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10억 넘었는데…신생아 특례대출 ‘9억 기준’ 현실괴리 논란

반짝 흥행 후 인기 뚝, 신혼부부 몰린 서울·수도권 집값 대비 낮은 주택가액 기준 원인
[사진=뉴시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내놓은 신생아 특례대출(이하 특례대출)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출산 기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정책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 많다. 특례대출을 제공하는 주택가액 기준 때문이다. 주택가액 기준이 신혼부부가 거주하는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세에 크게 못 미치다 보니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공급액 역시 5개월 동안 올해 전체 예산의 10% 조금 넘게 집행되는 데 그쳤다.

서울·수도권 ‘9억 이하’ 집 자취 감췄는데 ‘9억 이하’ 집만 저리로 돈 빌려주는 저출산 대책

신생아 특례대출은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으로 올해 2월 내놓은 정책 모기지다.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 출산한 무주택가구가 대상이며 부부합산 소득 1억3000만원 이하 가구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최대 5억원까지 시중 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 수준은 개인 신용도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연 1.6%~3.3% 수준으로 책정된다. 소득기준의 경우 올 3분기부터 부부 합산 2억원 이하, 내년부터는 2억5000만원 이하 등 점진적으로 완화될 예정이다.

그런데 최근 신혼부부들 사이에선 현실적으로 정책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와 주목된다. 소득이 많다고 정책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상식적인 소득기준이 완화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현실과 맞지 않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9억원 이하’로 설정된 주택가액 기준이다. 청년 신혼부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서울·수도권의 경우 9억원 이하로 아이를 키울만한 집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에 가깝다는 주장이 많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안수정 씨(33·여)는 “재작년에 결혼식을 올리고 현재는 임신 중이다”며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 보니 전세 계약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 특례대출을 받아 집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주변 집값을 보고는 이내 마음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선 9억원 이하로는 아이를 키울만한 집을 구하기가 어려웠고 경기도 역시 외곽을 제외하곤 전부 9억원이 넘어 출·퇴근 때문에 결국 포기했다”며 “그냥 서울에서 전세나 반전세로 구할 계획인데 주거비 문제를 생각하면 아무래도 둘째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앞서 2013~2022년 결혼을 앞둔 20대 청년의 서울·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59만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지난해 서울·수도권 인구 비율은 50.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수도권 거주 청년세대가 갈수록 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문제는 집값이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9490만원에 달했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성남, 수원, 과천, 용인 등 경기도 주요 지역의 평균 집값 전부 9억원을 웃돌고 있다.

정책을 활용하고 싶어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정책 활용률도 예상과 딴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안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주택구입자금 대출 소요 예산 34조9000억원 중 26조6000억원 가량이 신생아 특례대출에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공급액은 예상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정책이 본격 시행된 올 2월부터 6월까지 5개월 간 신생아특례대출 공급액은 총 3조9820억원에 머물렀다.

▲ 젊은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유명한 동탄신도시 전경. ⓒ르데스크

매입 자금 대출액 2조9001억원, 전세 대출 대출액은 1조819억원 등이었다. 당초 국토부의 예상 소요 금액의 14% 만이 집행된 것이다. 5개월간 실적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저히 적은 수준이며 지금과 같은 추이대로라면 올해 신생아특례대출 공급액은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칠 것으로 추산됐다. 신생아특례대출 제도의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집값의 유동성을 감안해 부동산 관련 대출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소득이나 주택가액, 주택규모 등의 기준을 없애는 대신 차주의 상환 능력이나 실거주 의무 등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대출 관련 정책에 있어 금액 기준을 산정해버리면 저렴했던 주택도 기준가액 수준으로 올라 버린다”며 “자연스레 전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신행아 특례대출의 경우 정책 취지가 저출산 문제 해결에 있는 만큼 불필요한 기준을 없애고 자격, 상환능력 등 기준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과 같이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운다면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자칫 정부의 저출산 문제 해결 의지까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