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고, 깨뜨리며 생각하기…경기도자미술관 기획전 ‘흙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들’

임창희 2026. 4. 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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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장을 상상하면 아마 대부분이 유물이나 작품이 유리 케이스 안에 들어 있거나, 작품 앞에 접근금지 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최리지 선임학예연구사는 "현대도자가 다양한 예술의 분야에서 확장되고 있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며 "나와 타인의 관계, 공동체 속의 나, 나와 작품, 나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관계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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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0명이 제안하는 신개념 도자 감상법
7월 12일까지…관객 함께 설치작품 마무리

도자기 던지고 달걀 부수고 작품 가져가고
관람객이 남긴 '태움 의례' 열어 완성
포레스트 가드 작가의 '빨래'. 사진=한국도자재단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전시장을 상상하면 아마 대부분이 유물이나 작품이 유리 케이스 안에 들어 있거나, 작품 앞에 접근금지 라인이 쳐져 있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이러한 고정된 전시의 틀을 깨부수는 신선한 형태의 전시가 이천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도자재단이 경기도자미술관에서 오는 7월 12일까지 진행하는 기획전 '흙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들'은 전시 감상법에 대한 고정관념과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전시에서는 국내외 작가 10명이 선보이는 관람객의 참여를 통해 완성되는 설치작품 14점을 만날 수 있다.

작가 포레스트 가드의 작품 '빨래'는 코인빨래방을 연상시키는 세탁기 모형이다. 관람객들은 문이 열린 세탁기에 벗어둔 양말뭉치 모양의 도자기를 던져 넣는다. 양말 도자기가 깨질까 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른들이 던지기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준비된 것이기 때문이다.
홍근영 작가의 '타오르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 일부. 임창희기자

홍근영 작가의 '타오르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는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며 질감과 형태를 느끼고, 또 생각해보는 작품이다. 사람의 얼굴, 신체의 형태를 가진 모뉴먼트(개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물) 작품은 삶과 죽음, 몸과 사물의 관계, 개인과 사회가 맺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갖는다.

도자기로 만든 주먹으로, 도자기로 만든 달걀을 부수는 작품도 있다. 정나영 작가가 선보이는 '부화의 조건'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전복시킨다. 주먹으로 내리쳐 깨진 달걀 속에는 한 줄의 위로 메시지가 들어 있다. '깨짐'의 의미가 파괴가 아닌 내면을 여는 의식이 되는 것으로, 한 줄의 문장이 주는 감정에 대해 알아 볼 수 있다.
 
정나영 작가의 '부화의 조건'. 임창희기자
우관호 작가는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물'한다. 우 작가의 선물은 인간의 본질을 상징하는 어린아이의 두상과 일본의 타누키(너구리) 형상의 도자 오브제다. 관객들은 선택한 오브제를 선물로 받아 가져가고, 그 자리에 자신이 흙으로 만든 선물을 남기게 된다. 또 가져간 작가의 선물을 자신의 일상 공간에서 사진으로 찍어 작가에게 공유하며 작가와 함께 새로운 이야기와 관계를 맺게 된다.
 
우관호 작가의 '선물'. 임창희기자

전시 말미에는 김선 작가의 '마음의 기화', 이철영·강아영 작가의 '소망, 담다'와 함께 하게 된다. '마음의 기화'는 관람객이 종이에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적어 항아리에 걸면, 매달 한 번씩 '태움의 의례'를 열어 작품을 완성한다.

'소망, 담다'는 푸른 빛의 도자 잔을 관람객이 돌탑처럼 쌓아볼 수 있다. 돌로 돌탑을 쌓듯 수많은 경험이 쌓인 개개인의 개성,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표현한다. 잔을 쌓고, 무너뜨리며, 재배치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의 기억이 다른 이의 참여로 어떻게 변화하고 공유되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철영, 강아영 작가가 협업한 '소망, 담다'. 임창희기자

전시 관람 및 체험은 상시 운영되지만 일부 작품들의 체험은 특정 시간 또는 특정일에 현장에서 접수를 받아 제한된 인원만 체험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리지 선임학예연구사는 "현대도자가 다양한 예술의 분야에서 확장되고 있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며 "나와 타인의 관계, 공동체 속의 나, 나와 작품, 나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관계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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