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잘되는 약?"…ADHD 치료제, 오용하면 '뇌 착각' 부른다 [팩트진찰대]

최근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제를 집중력을 높여주는 '학습 보조제'처럼 오용하는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본래 주의력과 자기 조절 기능을 돕는 전문의약품이 학습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잘못 알려지면서 무분별한 투약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오수환 교수(삼성창원병원)는 "ADHD 질환이 없는 사람이 약물을 복용했을 때 학습 능력이나 이해력, 장기기억력이 향상된다는 명확한 근거는 없으므로 실질적인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ADHD 치료제의 본질적인 치료 원리와 오남용 시 나타나는 위험성, 그리고 약물 없이 집중력을 높이는 건강한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ADHD 치료제의 본질, '각성' 아닌 '뇌 회로 기능 회복'
ADHD 치료제는 단순히 집중력을 높이는 각성제가 아니라, 주의력과 충동·행동 조절 기능이 보다 안정적으로 발휘되도록 돕는 치료 약물이다. 일반적으로 ADHD 환자는 집중력 자체가 없다고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일에는 집중을 잘하면서도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상황에서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특성을 보인다. 이는 주의력과 자기 조절을 포함한 집행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지연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두엽이 제 기능을 하려면 뇌 신경세포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도파민(dopamine)'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충분히 분비되어야 하는데, ADHD 환자는 이 시스템에 불균형을 겪는다.
오수환 교수는 "ADHD 치료제는 전두엽을 비롯해 주의 집중과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뇌 회로에서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 신경전달을 조절해 해당 회로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작용을 거쳐 환자들은 집중력이 향상되고, 과잉행동 및 충동성을 조절하며 안정적인 감정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일시적 '각성 효과'가 불러온 오해
문제는 특정 질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설계된 약물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학습 효율을 높여주는 도구로 오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의학적 진단 없이 집중력을 높일 목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는 행위가 실제 성적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오수환 교수는 "ADHD 치료 약제 중 각성 효과가 있는 정신자극제 계열의 메틸페니데이트 성분 약물이 오용되는 경우가 있다"며, "ADHD 증상이 없는 일반인에게도 일시적으로 각성 수준과 주관적 집중감을 높이고 피로감을 감소시켜 학습 효율이 향상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치료제 본연의 목적은 잊힌 채 단편적인 각성 경험만이 공유되면서 '공부가 잘되는 약'이라는 왜곡된 소문이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분별한 복용이 부르는 부작용
정확한 진단 없는 약물 오용은 신체와 뇌가 성장하는 청소년기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적정 용량을 벗어나거나 불필요하게 복용할 경우, 신경전달 체계에 교란을 일으켜 학업과 일상생활에 오히려 지장을 줄 수 있다.
오수환 교수는 "약물을 과용하는 경우 과도한 각성으로 인해 안절부절못하고 예민해지는 상태가 될 수 있으며, 오용이 반복되면 불안, 과민함, 짜증 등 정서적 불안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신체적으로는 심박수와 혈압 상승이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식욕부진과 함께 체중 감소, 키 성장 속도의 저하를 동반할 수 있다. 나아가 불면증으로 인해 생체 리듬이 깨지면 컨디션 조절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으며, 드물게는 환청이나 망상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생활 습관으로 '뇌 스스로 집중하는 힘' 길러야
이처럼 약물 오용은 부작용의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뇌가 스스로 집중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마저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일시적인 약물의 힘에 기대기보다 평소 뇌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올바른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중심에는 일정한 생체 리듬을 유지하는 규칙적인 수면이 있다. 오수환 교수는 "단순 수면량보다 매일 같은 시간에 기상하여 뇌 활성도를 안정시키는 규칙성이 핵심"이라며, "규칙적인 수면은 뇌의 조절 기능을 유지하는 데 든든한 기초 체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체적 안정은 꾸준한 운동과 몰입을 돕는 환경이 결합될 때 더욱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진다. 오 교수는 "하루 30~60분의 운동으로 신경전달 체계를 안정시키고, 스마트폰 알림 등 불필요한 외부 간섭을 줄여 뇌가 집중하기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생활 습관을 잘 지키는 것이 뇌의 자생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수한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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