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오바마, 목표는 하버드”…1% 부자들의 선택 ‘해외국제학교’

연 1억원 학비 싱가포르·인도네시아 학교 각광…글로벌 문화 습득, 네트워크 형성 유리
[사진=SAS]

SKY 진학을 목표로 하는 주입식 교육에 지친 학생과 학부모가 늘면서 조기유학, 해외대학 등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넉넉한 경제 사정 등으로 교육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부자 엄마들 사이에선 일찌감치 아이를 외국으로 보내려는 시도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일찌감치 외국에 거주하면서 그곳의 언어와 문화를 몸으로 익히고 다양한 인종의 엘리트 집안 자제와의 네트워크를 쌓게 만드는 한편 해외 명문대 입학까지 한 번에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해외 동문 인적 네트워크, 아이비리그 입학 등 ‘두 마리 토끼’ 잡는 상위 1% 교육법

16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어학연수 등 유학을 목적으로 출국한 초·중·고 학생 수는 총 1만5327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8458명) ▲2022년(1만1509명) 등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저출산에 따라 학령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2015년부터 제주·송도를 중심으로 채드윅 국제학교, 제주국제학교 등 국내 곳곳에도 여럿 국제학교가 들어오면서 해외대학 입학 경로의 선택지도 늘었다. 그러나 졸업자들 대부분이 고등과정까지를 모두 국내에서 이수한 뒤 대학만 해외로 진학하기 때문에 부유층 학부모들의 선호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단순히 학업 외에 문화나 인적 네트워크 형성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남동 소재 한 유학원 관계자는 “국내 국제학교는 물리적으로 학부모와 아이들 간의 거리가 가깝지만 상위 1% 부자들은 그다지 국내 학교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실제 선진국 문화와 해당 국가의 교육 내용을 직접적으로 체득할 수 없고 다양한 국가의 엘리트 자제들과의 접점이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고 밝혔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우리나라에서 멀지 않은 나라에 위치해 있으면서 국내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국제학교는 ▲싱가포르 ACSI(Anglo-Chinese School International) ▲싱가포르 SAS(Singapore American School) ▲인도네시아 JIS(Jakarta International School) 등 3곳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는 중화권 및 여타 동남아시아 나라들에 비해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습득하기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 싱가포르 ACSI 외부 전경. [사진=ACSI]

싱가포르 ACSI는 우수한 교육 환경 덕분에 국내 학부모와 학생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ACSI의 모태 학교인 ACS는 130년 전통을 가진 싱가포르 명문 중·고등학교다. 싱가포르에서는 처음으로 영재교육(SBGE)을 도입했으며 2005년에는 국제공통 대학입학 자격제도(IB)를 도입한 학교 중 최고의 학교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ACSI 만의 최상위 학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IBDP는 2년 과정의 예비 대학 프로그램으로 이수 성적 자체가 미국, 영국을 포함한 세계 명문대학의 입학기준이 된다.

지난해 ACSI 졸업생 다수는 ▲영국 케임브리지·옥스포드 ▲미국 UC계열 대학 ▲홍콩대 ▲싱가포르국립대(NUS·NTU·SMU)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ACSI 졸업생 중 3명의 IBDP 만점자가 배출됐는데 이 중 2명이 한국인(문OO·정OO) 학생이었다. 현 싱가포르 대통령, 전 OCBC 회장, 말레이시아 퍼블릭 뱅크 창립자 등 동문들 역시 화려하다.

ACSI의 학생 구성은 싱가포르 현지인(50%)과 30개국의 외국인(50%) 등으로 구성돼 있다. ACSI는 지난해까지 중학생 이상만 지원 가능했지만 올해부터 유치원생·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외국인 학생들의 입교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빠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026년 1월엔 저학년 반이 개설될 전망이다.

ACSI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1차 서류전형(학생비자, 자기소개서)과 2차 필기시험 및 인터뷰를 거쳐야한다. 다만 초등부까지는 별도의 영어인터뷰만 있을 뿐 필기시험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ACSI는 현재 ‘Old Ham’ 이라는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해당 기숙사는 2~4인실로 세탁서비스, 식당 등을 제공하고, 테니스장, 수영장, 풋살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을 함께 구비중이다.

