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는 왜 한국에서 FA-50 100대를 도입하려 하나?

조회 61,9622025. 4. 18.

사막의 강국 이집트가 아시아의 신흥 방산 강자 한국과 다시 한번 손을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 지역의 방위산업 소식을 전하는 Defense Web은 지난 4월 15일 기사에서, 이집트의 주한 칼레드 압델라만 대사가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생산하는 FA-50 경공격기를 최대 100대까지 구매하는 계약이 임박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계약에는 단순한 항공기 구매를 넘어 기술 이전까지 포함되어 있어, 피라미드의 나라가 항공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전망입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사막을 날다


FA-50은 미국 록히드마틴의 F-16과 70%의 부품 호환성을 자랑하는 경공격기로, 이집트 공군이 현재 운용 중인 노후화된 알파젯과 K-8E 훈련기를 대체하게 됩니다.

Defense Web에 따르면 이집트는 우선 약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 규모의 36대를 도입한 후, 성능 평가를 거쳐 추가 구매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2년 당시 강웅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이사회 의장(사진 왼쪽)과 목타르 압델 라티프 이집트 국영 아랍산업화기구(AOI) 회장이 이집트에서 FA-50 훈련기 제작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집트 국영 아랍산업화기구)

흥미로운 점은 이 계약이 단순한 '구매'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최종적으로 100대 전체 계약이 성사될 경우, 그 중 약 70대는 2023년 초 KAI가 이집트 국영기업인 아랍산업기구(AOI)와 체결한 협약에 따라 이집트 헬완에서 직접 생산됩니다.

이는 고대 피라미드를 건설했던 이집트인들의 손으로 이제 한국의 첨단 전투기를 조립하게 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집니다.

러시아도, 미국도 아닌 한국을 선택한 이유


"왜 하필 한국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집트의 복잡한 지정학적 현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집트는 오랫동안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로부터 무기를 구매해 왔습니다.

이집트가 보유중인 SU-35

2015년 프랑스 라팔 전투기 24대, 2018년 러시아 Su-35 전투기 24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으로부터는 F-16 전투기를 200대 이상 도입해 운용 중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공급원을 가진 이집트가 이제 한국을 선택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습니다.

한국산 FA-50은 서방의 고가 전투기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현대전에 필요한 기본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당 가격이 약 3,000만 달러로, 최신형 F-16의 6,000만 달러나 라팔의 1억 달러에 비해 경제적입니다.

그러면서도 정밀 유도무기 운용 능력, 현대적인 레이더, 디지털 조종석 등 필수적인 현대 전투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죠.

필리핀이 운용중인 FA50

더 주목할 점은 한국이 기술 이전에 보인 유연한 태도입니다.

미국은 F-16 판매 시 엄격한 기술이전 제한을 두었고, 러시아는 Su-35 판매 시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 계약 이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FA-50의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는 2022년 알시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선언한 "자국 방위산업 육성" 목표와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또한 한국산 무기는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미국 무기는 인권 조건과 연계되며, 러시아 무기는 서방의 제재 위험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상대적으로 '중립적' 공급자로 인식되어, 동서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이집트의 외교 전략과도 부합합니다.

'한강의 기적'을 나일강에서 재현하려는 야망


2025년은 한국과 이집트가 수교 3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이 30년 동안, 특히 최근 10년간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습니다.

2022년 이집트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에서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년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 및 무역 협력을 위한 포괄적 협정에 서명했습니다.

2017년 중고 포항급 초계함 '카이로함'이 이집트 해군에 인도된 이후, 2023년에는 16억 6천만 달러 규모로 한화 K9 자주포 약 216대, K10 탄약 보급차량, K11 사격 지휘통제차량 51대 구매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폐허에서 출발해 글로벌 경제 강국으로 성장한 한국의 경험은, 유사한 국가적 도약을 꿈꾸는 이집트에게 매력적인 발전 모델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집트는 최근 "이집트 비전 2030"이라는 국가 발전 계획을 추진하며 제조업과 방위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방위산업 발전 모델은 이 계획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되고 있으며, 양국 국방 산업체 간 인적 교류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KAI-이집트 협력, 더 넓은 지평으로


FA-50 계약은 양국 간 방산 협력의 최신 사례일 뿐, 끝이 아닙니다.

이미 양국은 더 광범위한 경제 협력으로 관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2년 8월 한국수력원자력은 러시아 로사톰 자회사와 함께 2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이집트 첫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2023년 8월에는 삼성전자가 이집트 정부로부터 '골든 라이선스'를 획득해 베니수에프에 대규모 가전제품 생산 시설을 건설 중입니다.

삼성 이집트 가전제춤 생산 공장

이러한 협력 확대는 이집트가 한국을 단순한 무기 공급국이 아닌, 포괄적인 경제 발전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집트는 한국의 기술력과 산업 노하우를 자국 발전에 접목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FA-50, 이집트 하늘을 지배할 준비


이집트의 FA-50 도입은 지역 안보 상황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리비아 내전, 수단 사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분쟁, 지중해 가스전 갈등 등 이집트는 다양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FA-50은 비용 효율적인 운용이 가능하면서도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어, 국경 지역 감시부터 대테러 작전까지 다양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집트의 넓은 국경을 감시하는 데 있어, 고가의 중형 전투기보다 다수의 경공격기를 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FA-50

또한 FA-50은 조종사 양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집트 공군은 현재 초등훈련기에서 바로 F-16과 같은 고성능 전투기로 넘어가는 '훈련 격차'가 있었는데, FA-50은 이 사이를 메우는 완벽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불확실한 세계 속의 새로운 동맹


글로벌 지정학이 급변하는 가운데, 이집트와 한국의 이번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전략적 의미를 가집니다.

이집트는 전통적인 강대국 의존에서 벗어나 외교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한국은 방산 수출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FA-50 계약이 최종 성사된다면, 이는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에서 한국 방산업체의 위상을 크게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미 중동에서는 UAE, 이라크가 한국산 무기를 도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대규모 방산 협력이 논의 중입니다.

4월 16일 한국을 방문한 UAE 아잔 알누아이미 AWC 사령관

한-이집트 수교 30주년을 맞는 2025년, 양국은 방산 협력을 축으로 더욱 심화된 관계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라미드의 지혜와 한강의 기적이 만나 만들어낼 시너지는, 앞으로 국제 무대에서 주목할 만한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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