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로 소비 끌어들이고, 봉관으로 빗장 푼다… 中하이난 실험 가속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2026. 4. 14. 14: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심 면세점, 韓보다 저렴한 韓제품도
“해외 대신 하이난” 쇼핑 수요 돌린다
봉관으로 빗장 해제… 외자 유치 노려

‘면세 금값 1g당 1271위안. 세금 포함 시 1g당 1450위안’

14일 오전 10시(현지시각) 중국 대표 관광지 하이난(海南)의 하이커우(海口) 국제면세점 1층에 위치한 금 주얼리 브랜드 저우다푸(周大福) 매장에 들어서자 이런 내용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1돈 기준으로 보면 본토 백화점 매장보다 약 15만원 저렴한 수준이다. 매장 관계자는 “면세 제품이지만 하이커우 공항이 아니라 매장 구매 후 바로 제품을 수령해 개봉해도 된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하이난성 하이커우국제면세점의 한 명품 잡화 매장 앞에 하이난 면세 정책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 공항 아닌 도심으로 옮겨 온 면세쇼핑

매장 입구엔 하이난 면세 정책을 안내하는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안내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2025년 11월부로 하이난 면세 정책을 전면 개편함에 따라, 하이난섬을 떠나는 일정이 확인된 18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인당 연간 10만위안(약 2175만원) 한도로 면세 쇼핑을 할 수 있다. 상품 종류는 총 47개 카테고리로 늘어났으며, 2만위안(약 435만원) 이하 상품 구매 시엔 하이난 밖으로 반출한다는 조건하에 공항이 아닌 매장에서 즉시 수령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의 안내판은 명품 잡화, 시계, 스포츠웨어, 전자제품 등 품목 가릴 것 없이 모든 매장 문 앞에 붙어 있었다.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특산품인 정관장 홍삼 제품의 경우, 면세에 추가 할인을 적용받으면 한국 면세점보다 저렴하고 온라인 최저가와 비슷한 가격이었다.

현재 하이난에는 하이커우를 비롯해 싼야(三亚), 보아오(博鳌) 등에도 이러한 도심 면세점이 있다. 면세 쇼핑이 공항 중심에서 벗어나 관광지 중심으로 옮겨온 모습이다. 이런 조치는 해외로 빠져나가던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과 일본, 유럽 등지로 향하던 중국인의 원정 쇼핑 수요를 하이난으로 흡수해 내수로 전환하겠다는 계산이다.

14일 오전 하이난성 하이커우국제면세점에 고가 화장품이 면세 및 할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모습.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 섬 전체 ‘봉관’으로 확장된 개방 실험

하이난 정책의 핵심은 단순한 면세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 당국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하이난 ‘봉관(封关)’ 체제를 시작해 섬 전체를 중국 본토와 분리된 특별 세관구역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이난 내 통관과 행정절차를 간소화해 상품과 자본, 인력 이동을 보다 자유롭게 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하이난 자유무역항 구축의 일환으로, 해외와의 무역은 대폭 개방하면서도 중국 본토 시장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이난과 본토 간 거래는 엄격하게 관리한다.

보도에 따르면 봉관 시행으로 하이난에 반입되는 대부분의 상품에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면제된다. 무관세 품목은 기존 1900여개에서 전체 세목의 74%에 달하는 6600개까지 크게 늘었고, 수입 원자재를 들여와 현지에서 가공해 부가가치를 30% 이상 높일 경우 완제품을 본토에 판매할 때도 관세를 면제하는 ‘가공증치(加工增值)’ 제도도 도입됐다.

이 같은 제도는 소비 촉진을 넘어 외자 유치와 산업 육성을 겨냥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 제한되던 서비스업과 본토에서 승인되지 않은 의약품 사용이 일부 허용되고, 세금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과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본토에선 25%인 법인세율이 하이난에선 15%로 적용되며, 경영진이나 기술 인력 개인소득세율도 본토보다 우대해주고 있다.

14일 오전 하이난성 하이커우국제면세점 1층. /하이난(중국)=이은영 특파원

이 같은 정책은 중장기 경제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지난달 양회(两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과한 제15차5개년계획(2026~2030년)은 내수 소비를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고, 대외 개방 확대와 첨단 제조업 육성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하이난 봉관은 면세를 앞세워 소비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내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무관세와 세제 혜택으로 외자기업을 유치해 대외 개방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100일 성과에도 ‘지속 가능성’ 과제

중국 관영 환구시보에 따르면 봉관 시행 이후 하이난의 인적 유입과 무역, 투자 규모 증가세가 확인됐다. 봉관 후 100일 동안 하이난의 무비자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54.2% 늘었고, 수출입 총액은 32.9% 증가했으며, 신규 외자기업 수는 30% 이상 증가했다. 한국 기업 6곳도 신규 투자를 결정했다.

다만 정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하이난의 제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외국인 투자 감소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기대만큼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하이난이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경쟁 무역 허브 수준에 도달하려면 훨씬 광범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응초우빙 말레이대 교수를 인용해 “하이난 정책은 법적 측면에서 매우 진전됐지만, 여전히 중국 내에서도 주변 지역으로 인식되는 한계가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