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바마을 퀸가비> 제작 PD 여진솔(일명 슬픔이 PD), 유화연에게 퀸가비란?

독보적인 캐릭터 ‘퀸가비’의 뒤에는 '피디 like' 여진솔(일명 슬픔이 PD), 유화연 PD가 있다. '구독자 매니절'들이 좋다면 뭐든 좋다는 그들과 나눈 이야기.


<디바마을 퀸가비> 제작 PD 여진솔, 유화연 인터뷰

콘텐츠 홍수 시대에 ‘페이크 다큐’라는 새로운 장르로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디바마을 퀸가비>. 독보적인 캐릭터 ‘퀸가비’ 뒤에는 이를 더 빛나게 해주는 커들리 스튜디오의 공동대표이자 <디바마을 퀸가비>를 공동 제작 중인 두 PD가 있다.

“저 혹시 목소리랑 얼굴이 잘 매치되나요?” 인터뷰 시작 전 수줍게 질문을 건넨 여진솔 PD(이하 슬픔이 PD)와 옆에서 은은한 미소를 띠는 유화연 PD를 만났다.

<디바마을 퀸가비> 제작 PD들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는지 궁금하다.
진솔 정신없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기획 회의로 하루를 다 보낼 때도 있다.
화연 회의를 시작하면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실 때까지 1차, 2차, 3차 회의가 계속된다. 그렇게 회의를 해도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도 있고, 잠들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생각해낸다. 참, 어제 나 자기 전에 생각난 거 있는데! 진솔PD, 이따 말해줄게요.(웃음)

잠자는 시간 말고는 계속해서 영감을 얻기 위해 노력하나 보다. 다행히도 그 노력이 빛을 발하는 중이다. <디바마을 퀸가비> 시리즈가 날이 갈수록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지금의 뜨거운 반응을 예상했을까?
진솔 같은 시기에 여러 프로그램 제작 의뢰를 받았다. 그중 <디바마을 퀸가비>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왜냐면 가비가 잘할 게 이미 눈에 보였거든.(웃음)
화연 1화를 업로드하면서 내부에서는 편집본을 몇 번이고 돌려볼 정도로 재밌었는데 생각보다 조회수가 안 나와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알고리즘이 터졌고 한 달 쉬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당시의 시즌 종료 행보는 뒤늦게 터진 인기를 예상 못한 채 이미 내려진 결정이었다.

‘퀸가비’는 가비가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오래도록 아껴둔 캐릭터라고 들었다. 완벽한 캐릭터 설정과 더불어 연출, 배경 음악, 편집 덕에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 댓글로도 연출에 대한 칭찬이 끊기지 않는데 제작자의 입장에서 들려줄 수 있는 <디바마을 퀸가비>의 제작 비하인드가 있을까?
화연 많은 분들이 우리 시리즈를 분석하며 “그 시절 ‘온스타일’, ‘엠넷’ 감성이 난다”고 하시는데 사실 우리가 레퍼런스로 삼은 건 넷플릭스 시리즈인 <투 핫>, 디즈니 플러스 <카다시안 패밀리>다.(웃음) 우리의 추구미는 넷플릭스였는데 도달미가 온스타일, 엠넷이었던 거지.(웃음) 그렇지만 ‘구독자 매니절’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뭐든 좋다. 그리고 BGM은 진솔 PD 덕을 많이 봤다.
진솔 그건 맞다. 마침 내가 흑인 음악 동아리 출신이다.(웃음) 기존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음악 포맷과는 다른 BGM을 찾고 싶어 초기에 배경 음악을 세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오만가지 음악을 다운받아서 세분화하는 작업을 거쳤고 흑인 음악 동아리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현재의 <디바마을 퀸가비> 배경 음악을 세팅했다.

자막 센스에 대해서도 언급이 끊이지 않는다.
진솔 퀸가비가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사용하다 보니 자막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던 때에 화연 PD가 아이디어를 냈다. <고려 거란 전쟁>을 보면 몽골 사람들이 한국어와 몽골어를 섞어 쓸 때 화면 위에 자막으로 ‘몽골어로’, ‘한국어로’와 같은 자막이 뜬다며 우리도 그렇게 해보자 했다. 그렇게 가비가 영어로 말할 때 ‘영어로’ 자막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쾌한 음악이 나올 땐 ‘경쾌한 음악’, 심각한 음악에는 ‘심각한 음악’을 써봤는데 진짜 경쾌하고 심각해 보이는 거다! 그래서 지금은 화면 위의 자막을 적극 활용 중이다.

<고려 거란 전쟁>에서 얻은 아이디어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자막이나 연출과 더불어 강철 멘탈 피디와 유리멘탈 가비의 케미 구도에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고 있지 않나. 극외향적인 가비와 극내향적인 PD의 텐션 차이에서 오는 ‘단짠’ 케미가 상당한데 이 연출은 처음부터 의도된 것인지 궁금하다.
진솔 어느 정도는 의도됐지만 이렇게까지 비중이 높진 않았다. 최근 내 분량이 늘어난 것에 대한 고충은 좀 있다. 그래서 작가님에게 분량을 줄여달라고 요청드리기도.(웃음)
화연 진솔 PD가 심지가 곧다고 해야 하나, 어떤 말을 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잘 안 흔들린다. ‘네가 월드 스타든 말든 난 할 말 한다’ 뭐 이런 식? 그런 단단함이 목소리만으로도 느껴지나 보다. 무엇보다 가비님이 그런 진솔 PD를 귀여워해서 말을 더 걸고 장난을 친다. 진솔 PD가 혼자 중얼대면 가비님이 캐치해서 놀린다. 근데 또 진솔 PD는 안 흔들린다. 아주 뚝심 있는 캐릭터다.

정작 진솔 PD는 웃기려고 의도한 게 아니라 더 웃긴 것 같다.
진솔 맞다. 의도는 없다. 최근에는 좀 의도가 생기긴 했지만.(웃음) 그리고 내 목소리를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몰랐다. 예전 회사에서 자기 소개할 때면 팀장님이 ‘입에 사탕 물고 있냐’ 묻거나 택시 기사님이 ‘외국인이냐’고 물어볼 정도로 목소리에 대한 피드백을 많이 들어 목소리를 바꿔보려고도 했다. 목소리 교정 학원을 알아볼 정도로 진지했다. 그런데 퀸가비를 하며 사람들이 내 목소리를 좋아하고 재밌다고 해주니 “그래, 이게 나야!” 하며 자신감을 찾았다.

<디바마을 퀸가비>가 앞으로 펼칠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해 조금만 스포한다면?
화연 요즘 퀸가비의 독립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 퀸가비가 가졌던 그 ‘당당함’말이다. 전 남친 그렉은 이제 놔주고 당당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

그럼 여진솔 PD와 유화연 PD는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은가?
화연 얼마 전 사수 선배가 ‘화연아 너를 정의하려 하지마’라며 조언해줬다. 결국 나를 정의하는 순간 나는 그거밖에 안 된다더라. 지금까지 PD로 일하며 ‘PD는 반드시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다. 근데 나는 그렇게 안 살았다. 방송도 했다가 유튜브도 해보고 ‘재미’ 하나만 바라보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렇게 <싱글즈>와 인터뷰도 하고 있지 않나. 그저 재미있는 콘텐츠를 계속 만들고 싶다. 어떠한 틀을 정하지 않은 채로.
진솔 너무 공감한다. 하나에 얽매이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아우르는 게 우리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음악 예능?
화연 뭐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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