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반도체’ 삼성전자 前 임원이 ‘이재용’에 전한 한마디

출처 : 삼성전자

진대제 삼성전자 전 사장
“관료화된 조직문화 바꿔야”
이재용의 ‘뉴삼성’ 주목해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과거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재직한 것으로 알려진 ‘미스터 반도체’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이자 ‘미스터 반도체’라 불리는 진대제 삼성전자 전 사장이 삼성의 위기론을 야기한 원인으로 ‘관료화된 조직문화’를 지적한 것이다.

지난달 11일 필리핀·싱가포르 경제사절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평소 취재진에게 ‘고생이 많으시다’ 등의 인사를 건네곤 했던 모습과 달리 침묵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몇 달 사이 삼성 위기론이 곳곳에서 언급되는 현재의 우려를 인식한 행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잠정 실적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가 5만 원 선으로 주저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제 전문가, 법조인, 역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삼성의 위기론을 언급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삼성 위기론’은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출처 : 뉴스 1

특히 과거 삼성전자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진대제 전 사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이는 지난 15일 진대제 전 사장이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발언한 것이다. 이날 진대제 전 사장은 삼성의 위기를 야기한 원인으로 관료화된 조직 문화를 꼽았다.

과거 우리나라 반도체 신화의 주인공이자 ‘미스터 반도체’라 불리던 진대제 전 사장은 세계 최초로 16MB, 256MB D램 개발을 이끌며 삼성전자 반도체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다. 이어 그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에 대해 “치열한 회의 문화와 정보 공유 분위기, 추진력이 없어졌다”며 “한마디로 관료화된 것”을 문제로 꼽았다.

당초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 반도체 세계 1위로 자리 잡은 뒤 사장부터 과장까지 100여 명이 한데 모여 치열하게 토론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현재 이런 조직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출처 : 삼성전자

진대제 전 사장은 이에 대해 “세계 1등이 되려면 경영진부터 실무진들까지 모두 각자 세계 1등이어야 한다”며 “그렇게 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분위기가 삼성에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즉, 진대제 전 사장은 삼성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1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족쇄가 풀릴 시기에 도달했다고 평가한 것이다.

특히 그는 현재의 삼성에 대해 “모든 사람이 소통하면서 우리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세세한 내용까지 공유했다. 결론을 내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라고 회상하며 “실패하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치열한 회의 문화와 정보 공유 분위기, 추진력이 없어졌다. 한마디로 관료화됐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즉,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쟁력 약화의 근본적인 원인이 조직문화에 있다는 뜻이다. 앞서 이재용 회장은 이와 같은 맥락의 조직문화 문제를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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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설계부터 공정 개발, 양산까지 모든 반도체 생산 체계를 꿰뚫고 있었다. 이들을 일명 ‘핵심 코어그룹’으로 불렀다”라며 “중국에서 핵심 코어 인재만 노리고 스카우트하자, 삼성은 2000년대 이후에는 한두 사람이 모든 문제를 알지 못하도록 조직 구조를 바꿨다. ‘기술 통합 정책’에서 ‘기술 분산 정책’으로 경영 방침을 바꾼 것인데, 실책이었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는 핵심 코어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해 변경된 경영 방침이 결국 삼성의 위기론을 이끈 실책이었다는 평가다. 이어 진대제 전 사장은 “한국에서는 삼성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요구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된다. (삼성은 이미) 많은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히며 그동안 삼성전자에 1등 기업이라는 족쇄를 걸었던 게 원인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출처 : 뉴스 1

한편, 지난달 27일 취임 2주년을 맞는 이재용 회장은 위기 속 그룹의 내실을 다지기 위해 활발한 국내외 경영 행보를 보이며 ‘뉴삼성’ 선봉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재계에서는 그가 조만간 위기 돌파를 위한 전면 쇄신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그가 선보일 위기 타개 방안에 이목이 쏠린다.

다만, 이재용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평가가 우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올해 초 이재용 회장이 1심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등기이사 선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검찰이 항소하면서 사법 리스크는 또 한 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이에 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해체됐던 미래전략실의 부활과 등기이사 복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전략실은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던 조직이며,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9년 이후 5년째 미등기 이사 신분을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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