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잃었다"…英 가수 엘튼 존도 멈추게 한 '공포의 병' [건강!톡]

김소연 2024. 9. 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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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튼 존/사진=AP


"감염병 예방을 위해 예정됐던 생존수영 교육이 다음주로 연기됐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초등학교 3학년 학부모인 황인경(38)씨는 최근 알림톡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으로 아이의 수영 수업이 미뤄졌다는 안내를 받았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영유아와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최근 8세 아들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권혁윤(40)씨는 "주변에 이 폐렴으로 애들이 입원했다는 집들이 여럿 있더라"라며 "입원까지는 아니지만, 열이 잡히지 않으면 언제든 병원에 와서 입원시켜야 한다고 진료를 볼 때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감염병포털에 따르면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의 전국 입원 환자 수는 27주 차(6월30일~7월6일) 573명, 28주 차 567명, 29주 차 739명, 30주 차 882명, 31주 차(7월28~8월3일) 897명으로 한달새 56% 증가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유행주의보가 발령 중인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이다. 국내에서 3~4년 주기로 유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예년과 달리 여름철까지 유행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초기에 두통, 발열, 인후통이 있고 3~7일 지나면서 목이 쉬고 기침이 심해진다. 일반 감기와 유사해 보이지만 38도 이상의 고열이 오래가는 특징을 보인다. 열과 함께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마이플라스마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걸어 다닐 수 있어 '걸어다니는 폐렴'이라고도 불린다. 단, 증상이 약하더라도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수 있다.

잠복기는 길게는 2~3주까지 가, 증상이 발현됐을 때 누구한테 감염된 것인지 예측이 어렵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중간 영역에 위치하는 미생물에 의한 감염이기 때문에 예방 백신도 없고,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계속 심해지며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 영국 가수 엘튼 존이 투어 도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진단을 받으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엘튼 존은 공연 중 "목소리를 잃었다"며 "더는 노래를 부를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콘서트를 중단했다. 

지난해에는 태국 왕실에서 '파(PA)' 공주로도 불리는 팟차라끼띠야파 나렌티라텝파야와디 공주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따른 합병증으로 심장에 염증이 생겼고, 부정맥이 발생해 의식을 잃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마하 와찌랄롱꼰(라마 10세) 국왕의 첫째 딸인 파 공주는 육군 주최 군견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애완견과 훈련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충격과 걱정을 자아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국내 유행에 앞서 지난해 중국에서 먼저 확산됐다. 지난해 상하이 아동의료센터에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으로 입원한 어린이 환자는 올 7월 이후 400여명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2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신상엽 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은 "마이코폴라즈마 폐렴은 연중 무휴, 나이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비전형성 폐렴"이라며 "모든 감염이 그렇지만 코로나19때 사회적 거리두기 할때 유행하지 않다가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퍼지기 시작해 굉장히 오랜기간 유행하다가 사그라들고 있다. 면역의 공백 상태가 있던 상황에서 평소와 같은 유행이 왔을 더 길고 오래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마이코플라스마는 합병증이 위험하지만,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는 어렵지 않은 질환"이라며 "기침, 콧물이 없더라도 열이 나고 늘어지면 병원에가서 진단을 받으면 치료가 쉽다. 입원하기 전에 미리 진료를 받고 관련 검사를 받는게 중요하다"면서 조기 진단, 조기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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