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 시장
정부, 2038년까지 40조 투자
국내 빅 3 ESS 전환 속도 가해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중국이 약 7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위치를 굳히고 있지만, 한국이 이에 맞서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정부는 2038년까지 총 40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국내 ESS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정책을 구체화해 ESS 관련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며,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들도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산 ESS 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7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3 사인 LG에너지설루션, 삼성 SDI, SK온은 미국 내 생산 시설 확충과 현지 공급 계약을 확대하며 ‘K-배터리’ 위상을 높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에 대해 40.9%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한국산에는 10% 관세를 적용하면서 미국 내에서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점이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기회 요인으로 작용하며 향후 2~3년 내 미국 ESS 시장 점유율이 한국산이 50%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업무보고에 따르면 정부는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을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이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는 ESS 인프라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121.9GW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ESS 설비도 최소 23GW 추가 설치가 필요해 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ESS 구축에 수십조 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ESS 관련 기술 개발 및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집중한다. 주민 수용성 제고, 이익 배분 확대, 가상 발전소(VPP) 활성화 등으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특히 RE100 산단 조성 등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전기 구매 계약(PPA) 제도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데도 속도를 낸다. 이는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협력사에 RE100 이행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출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 요소로 작용한다.

LG에너지설루션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규모 생산 체제를 갖췄다. 삼성 SDI와 SK온 역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ESS용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 SDI는 미국 최대 전력회사 넥스트에라에너지와 6.3 GW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독일의 ESS 제조업체 테스볼트에도 일체형 배터리 제품을 공급한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현지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충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안도 한몫한다.
미국 상원은 배터리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적용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의 법안을 논의 중이며, 이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안정적인 보조금 혜택을 받으며 북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한다.

동시에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세제 혜택 제한과 관세 강화는 한국 기업에 반사 이익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국내 배터리 3 사의 올 2분기 실적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3 사가 ESS 수주에 열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원전 활용을 함께 고려하는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ESS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ESS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변동성을 해소하는 핵심 인프라로 정부 차원의 지원이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 배터리 3사의 북미 등 해외 생산 거점 확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벌 ESS 시장은 재생에너지 확산과 AI 데이터센터 증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대비 150% 이상 배터리셀 출하량이 증가했으나, 중국이 여전히 9개 업체를 독식하며 상위권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 SDI만이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앞으로도 미국 내 생산 확대, 전략적 투자,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세계 ESS 시장에서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가 맞물리면서 ‘K-배터리’가 중국에 이어 1조 원대 ESS 시장에서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흐름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친환경 산업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산업부는 앞으로도 ESS와 재생에너지 산업을 중점 육성하며 탄소중립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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