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우의 경제 더하기]
트럼프 상호관세 폭탄, 성공할까?
브레튼우즈 체제 성립 과정에서 케인즈안과 화이트안의 논쟁에 주목한 이유는 화이트안이 갖는 구조적 모순, 즉 세계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달러 공급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트리핀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관세전쟁으로 초래된 세계교역의 파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인데, '마이런 보고서'는 관세폭탄으로 이를 해결한다는 역설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 시도는 1)관세로 인한 교역 위축과 자유무역으로 형성된 가치사슬(value chain), 특히 중국의 WTO 가입으로 형성된 분업구조를 해체하고, 2) 미국 무역적자를 통해 공급된 달러가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는 국제자금의 환류 구조로 흔들고, 3)이 구조를 유지하는 관건이 미국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낮다.
상호관세 책정 방식도 경제학적 기초가 없었고(주- (무역수지 적자/GDP) X ½이 상호관세율이다. 무역외 수지, 즉 서비스수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왜 그것이 상호관세율이 되는지에 대한 경제학적 논리는 없다.) 그것이 가져올 파장과 이에 따른 시나리오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주- 2018년 3월 6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트윗에 올린 글이 핵심을 지적하고 있다. 즉, 1) 관세를 올려도 수입품 가격이 오르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없다. 2) 관세를 올리면 수입을 줄일 수 있고 국내생산이 늘어난다. 3) 관세를 올리면 미국 정부 세입이 늘어난다. 이런 주장을 하는데, 1)이 달성되면 2)가 불가능하고, 2)가 달성되면 3)이 불가능하다.).
지난 4월 이후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책의 의미를 표현한 것에서 알 수 있다. 상호관세는 잘 될 것이라고, 지속된다고 한 다음날 90일 유예를 발표하고, 4월 11일 휴대폰, 노트북, 반도체 등 여러 품목에 대해 상호관세 면제를 미국 세관국에서 발표하였다. 그러나 다음날 이것은 향후 시행될 반도체 관세에 포함되는, 즉 대체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4월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후 열흘 정도 남짓에 정책방향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치밀하지 않은 즉흥적 정책이라는 반증이다.
영국 트러스 총리의 오판처럼
중국의 보복관세를 통한 강력 반발, EU의 독자 움직임과 중국과 EU의 접근으로 미국만 고립되는 형국이다. 전세계의 “탈 미국화(De-Americanization)”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역설적인 결과가 이어지는 것이다. 더욱이 국채 금리의 급등은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를 물러나게 한 '트러스 발작'을 상기시킨다. 트러스 발작은 감세정책과 이에 따른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 확산으로 초래된 금융시장의 혼란을 말한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지난 2022년 9월 23일, 취임 직후 첫 번째 주요 정책으로 약 450억 파운드(약 7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이 감세안은 소득세 최고세율 45% 구간 폐지, 법인세 인하, 인지세 감면 등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트러스노믹스'로 불리며 경제 성장을 촉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감세안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켜 금융시장에서 큰 혼란을 초래했다.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요동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례적으로 영국의 감세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고 이에 따라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 발표 열흘 만인 10월 3일 소득세 최고세율 폐지안을 철회하는 등 감세안 대부분을 포기했다. 이러한 정책 실패로 트러스 총리는 취임 45일 만에 사임했고, 2024년 7월 4일 치러진 총선에서 보수당은 전체 650석 중 131석만을 확보하며 노동당(410석)에 대패했다. 14년간의 집권을 마감하고 정권을 노동당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미 제조업이 돌아올까
한편,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붕괴된 결과 트럼프가 의도하는 미국으로의 제조업 환류는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실현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 즉 "전투원이 상대방에게 불리하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으로 분쟁을 확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은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을 활용하여 중국에 대해 압박을 가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중국이 확전 우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주- Adam S. Posen, "Trade Wars Are Easy to Lose- Beijing Has Escalation Dominance in the U.S.-China Tariff Fight", Foreign Affairs, 2025. 4. 9.).
