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덫’이 된 보잉 장기계약…15% 관세에 부품 수익 빨간불

한국항공우주 사천 본사 / 사진 = 한국항공우주 제공

한국항공우주(KAI)와 보잉이 맺은 장기계약이 트럼프 행정부 '15% 상호관세' 역풍을 맞았다. 항공기·부품에 대한 별도 면제 공지가 없어 민수 항공부품 기본 관세(0%)에 '추가 15%'가 얹히는 구조가 됐다. 협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보잉 의존도가 큰 기체부품 사업의 수익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AI가 2012년 이후 공시한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60건 중 12건이 보잉 관련이다. 올 6월말 기준으로 보면 계약총액은 4조503억원, 계약잔액은 3조3661억원이다.

보잉은 민간 부문에서 단일 최대 고객이다. 공시된 계약총액 34조8572억원의 11.6%(방산 포함)를 차지하며 이는 방위사업청과 폴란드 정부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민간 계약으로 범위를 좁히면 40.9%가 보잉 물량이다. 에어버스 관련 총액(2조6000억원)은 보잉의 64% 수준이다.

자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한미 양국의 상호 관세 협상 지연이다. 보잉 본사가 있는 미국으로 수출하려면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발동한 15% 상호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기존에는 무관세 혜택을 받았고 이에 맞춰 장기계약을 체결했지만 세율이 변하면서 수익성에 악재가 생겼다.

미국에 의지하는 매출은 작지 않다. 지난해 북미(미국 포함) 매출은 2719억원으로 전체의 7.5%다. 단일 국가 기준으론 미국이 최대다. 매출을 통관 기준으로 보고 15% 관세를 단순 적용하면 연간 약 400억원(월 33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지난해 영업이익(2407억원)의 약 16%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로 트럼프 행정부 집권 내내 관세 리스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KAI의 경우 업종 특성상 보잉과 5~7년 단위의 장기 납품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일관되게 지속되지 않는다면 매 계약마다 가격·비용 관세 분담 재협상을 수요처에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기체부품사업 전반에도 부담이다. 부품 수출은 방산 수출 대비 수익성이 낮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가져온다. 이에 KAI는 관련 수주에 집중했다. 이 부문의 지난해 말 수주잔고는 10조2948억원으로 총 수주잔고의 41.7%를 차지했다. 올 6월말에는 37.6%로 소폭 줄었지만 이는 방산 부문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것일 뿐 기체부품 수주잔고 총액은 큰 변동이 없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민수 기체부품은 무관세를 전제로한 계약이 많아 관세 체계 변화에 채산성이 급변할 수 있다"며 "장기계약 구조에서 15% 관세가 추가로 부담되면 실효 부담이 커져 수익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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