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식 경북대 교수]
2025년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 생각하는 2가지 주제는 환경적응과 자기혁신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저자들은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기후감수성(climate sensibility)을 이야기하고 있다. 기후감수성은 인간이 자연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지게 되는 기후환경에 대한 공감적 정서를 의미한다. 필자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와 이에 따른 기후감수성의 필요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속도 빨라지는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는 장기간에 걸쳐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하여 최신 기술들을 이용한 많은 연구들을 진행했는데, 자연적인 요인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밝혀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포함하는 온실가스가 증가하기 때문임을 밝혀냈다. 주요 온실가스들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이산화탄소가 60%, 메탄(CH4)이 15%, 대류권 오존(O3)이 8%, 아산화질소(N2O)가 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지구온난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며, 인간과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다양하게 미치고 있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증가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단순히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 상승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은 지구온난화로 열대우림의 소멸, 해수면의 상승, 해양 산성화, 생태계의 훼손 등 다양한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대응방안으로, 지난 2016년 11월 4일부터 공식 발효되었던 파리기후협정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주도하였으며,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입장 차이가 존재함에도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구속력이 있다. 파리기후협정에서는 장기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지표면의 평균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억제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유지하기 위하여 합의했다. 지구의 재앙을 막으려면 모든 국가가 파리기후협정을 반드시 지키도록 했다.
그러나 전 세계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zero)’를 달성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전문가들은 지구온도가 1.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구온도가 3℃ 오르는 시점도 기존 2100년에서 2060년으로 40년 앞당겨졌다. 이 때문에 파리기후협정보다 더 강력한 탄소 배출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산업체에서도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하여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개발, 전기차로 대변되는 화석연료를 적게 사용하는 제품 생산, 산업폐기물의 철저한 관리를 통한 토양과 해양오염 방지, 친환경 제품의 개발 등의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025년 1월 20일 취임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정이 미국에 불공평한 경제적 부담을 주고 석탄 및 화석연료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협정이라고 인식하면서 2017년 탈퇴 이후 다시 재탈퇴를 명령했다.

북극과 남극의 위기속 동물들
북극과 남극은 지구온난화의 주요 피해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미 여러가지 심각한 변화들이 발생하고 있다. 북극은 남극과 다르게 땅이 아니라 바다다. 북극권은 북극해를 중심으로 러시아, 캐나다, 그린란드 등 인근 대륙으로 둘러싸인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북극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30℃ 내외다. 북극은 북극 바다가 얼어서 이루어진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의 바다 얼음은 얼어있는 기간이 짧아지고 면적도 감소하고 있다. 바다 얼음이 줄어들면 북극곰은 바다표범과 같은 먹이를 잡아먹기가 어려워져서 생존율도 감소하고 있다. 북극곰의 크기는 작아지고 있고, 서식지는 점점 더 북쪽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북극곰은 2008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
남극은 지구 전체 땅의 10%를 차지하는 거대한 대륙으로,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남극대륙의 크기는 약 1,360만㎢이며, 호주 대륙보다도 크다. 남극의 연평균 기온은 영하 55℃로, 북극보다 훨씬 춥다. 남극대륙 위에는 평균 두께가 2000m인 거대한 남극 빙하가 덮혀져 있다. 이 빙하는 지구 전체 빙하 면적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남극대륙 주위는 바다 얼음으로 둘러싸여 있다. 남극은 겨울과 여름만 존재하며,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이 겨울이다. 남극의 바다 얼음 면적은 2023년 약 192㎢이었는데, 5년 전과 비교하면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2배 면적이 녹아서 사라졌다.
남극 생태계의 지표이기도 한 펭귄은 북극곰과 더불어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동물이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남극에는 눈보다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졌다. 혹한에서의 폭우는 방수기능이 없는 털을 가진 새끼 펭귄들에게는 큰 위협이다. 남극 펭귄은 현재 총17종 중 11종이 멸종위기종이나 취약종으로 지정된 상태다.
초강력 한파와 폭염에 빠진 인간
우리가 매년 경험하는 초강력 한파와 폭염은 일시적인 기후변화가 아니라 지구온난화에 기인한 필연적인 기상이변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북극권의 차가운 공기와 적도 부근의 따뜻한 공기 사이에는 제트기류(jet stream)가 존재한다. 제트기류는 지상 9~10km 높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속 100~250km 속도로 빠르게 분다. 제트기류는 북극권의 차가운 공기를 가두어 두는 바람장막 역할을 해야 한다.
북극권의 온난화로 제트기류는 약해지면서 바람장막 역할을 못하게 되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에는 초강력 한파와 폭염 등 기상이변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2024년 1월 5일 북유럽에는 영하 40℃ 아래로 내려가는 25년 만에 기록적인 초강력 한파가 닥쳐왔다. 노르웨이 북부지역은 영하 43.5℃로 내려갔고, 스웨덴 북부는 영하 43.8℃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서유럽 국가들은 한겨울에도 수일 간의 폭우로 물난리가 났다. 영국은 300여 지역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하였고, 독일과 프랑스에는 하천과 댐 범람 우려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한편, 지난 2023년 7월에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서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섭씨 50℃를 넘나드는 재앙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과 남극에서의 커다란 변화들은 지구 전체의 열에너지 불균형을 초래하면서 심각한 기상이변들을 발생시키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초강력 한파와 폭염 등 지구의 기상이변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기후감수성 키우고 작은 실천까지
기후감수성은 인간이 자연환경과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가지게 되는, 기후환경에 대한 공감적 정서라고 서두에서 정의했다. 그러므로 환경문제와 관련된 정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높은 인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소비패턴도 변화하고 있으며, 폭염 관련 아이템들도 등장하고 있다. 애견신발은 폭염 속에서 반려동물과 산책할 때 반려동물의 발바닥 화상 방지용 신발이다. 또한, 폭염 피해 관련 보험상품은 국내 여러 보험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이미 판매 중이다. 폭염 보험상품으로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축 재해보험 내 폭염재해보장 특약, 양식수산물 재해보험 내 고수온 원인 담보특약 등이 있다.
기후감수성을 가진 인간이 기후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삶으로의 변화가 매우 필요한 시대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와 산업체의 노력이 중요하지만, 기후감수성을 가진 개인들도 지구온난화에 따른 심각한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일상생활 속에서의 작은 실천들도 필요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과 전기, 종이 등은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 만들어지고 있으므로, 이것들을 절약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하다. 필자는 평소 사용하는 수돗물의 물줄기 직경이 5㎜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조태식 경북대 나노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고려대학교 재료공학과 학사와 동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최근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관련 시사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연구분야는 태양전지와 이차전지 그리고 방사광 x-선을 이용한 신소재의 나노구조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