높은 관세로 인해 교역이 단절되면 누가 더 다급할까? 많은 제품의 생산을 중국에 의존하는 미국이 더 다급하다. 중국의 미국 의존도가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주- 트럼프의 경제적 접근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신뢰할 수 있기 위해 충분히 자해적인 위협을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과 가계가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예상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미국인과 외국인 모두 미국 경제에 더 적게 투자할 것이며, 그들은 더 이상 미국 정부가 어떤 거래를 지키리라 믿지 않을 것이다. 이는 협상 타결이나 긴장 완화 합의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생산 능력은 향상되기보다는 감소할 것이며, 이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가지는 영향력만 증가시킬 것이다. A. Posen의 앞 글.). 애플의 아이폰은 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이고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이다(주-골드만삭스는 실효 관세율이 15%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란 가정 아래 따져보면 관세 보호로 제조업 고용 증가는 10만명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오히려 원가 상승으로 인한 하위 산업 고용 감소가 약 50만명 수준으로 더 클 것으로 추정했다.).
동맹과 우선 협상, 왜? 조기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
트럼프가 “시진핑과 절친이다. 중국이 곧 전화를 해 올 것이다.”라는 말을 계속하지만 중국이 꿈쩍하지 않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버티기 싸움에서 중국이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집권을 가능케 한 빅테크와 제조업 기반이 해체된 지역과 농업지역 연합의 균열이 일어나고, 소비자가 인플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빠르게 결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가 관세 유예를 발표하면서 한국, 일본 등 동맹과 우선 협상을 지시한 이유는 중국, EU, 인도 등 주요 협상대상국과의 관세협상이 진전이 없자 만만한 상대, 즉 쉽게 양보할 나라로 한국과 일본을 꼽은 것이다. 중국의 요지부동과 보복관세, 그리고 희토류 수출제한, EU의 반발로 급한 것은 트럼프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은 최우선 협상대상국으로 한국, 영국, 호주, 일본, 인도를 거론하면서 먼저 협상할수록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일본이 성급하게 협상하지 않겠다고 하자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한다. 협상의 진정이 없다는 반증이다. 한덕수 권한대행과 트럼프가 통화를 먼저 요청한 것은 그 만큼 성과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이러한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훌륭한 통화를 했다”고 언급하며 “우리가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지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내 첫 번째 임기 동안 이 군사비용 지불을 시작했지만, ‘졸린’ 조 바이든이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그 계약을 종료했다. 모두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주- 이 통화에 한 대행은 통역을 통해 말하다 통역을 배제하고 직접 대화하여 영어실력을 과시했다. 대외 협상에서 책임자는 완충장치로 통역을 사용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이득이므로 관례로 정착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통역을 이용했다면 그런 모욕적 상황을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대표적인 친일파인 이완용도 을사늑약 등을 체결할 때 일어를 사용하지 않고 통역을 이용했다. 그 통역비서가 최초의 근대소설로 평가되는 “혈의 누“를 쓴 이인직이다.). 이는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관세 압박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발언으로,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와 안보를 한데 묶어 협상 패키지화하는 트럼프 전략의 단면이다. 한편 군사적으로 중국 봉쇄조치를 강화하기 위한 군함제조에 필요한 조선산업과의 협력, 알래스카 LNG가스관 건설에 한국의 참여 등을 요청하고 있다.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고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협상에 임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수 있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강점, 즉 다양한 제조업 기반을 활용해 다른 나라의 협상 전개를 지켜보며 우리의 협상 대응 전략을 면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덕수의 위험한 선택? 전략적 인내 아니면 조기협상?
