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살자' 샘 올트먼, 커머스에 등장한다면?
Back to the B 04 - <스타트업 플레이북>
스타트업, 제품이 '왕'입니다
샘 올트먼은 OpenAI의 CEO로, ChatGPT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며 생성형 AI 기술의 선구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AI 학살자'라는 부정적인 별명도 가지고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만은 아닙니다. OpenAI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전략으로 많은 AI 스타트업을 시장에서 도태시켰기에 이러한 별명이 붙은 것이었죠.
사실, 샘 올트먼은 OpenAI 이전부터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창업과 엑시트를 경험한 후, 실리콘밸리의 유명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에서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명성을 쌓았죠. 이를 바탕으로 그는 2015년에 <스타트업 플레이북>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 따라야 할 원칙들을 정리한 일종의 가이드 북입니다.
여기서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의 실패 원인을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부 문제에서 찾습니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최소 기능 제품(MVP)을 출시해 사용자 피드백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경쟁사를 모방하거나 견제하려는 노력은 오히려 에너지를 낭비할 뿐, 독창적 가치를 가진 '제품'을 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전하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막상 OpenAI는 달랐습니다
하지만 정작 샘 올트먼이 이끄는 OpenAI의 행보는 <스타트업 플레이북>에서 그가 강조한 원칙과는 상당히 달랐습니다. 물론 ChatGPT는 제품 품질 면에서도 압도적이었고, 이 때문에 사라진 AI 스타트업도 많았습니다. 국내에서도 ChatGPT 이상의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하거나, 여러 AI를 연결하는 애그리게이션 방식으로도 OpenAI를 능가하지 못하여, 아예 사업을 접거나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사례가 잇따랐죠.
따라서 겉보기에는 ChatGPT는 품질과 서비스에 집중하여 성공한 사례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OpenAI의 적극적인 경쟁사 견제 전략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샘 올트먼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아예 투자자들에게 경쟁사에 대한 투자를 금지하도록 요구한 사례가 많았다고 하는데요. 경쟁사로 지목된 곳 중에는 일론 머스크의 xAI, AI 기반의 검색 혁신을 주도한 퍼플렉시티 같은 이름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퍼플렉시티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ChatGPT는 웹 검색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기능적으로도 강력한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었고요.
이러한 경쟁 차단 전략은 스타트업의 이상적인 성장 방식이라기보다는, 자본과 네트워크를 갖춘 레거시 기업이 신생 기업을 견제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는 오히려 피터 틸의 <제로 투 원>에서 제시된 독점 전략과 닮아 있죠. 피터 틸은 시장을 지배하려면 경쟁을 피하고 독점적 지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경쟁은 패배자의 게임이며, 진정한 승자는 경쟁이 없는 시장을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였습니다. 경쟁사의 투자를 제한하는 전략은 바로 이러한 독점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고요.
이처럼 OpenAI는 ChatGPT 자체가 지닌 기술적 우위에, 구독 서비스 도입으로 빠르게 쌓은 자본력, 그리고 GPTs와 같은 프롬프트 기반 프로그램과 API를 활용해 구축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가 만들며 진입장벽을 한층 더 높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OpenAI는 독점 기업의 길을 완벽하게 걸어가고 있는 셈입니다.
커머스 업계도 긴장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커머스 업계는 왜 OpenAI의 행보에 주목해야 할까요? 커머스는 수익화 구조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기술을 가장 빠르게 수용해 온 분야 중 하나입니다. VR, AR, 블록체인, 메타버스 등 다양한 신기술이 가장 먼저 실험되고 적용된 곳이기도 하죠. 현재 생성형 AI 역시 커머스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가장 활발히 논의되고, 실제로 적용된 사례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는 커머스에서 핵심적인 두 가지 요소, 맥락과 노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구매 의도가 명확한 경우라면, 목적형 구매를 위해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직접 검색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즉흥적 탐색으로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입되는 경우에는, 노출의 정도가 매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죠.
문제는 OpenAI가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하며 이러한 탐색 경로를 점점 더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구글 검색의 사용 빈도가 줄어들고, 그 자리를 ChatGPT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사람들은 더 이상 번거로운 검색과 상품 비교 과정을 거치지 않고, ChatGPT에 이러한 작업을 맡기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AI가 단순히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 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상품 노출과 구매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고요.
따라서 OpenAI가 보여주는 과격한 경쟁자 배제 전략이 지속된다면, 커머스 업계도 장기적으로 OpenAI의 경쟁 대상, 더 나아가 그 ‘학살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커머스 업계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히 관망하는 데 그치지 말고, 생성형 AI 시대에서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할 겁니다.
※ 편집/윤문 | 기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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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소개 - 도그냥
이커머스를 만드는 일을 하며, 서비스 기획자, PM, P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습니다. 비즈니스와 시스템의 얼라인먼트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