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5년 출시‧70년의 역사‧16세대까지 진화’. 토요타 크라운을 설명하는 세 가지 키워드다. 토요타 라인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모델이자 브랜드 전체를 이끄는 플래그십으로, 오는 6월 한국 시장에도 들어온다. 지난 시간, 크라운의 세대별 변천사에 대해 알아봤다면 이번 시간엔 신형 크라운의 두 가지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토요타자동차
그동안 토요타‧렉서스가 선보인 하이브리드 모델은 주로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기본으로, 여기에 2~3개의 전기 모터와 동력분할기구를 조합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했다. 각 차종의 성격에 따라 시스템 최고출력 차이는 있지만 밑바탕은 같다. 그런데 신형 크라운엔 이 구동계를 포함해, 토요타답지 않은(?) 터보 엔진 기반의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추가로 들어갔다. 국내 시장에도 두 가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이 모두 나올 예정이다.
Round① : 오랜 시간 검증 받은 2.5 하이브리드

먼저 소개할 시스템은 국내 소비자도 익숙한 2.5 하이브리드. 토요타‧렉서스 HEV 모델에 두루 얹는 I4 2.5L 가솔린 앳킨슨 사이클 엔진이 들어간다. 크라운에선 시스템 총 출력 239마력을 내는데,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RAV4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뿜어낸다.
토요타의 앳킨슨 사이클 엔진은 정확히는 밀러 사이클 방식이다. 압축할 때 흡기밸브를 조금 늦게 닫는다. 그러면 피스톤이 상사점을 향해 솟아오를 때 실린더 속 연료와 공기 섞은 혼합기가 조금 빠져 나간다. 그 결과 압축할 때 저항이 줄고 상대적으로 연료도 적게 태운다. 그래서 전기 모터의 도움이 없어도 고속에서 효율이 좋다. 다만, 저속에서는 엔진의 토크가 충분치 않은데, 이를 두 개의 전기 모터가 보완한다(E-Four는 세 개의 전기 모터). 그동안 토요타가 추구해온 하이브리드 시스템 ‘시너지’의 핵심이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총 사령관’은 동력분할기구(Power Split Device)다. 유성기어를 통해 두 개의 전기 모터(각각 MG1, MG2) 작동을 제어한다. MG1은 엔진의 힘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MG2는 가속할 때 엔진과 힘을 합쳐 바퀴에 동력을 보내고, 감속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들 전기 모터는 동력분할기구와 하나 되어 변속기 역할도 같이 한다. 그래서 ‘e-CVT’라고 부른다. 아울러 E-Four 모델은 뒤 차축에 세 번째 전기 모터(MGR)가 들어가 뒷바퀴를 굴리고, 감속 또는 제동할 땐 발전기로 변해 배터리 충전도 맡는다. 그래서 체력 회복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토요타의 2.5 하이브리드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오랜 시간 검증 받은 안정적인 구동계. 뛰어난 연료효율도 눈에 띄지만, 고급유가 아닌 일반 휘발유 세팅인 점도 국내 실정에 적합하다. 전기 모터의 ‘지원사격’ 덕분에 가속 성능도 훌륭하다. 토요타가 밝힌 0→시속 60마일 가속은 7.6초로 기대 이상 호쾌하다.
Round② : 폭발적인 힘 뿜어내는 2.4 터보 하이브리드

그런데 크라운엔 2.5 하이브리드 외에 토요타가 새롭게 개발한 2.4 가솔린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Dual Boost HEV)’가 들어간다. 이 시스템은 엔진 배기량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구조적 차이가 제법 크다.
효율을 중시한 2.5L 밀러 사이클 엔진으로 300마력 이상 고출력을 뽑아내는 건 어렵다. 그래서 토요타는 모터 도움 없이도 충분한 저회전 토크를 뽑아내는 가솔린 터보 엔진을 준비했다. 핵심 목적은 ‘고효율’과 ‘고성능’의 양립. 모터를 제외한 엔진 자체 출력만 264마력으로, 184마력의 2.5L 엔진과는 80마력의 차이가 있다. 압축비도 다른데, 밀러 사이클인 2.5L 가솔린 엔진이 14.0:1인 반면, 2.4L 모델은 11.0:1로 전형적인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그런데 2.4L 모델의 ‘진짜’ 핵심은 토요타가 그동안 오랜 시간 숙성시켜온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렬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가솔린 터보 엔진 뒤에 6단 자동변속기를 붙였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와 비교해 토크컨버터가 빠지고, 대신 변속기 안에 전기 모터와 인버터를 통합시켰다. 즉, 기존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총 사령관’이 ‘동력분할기구’였다면, 2.4 터보 버전에선 ‘다이렉트 시프트 6단 자동변속기’가 그 역할을 맡는다.
전륜 모터의 최고출력은 오히려 2.5 하이브리드가 더 강력하다. 88㎾이며, 2.4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61㎾에 불과하다. 출력이 높은 엔진을 마련하면서, 전륜 모터의 힘을 살짝 뺐다. 대신 토요타는 두 개의 독특한 장비로 차별화했다. 첫 번째는 뒤 차축에 자리한 고출력 수랭식 전기 모터. 기존 토요타‧렉서스의 전기식 사륜구동 E-Four 모델과 비교하면 리어 모터의 권한을 더욱 확대했다.

