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울산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 향방은?
도입 5개월 앞 천창수 교육감 “너무 급해, 유예를”
초등 3~4·중 1·고 1 대상
내년 3월 우선 도입 방침
현장 오류 점검시간 부족
문해력 저하 악영향 우려
교육청 재원 마련도 부담
내년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이 AI 교과서 도입 유예론을 꺼내 들었다. 일선 학교 현장 상황을 고려하면 AI 교과서 도입이 ‘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건데, 5개월 앞으로 다가온 AI 교과서 수업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6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는 2025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1, 고1 교실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우선적으로 도입한다.
AI 교과서는 확장 가상세계(메타버스)·대화형 AI 등 AI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과서다. 2025년 수학, 영어, 정보 교과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국어, 사회, 과학, 역사 등 전과목에 도입된다.
이와 관련 천 교육감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AI 교과서 전면도입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천 교육감은 “AI 교과서 도입은 그동안 학교 수업의 보조적인 역할만 하던 스마트 기기가 이제 수업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라며 “이런 변화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류 사항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짧은 동영상인 숏츠와 소셜미디어(SNS) 유행에 따른 청소년의 문해력 저하 논란과 관련해 AI 교과서도 주된 원인이 될 것으로 지목했다. 그는 “영상 콘텐츠가 기반인 AI 교과서는 문해력과 관련된 문제를 충분히 안고 있을 수 있다”며 “교사와 학생이 직접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하는 게 아니라 기기를 통해 의견을 주고 받게 될 텐데, 소통과 관련된 문제가 더 심화되면 곤란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AI 교과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일선 교육청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종이 교과서 한권에 비해 10배가량 더 비싼 AI 교과서를 이용하면서 매해 구독료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천 교육감은 “교사마다 AI 교과서를 활용하는 범위가 다를 수 있는데, 제대로 쓰지 못할 경우 오히려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며 “현장에서 만난 교사들도 걱정이 상당하고, 학부모 여론의 과반수도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천 교육감은 우선 소수 학교를 대상으로 AI 교과서 시범 사업을 제안한다는 입장이다. 교사들이 AI 교과서 수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최적의 교수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별개로 시교육청은 일단 교육부 정책에 따라 학생용 스마트기기 보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2만4190대를 추가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지역 교육계는 “디지털 기기에 과의존하는 현상에, 자라나는 학생들의 인지발달 저해가 문제로 지적된다”며 “정부 차원에서 AI 관련 예방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7일 제48회 함께차담회에서 학부모와 만나 AI 디지털교과서를 포함한 교실 혁명 정책 설명에 나선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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