트럼프의 협상 방식, 즉 예상할 수 없는 강수를 제시하여 상대방을 놀라게 한 후 최고 책임자와 일괄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고 양보하는 제스처를 하는 협상 방식에서 한국은 그 상대가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국내 정치적으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한덕수 국무총리)라는 특수한 상황에 처해 있어, 오히려 급작스런 결정을 피하고 시간을 벌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최고 지도자의 공백 상황은 단기적으로는 불안 요인이지만, 역설적으로 미국의 압박에 즉각적인 양보나 양측 줄다리기에 휘말리지 않을 완충지대를 만든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대행은 신속한 협상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들에게 통상전문가의 면모를 드러내고 싶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통상협상은 이중정치(dual politics) 또는 이중 게임(two-level games)(주- utnam, Robert D. "Diplomacy and Domestic Politics: The Logic of Two-Level Games". International Organization. International Organization. 42 (3), 1988. I.M. Destler, American Trade Politics,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with the Twentieth Century Fund, 1995)으로 국제 협상에서 국내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국내 이해관계의 조율과 정치적 정당성이 국제 협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성공적인 대외 협상을 위해서는 국내 정치의 조율과 정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당성이 부족한 대통령 권한대행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국익을 위한 협상이 아니라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고 졸속 협상의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한 권한 대행이 통상교섭 전문가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성급한 통상협상으로 일을 그르친 2000년의 한국과 중국의 마늘을 둘러싼 통상마찰을 소환시킨다. 당시 한 대행은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우리 정부는 중국산 마늘 수입 급증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하여 관세율을 10배 인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에 중국은 불과 1주일 만에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보복을 감행했다.
900만 달러 규모의 중국산 마늘 수입을 막으려다 5억 달러 규모의 대중국 주력 수출길이 막히는 타격을 입었고 한 달 만에 중국산 마늘 의무수입을 받아들이는 굴욕적인 합의로 분쟁을 마무리해야 했다. 양국은 협상을 거듭한 끝에 2000년 7월 31일에 2003년 이후에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할 수 없고, 중국산 마늘 수입을 완전히 자유화(민간에 개방)하기로 한 부속서(이면합의)가 있었으나, 이 사실을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것의 책임을 물어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하고 있던 한 대행을 경질한 사실이 있다(주- 서울신문, “경제수석·농림차관 경질안팎/‘마늘문책’ 농심 달래기” 2002. 7.20. 및 정환우, 『한중 마늘 분쟁 및 협상: 정책결정구조와 과정, 결과와 교훈』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2025 참고 ). 냉정한 손익 계산과 협상 전략 없이 국내 정치 논리만으로 상대를 자극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큰 대표적인 통상실패 사례다(주- 한 대행은 탄핵소추되었다가 기각되어 다시 대통령 권한 대행으로 복귀하였다. 그러나 탄핵 기각문을 보면 구체적으로 비상계엄사태에 개입되었다는 증거가 현재 없다는 것이고 헌재 재판관 임명을 명확히 거부한 것이 아니어서 파면을 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고 판결한 것이다. 그러나 최상목 대행이 국회 몫 헌재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한 사례에서 보듯이 위헌 행위가 있는 사실은 분명하다. 더욱이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무회의가 요건이라고 국무회의 요건을 갖추려 한 것에 대한 구체적 수사를 받아야 하는 피의자 신분이다. 물론 본인은 비상계엄 반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사안이다. 특히 1998년 대법원이 “내란이란 권한이 없는 사람이 헌법기관의 작동을 방해한 것”이라는 취지의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관 세 사람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기관인 헌재의 작동을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에서는 이와 관련된 충분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한 대행의 탄핵은 기각되었지만 수사를 통해 그 실상을 명확히 밝히고 법적 처분이 뒤따를지 판단이 남아 있다. 이처럼 국내적으로 정당성이 결여된 대행이 적극적으로 대외협상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대한 다른 나라의 협상 경과를 지켜보면서 차분히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다(주-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와 적극 접촉하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한 협상은 뒤로 미루고 있다.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빠르게 협상하는 나라가 가장 이득이 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일본의 이런 느긋한 태도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다. 왜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는지 의문이다.). 내부적으로는 철저한 대비책, 즉 미국의 요구사항별로 우리의 양보 한계선을 설정하고, 얻어낼 것은 최대한 얻어내는 협상 카드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위해선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치권과 사전 협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국내적으로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한 대행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 졸속협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기우이길 바란다. (끝)
※ 이용우는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주로 정무위원회와 연금개혁특위 등에서 기업의 지배구조, 대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 이슈 관련 입법 활동을 많이 했다. 아울러 기후위기 등 대전환의 시대에 주목하여야 하는 ESG 제도 정립에 대해 21대 국회에서 최초로 문제제기하고 제도화하기 위한 활동을 하였다. 국회의원 전에는 현대그룹,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신탁운용 총괄CIO,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동대학원 석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고, SAIS(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Johns Hopkins University Visiting Scholar(방문학자)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