가령, 기존 E-Four 시스템은 온-디멘드 방식으로, 대부분 전륜구동으로 주행하다가 필요에 따라 뒤 차축의 전기 모터가 순간적으로 개입해 네 바퀴를 모두 굴리는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반면, 크라운 2.4 터보 하이브리드의 E-Four는 온-디멘드가 아닌 풀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앞뒤 구동력을 70:30에서 20:80까지 나눈다. ‘E-Four 어드밴스드’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력 차이도 돋보인다. 전륜 모터의 최고출력은 2.5 모델이 더 강력한데, 반대로 후륜 모터의 출력은 2.5 모델이 40㎾, 2.4 모델이 58.6㎾로 ‘역전’이다. 엔진과 합산한 시스템 최고출력은 340마력으로, 크라운 2.5 하이브리드보다 100마력 이상 강력하다. 토요타가 밝힌 0→시속 60마일 가속 성능 5.7초로 한층 빠르다.




여기에 토요타는 기존과 다른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를 심었다. 바로 ‘바이폴라 니켈수소 배터리(Bi-polar nickel-hydrogen battery)’다. 지난 2021년, 토요타가 소형 하이브리드 자동차 아쿠아를 통해 세계 최초로 선보인 시스템이다.

바이폴라는 ‘쌍극’을 뜻하는데, 기존 니켈수소 전지처럼 셀 사이를 커넥터로 연결하지 않고 직접 맞물린다. 이를 통해 셀 모듈의 부피와 부품 개수를 줄였고, 전기 저항을 최소화해 배터리 셀 당 출력을 1.5배 키웠다. 에너지 밀도 역시 한층 높다. 아쿠아의 경우 이전보다 연료효율을 20% 개선한 바 있다.


즉, 크라운 2.4 터보 하이브리드는 고성능과 고효율, 두 가지를 양립하기 위해 ‘동력분할기구’를 통한 직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포기했다. 대신, 저회전 토크가 풍성한 가솔린 터보 엔진을 중심으로, 모터와 인버터를 통합한 다이렉트 시프트 6단 자동기어를 물려 ‘직결감’ 높은 변속 감각을 실현했다. 여기에 고출력 수랭식 전기 모터를 뒤 차축에 더해 모터의 역할을 ‘보조’의 개념이 아닌 ‘주 동력원’ 수준까지 높였다. 토요타가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는 이유다. 더욱이 부피가 작고 효율이 좋은 바이폴라 니켈수소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에 얹어 낮은 무게중심을 실현함과 동시에 ‘바쁜’ 모터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맡겼다.

다시 말해, 가솔린 터보 엔진과 클러치‧모터를 내장한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여느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토요타는 뒤 차축에 강력한 전기 모터를 추가로 얹고, 바이폴라 니켈수소 배터리를 짝지어 타 브랜드 시스템보다 EV 주행의 역할을 극대화시켰다. 그래서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 등이 사용하는 병렬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전기 모터가 엔진의 ‘보조’ 개념이라면, 토요타는 모터의 권한이 한층 크고 적극적이다.

구동계의 차이뿐 아니라, 크라운 2.4 터보 하이브리드 모델은 더욱 짜릿한 주행성능을 위한 차별화 장비가 더 있다. 크라운의 기본 서스펜션 구조는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방식. 리어 서스펜션은 이전 세대보다 강성을 높여 주행 안정성을 높였다. 여기에 2.4 모델은 유압으로 감쇠력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적응형 가변 댐퍼(AVS)를 끼웠다.
또한, 선회 시 네 바퀴의 브레이크를 개별적으로 제어해 언더스티어를 최소화하는 ACA(액티브 코너링 어시스트)도 맞물렸다. 게다가 앞뒤 스태빌라이저의 두께도 다르다. 크라운 2.5 하이브리드는 각각 26.5×21.0㎜, 2.4 터보 하이브리드는 각각 27.2×23.0㎜다. 즉, 가속 성능뿐 아니라 코너링 성능 향상에도 공을 들였단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개의 각기 다른 하이브리드 구동계로 차별화한 토요타 16세대 신형 크라운. 오는 6월, 한국 시장에 공식 데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