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돼 있다. 

우선 대거 낙마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될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되는 만큼 수사와 재판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풍설은 공소시효 6개월이라는 선거법 구조를 활용해 '리스크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성이 짙거나 이에 대한 맞대응 등 정치적 계산이 깔린 고소가 당락이 결정된 만큼 취하되거나 실체 없는 '네거티브성 폭로'로 판명나면 수사가 종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찰이 오는 10월까지 집중수사기간을 운영하기로 하면서 상당수 지역에서는 선거 이후에도 긴장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품 제공 의혹이나 허위사실 공표 사건이 당선자나 선거캠프 관계자와 연결될 경우 그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써부터 향후 재·보궐선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역 자치단체장이 수사선상에 오른 지역 주민들은 군수가 임기 중 경찰서와 법원 문을 들락거리거나 행여 중도 하차하면 지역 이미지 실추는 물론 지역의 미래가 걸린 굵직굵직한 현안사업들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한다. 물론 단체장이 직위를 상실하면 부단체장 권한대행 체제에 들어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인사나 현안 사업 등은 관리 수준에 그쳐 민생 안정은 물론 지역사회 여론 분열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임 군수가 2년 전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아 직을 잃은 기초자치단체 A 지역 주민 박아무개(53)씨는 "그 당시 사소한 오해라더니 결국 군수가 낙마하면서 지방권력의 민낯을 보고는 것 같아 부끄러워 차마 낯을 못 들었다"며 "오죽했으면 이번 선거에선 누가 덜 경찰서와 법원에 왔다갔다할 후보인지 따져 보고 투표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이 정책 경쟁 대신 고소고발에 치중하는 현상을 두고 정치의 사법화를 스스로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가 선거 이후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점이다. 소당선인이 벌금 100만 원 이상을 확정 받아 당선 무효가 될 경우 재보궐선거 비용은 모두 시군 부담으로 충당해야 하고, 그 기간 동안 행정 공백도 불가피하다. 고발이 불러운 역설인 셈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적 경쟁이 사법적 검증 국면으로 넘어간 상황"이라며 "6·3 지방선거의 진짜 승부는 이제 법정과 수사기관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수사 결과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적지 않은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만약 당선 무효형 등으로 중도 하차하는 사태가 현실화하면 민선 9기 시·군정의 동력 상실은 불 보듯 뻔하며, 그에 따른 행정과 민생 공백의 피해는 전부 지역 주민들의 몫으로 돌아 갈 것이다"고 우려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