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사랑' 일본인, 엔저 탓에 바꾼 선택은…

일본은 '애플 천하'라고 불릴 만큼 일본인의 아이폰 사랑은 각별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엔화 추락으로 새 아이폰 가격이 너무 비싸지자 중고 아이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로이터가 8일 보도했다.
올해 엔은 달러를 상대로 32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리는 데 반해 일본은 통화완화 정책을 유지하면서 미일 금리 차이로 엔화 가치가 올해 들어서만 20% 넘게 추락했다.
이에 일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쪼그라들고 중고제품 시장이 활기를 띠는 등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특히 중고 아이폰 수요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엔화 추락으로 아이폰 가격이 대폭 뛰면서 소비자들은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 7월 애플은 급격한 엔저 현상을 반영해 일본에서 아이폰13 시리즈 가격을 최대 20% 올렸다. 신제품인 아이폰14 시리즈의 최저가 모델 역시 1년 전 아이폰13 기본모델보다 20% 비싸져 11만9800엔(약 113만원)으로 책정됐다.
일본 종합상사 이토츠에서 온라인으로 중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판매하는 사업부인 빌롱의 이노우에 다이스케 대표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10만엔은 휴대폰 구입에 있어 높은 심리적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빌롱의 중고 스마트폰 거래사이트 '니코스마'에서 월 평균 판매량은 애플이 7월 가격을 인상한 뒤 약 3배 증가했다.
니코스마의 10월 중고 아이폰 판매 순위에 따르면 아이폰8(64기가), 아이폰SE2(64기가), 아이폰SE3(64기가) 순으로 많이 팔렸고, 가격은 2만2000엔~5만엔(20만원~47만원) 수준이었다.
일본 회사원인 나가세 가오루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휴대폰을 바꿨지만 아이폰14 시리즈가 너무 비싸서 2020년 출시된 아이폰SE2 중고 제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가 10년 간다면 모를까 10만엔 넘는 돈을 주고 아이폰14를 사는 건 무리"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MM리서치는 가격 인상 후에도 일본 내 아이폰14 시리즈 가격은 애플이 온라인 스토어를 운영하는 37개국 가운데 가장 저렴한 편이라면서도, 엔화가 더 떨어지면 애플이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고 현재 50%를 넘는 애플의 시장 점유율도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공시자료에 따르면 엔저 영향으로 지난 9월24일까지 1년 동안 일본 내 매출은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카 매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아이폰 매출은 우리 전망치를 뛰어넘는 호조세를 보였다"고 평가하면서도 "환율 요인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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