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허(虛)와 실(實)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2025. 12. 1. 17: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정부가 내놓은 '서울대 10개 만들기'구상은 지역 균형 발전의 해법을 제시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교육계 안팎에서 의문이 깊다.

무엇보다 '서울대'라는 이름을 늘린다고 그곳이 곧 '서울대'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서울대'의 경쟁력은 브랜드가 아니라 오랜 연구 축적, 교수진의 역량, 치열한 대학원 생태계라는 비물질적 기반에서 나온다.

이는 행정 결정으로 이전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성격이다.

결국 '10개'라는 수는 상징에 가깝고 실체는 불투명하다.

둘째, 정책의 속도가 현실을 뛰어넘고 있으며 구체성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어떤 분야를 어디에 설치하고, 어떤 교수진을 어떻게 유치하며, 해당 지역 산업과 어떤 방식으로 연계할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대학 설립은 공간을 확보하고 예산을 투입한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학문 철학, 연구 전략, 사람을 모으는 힘이 함께 설계되어야 하는데, 현재 발표는 '분교 확대'라는 구호를 제외하면 실질적 내용이 비어 있다.

셋째, 이 정책이 지방대 위기를 해결할 구조적 해법이 되기 어렵다.

청년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약화, 취업 기회 부족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울대'간판 하나가 지역의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는 없다.

오히려 기존 지역대학을 더 위축시키고 지역의 고등교육 생태계를 흔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정책이 던지는 문제의식 자체는 가치없는 게 아니다.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교육 수준 제고는 국가적 과제다.

특히 국가가 '지역 고등교육의 질 제고'라는 과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문제는 방법이다.

해법은 '서울대 복제'가 아니라 '지역대 역량 강화'에 있다.

지역대학의 연구 인프라를 확충하고, 학과 구조를 지역산업과 연계하며, 우수 교수와 학생이 지역에서 머물 수 있는 생활·문화·일자리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다.

결국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서울대를 늘리는 것이 문제 해결인가, 아니면 고등교육 전체를 새로 설계하는 것이 해법인가?"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대학 간판의 복제가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우수한 교육과 연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고등교육 시스템의 재건'이다.

이 질문을 외면한 채 '서울대 10개'라는 구호만 반복한다면, 정책은 또 하나의 정치적 이벤트로 끝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