ACS를 등교하는데 대략 1년 동안 필요한 금액은 ▲중학생 기준(기숙사+학비) 원화 약 5000만원 ▲고등학생 기준(기숙사+학비) 원화 약 59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된다. 초등·유치부의 경우 정확한 금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 예상한 금액은 약 4500만원 수준이다. 물론 생활비는 별도다.

영어·중국어 한 번에 배우는 동남아 ‘귀족학교’ 인기…연간 학비는 5000만원 훌쩍

▲ 싱가포르 SAS 내부 전경. [사진=SAS]

또 다른 싱가포르 명문 국제학교인 SAS는 동남아시아 국제학교 중 현저하게 높은 미국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이사회 의장의 장남이 다녔던 학교로도 유명하다.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더해 싱가포르에서 몇 안 되는 AP교육과정(대학 선행과정)을 제공한다.

통상적으로 아이비리그에 합격하기 위해선 GPA(미국내신)가 4~4.5점 사이를 기록해야하는데 지난해 고등부 학생 304명 중 143명의 학생들이 4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4.25를 넘긴 학생은 52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아이비리그를 포함한 세계 상위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SAS는 입학시험이 다소 어렵고 신분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되는 등 타 학교에 비해 입학 절차가 까다롭다. 입학 우선순위는 ▲1순위(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2순위(미국계회사·국제기구 종사자 자녀) ▲3순위(타 국제학교 재학생) ▲4순위(1·2·3순위 외의 지원자) 등이다. 사실상 4순위는 입학을 거의 할 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입학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실제 영어구사 능력이다. 가족과 관련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영어로 매끄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다만 초등학교 3학년 이전까지는 특별한 영어 성적을 요구하지 않고 면접도 형식적으로 넘어가는 게 대부분이라 어릴수록 SAS에 입학하기 유리하다는 게 유학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SAS는 싱가포르에서 학비가 제일 비싼 국제학교로 꼽힌다. SAS를 등교하는데 대략 1년 동안 필요한 금액은 등록금와 생활비를 제외한 순수 학비만 6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또한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아 연고가 없는 유학생의 경우 거주문제를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생활비에 주거비를 더하면 1년에 1억원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 인도네시아 JIS 외부 전경. [사진=JIS]

JIS는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자타공인 인도네시아 최고의 명문 국제학교다. 미국식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JIS는 약 70개국에서 온 학생들이 12학년에 걸쳐 재학 중이며 이 중 미국인의 비율은 약 44%다. 한국인 역시 전체의 10%로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 학생들이 타지에서 소속감을 느끼기에 적합한 학교라는 평가가 많다.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대부분 영국·미국·캐나다 등 영미권 출신이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학교인 만큼 운동 시설 및 종목들이 다양하다. 럭비, 양궁, 투포환, 수영 등 다양한 체육활동 시설이 캠퍼스 내에 마련돼 있다. JIS는 인도네시아 국제학교 중 학비가 가장 비싼 편이다. 학년별로 산정 금액이 다르지만 초등 1~5학년 기준 1년 수강료는 원화 약 4300만원 수준이다. 스쿨버스비와 기타비용을 더하면 1년에 5000만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JIS 역시 기숙사가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JIS의 입학테스트는 1차 서류전형과 2차 필기 및 면접으로 이뤄진다. 다만 초등학교 3학년 미만은 1차 서류전형만 통과하면 입학이 가능하다. 지난해 JIS 졸업생 다수는 ▲미국 브라운대학 ▲미국 코넬대학 ▲일본 와세다 대학 ▲캐나다 토론토 대학 등 해외 명문대에 진학한 것으로 집계됐다. JIS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다녔던 학교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서비스 플랫폼 고젝 창업자 ▲전 호주 국방부 장관 ▲펜실베니아 물리학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저명인사들도 JIS 출신이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자녀교육에 애정이 남다른 학부모님들의 경우 수능으로 획일화된 국내 교육과정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에 해외 유학을 많이 보내는 분위기다”며 “미국·캐나다 등의 국가들은 물리적인 거리가 너무 멀고 문화 특성상 중국은 다소 지양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다 보니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로 관심이 쏠리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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