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이식이 불가능한 장기일까

SF 영화에서는 인간의 뇌를 다른 몸에 옮겨 새 삶을 얻는 장면이 나오지만 현재 기술로 뇌 이식은 불가능하다. 단순히 수술이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인간 신경계의 구조 자체가 뇌 이식을 거의 허용하지 않는다. 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동물실험과 척수 재생 연구를 이어왔지만, 뇌만큼은 아직 이식 가능한 장기의 범주에 들지 못했다.

혹자는 뇌 이식을 머리 이식과 혼동하기데, 의학적으로 전혀 다른 개념이다. 뇌 이식은 말 그대로 뇌만 꺼내 다른 사람 몸에 연결하는 것이다. 반면 머리 이식은 뇌와 뇌간, 일부 척수를 포함한 머리 전체를 다른 몸에 붙이는 방식이다.

이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뇌만 이식하려면 뇌간과 척수, 수많은 뇌신경을 완벽히 다시 연결해야 한다. 현재 기술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척수다. 뇌는 척수를 통해 몸 전체와 연결된다. 감각, 운동, 자율신경 신호가 모두 이 통로를 지나간다. 머리를 다른 몸에 붙이는 이식은 이보다는 쉬운 것으로 간주되나, 역시 유의미한 성과는 얻지 못했다.

간이나 신장, 심장 등 다양한 장기가 이식되는 시대지만 뇌는 아직 기술적 장벽이 높다. <사진=pixabay>

뇌나 머리 이식이 어려운 이유는 많다. 일단 인간의 중추신경계는 한 번 손상되면 거의 재생되지 않는다. 팔이나 다리의 말초신경은 어느 정도 되살아나지만 척수는 다르다. 성인의 척수 세포는 손상 후 다시 자라나는 능력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탈리아 신경외과의사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 연구팀은 2016년 ‘척수 융합의 신경학적 근거(Neurologic foundations of spinal cord fusion)’라는 실험 보고서를 내고 척수를 화학물질과 전기 자극으로 이어 붙이는 이론적 방법을 제시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가능성을 제안하는 수준으로, 실제 완전히 절단된 인간 척수를 정상으로 이어 붙인 사례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없다.

척수는 수백만 가닥의 초미세 전선 다발과 같다. 이를 끊었다 정확히 원래 위치에 다시 연결해야 한다. 문제는 각 신경의 연결 위치가 매우 복잡하고, 조금만 어긋나도 운동·감각 신호가 망가진다.

뇌는 복잡한 신경계 다발이 통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현재 기술로는 완벽한 이식이 불가능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뇌가 산소 부족에 극도로 취약한 점도 이식이 어려운 요인이다. 뇌는 인체 전체 에너지의 약 20%를 사용하는 기관이다. 산소 공급이 몇 분만 끊겨도 신경세포가 대량 죽는다.

장기 이식 시 흔히 나타나는 면역계통의 거부 반응도 뇌에는 치명적이다. 장기 이식은 기본적으로 면역과 싸움이다. 우리 몸은 외부 조직을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기 때문이다.

일부 학자는 뇌가 면역 반응과 별개인 기관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최근 연구에서 뇌 역시 강한 면역 반응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몸 전체를 바꾸는 수준의 이식에서는 혈관, 림프계, 신경계가 동시에 충돌한다. 특히 뇌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기억, 인지, 감정 기능 자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다.

인간의 머리 이식 가능성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이탈리아 신경과학자 세르지오 카나베로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ead Transplantation: The Future Is Now | Dr.Sergio Canavero | TEDxLimassol' 캡처>

여러 장벽에도 뇌나 머리 이식 실험은 활발하게 진행돼 왔다. 미국 신경외과의사 로버트 J.화이트는 1970년 원숭이 머리를 다른 원숭이 몸에 연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수술을 받은 원숭이 일부는 음식을 씹어 삼킬 수 있었고, 뇌파 검사에서도 뇌가 각성한 것이 시사됐다. 다만 9일 이상 생존한 개체는 없었다.

이 실험에 영감을 받은 세르지오 카나베로는 2013년 세계 최초의 인간 머리 이식술 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윤리적 및 과학적 관점에서 광범위한 반발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카나베로는 2017년 11월 사람 시신 두 구를 기증받아 세계 최초의 인간 머리 이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뇌 이식은 기술적 장벽 외에 윤리, 철학, 법률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A라는 공여자의 뇌를 B에 이식할 때, 수혜자는 과연 A인지 B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실제로 머리 이식 논쟁에서는 정체성은 몸이 아니라 뇌에 있다는 주장과 신체 전체 경험이 인간 자아를 구성한다는 주장이 충돌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설령 뇌 이식이 가능해져도 사회적 합의는 훨씬 늦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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