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 꿈꿨던 채원아 안녕"…눈물바다 된 故 이채원 양 기억공간
응급구조사 꿈꾸던 안타까운 흔적 가득
"채원아 집에 가자" 액자 안은 부모님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여고생 흉기 살인사건 희생자 고(故)이채원(17)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공간 곳곳에는 응급구조사를 꿈꿨던 고인의 생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찾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더했다.
9일 오전 9시30분께 찾은 기억공간은 무겁고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헌화 내내 유족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 역시 구석에서 눈물을 훔치거나 연신 눈시울을 붉혔다.
로비 중앙의 헌화대 뒤편에는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쉴 채원아! 안녕!'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고인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사진 주변은 꽃으로 장식됐다.

다 피우지 못한 꿈이 남은 '채원의 방'
로비 한쪽에 마련된 '채원의 방'에는 고인의 짧지만 사랑받았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벽면에는 어릴 적 사진들과 함께 첫 돌을 기념해 어머니가 직접 만든 십자수 액자가 걸려 있었다. 액자 속 '하늘에서 내려준 가장 큰 선물 우리 채원아'로 시작하는 편지글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곳에는 고인이 평소 아끼던 '마이멜로디' 캐릭터 쿠션과 인형이 놓여있었고 좋아했던 기아타이거즈 김도영 선수의 사인 유니폼이 걸려 있었다. 특히 소파 뒤 선반에는 가천대학교 응급구조과 설명회에서 받아온 '2026 수시모집요강'과 응급구조 관련 굿즈들도 놓여 있어 응급구조사가 되고 싶던 고인의 꿈을 짐작케 했다.
"이 비극이 헛되지 않아야"…추모와 연대의 목소리
이번 기억공간은 유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주변인들이 애도하고 시민들이 함께 기억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김순 광주전남추모연대 집행위원장은 조화를 사양한 이유에 대해 "협소한 공간 문제도 있지만 정치인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늘어서는게 싫었다.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아 조화 반입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라며 "대신 시민분들이 마음을 담아 가져오시는 조화 한두송이는 감사히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이곳이 채원이를 단순히 '광주 여고생 피해자'가 아닌 사랑받고 자란 '이채원'이라는 한 아이로 온전히 기억하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며 "다시는 이런 끔찍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이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했다.
"채원아, 집에 가자"…가슴에 꼭 품은 딸의 사진
기억공간 조성을 함께 준비한 광주특별시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채원이의 주변인들이 머물며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주말에 친구들이 찾아올 텐데 고인의 흔적이 그대로 남은 이 방에서 잘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전날 공간 준비를 마치고 돌아가실 때 부모님께서 벽에 걸린 채원이의 사진을 품에 꼭 안고 '채원아 집에 가자'며 가지고 가시더라. 그리고 오늘 그 액자를 다시 꼭 안고 오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광주광역시 광산구에 위치한 광주광역시교육청 시민협치진흥원 1층 로비에 '故이채원 학생 기억공간'은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광주광역시교육청시민협치진흥원 1층 로비에 운영된다. 운영 마지막 날인 21일 오후 5시에는 추모식이 엄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