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얻은 장애 딛고 패럴림픽 양궁 선수가 된 여성

트레이시 오토

*이 기사에는 폭력 등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이 포함돼 있습니다

트레이시 오토(28)는 점심을 먹던 중 자신이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됐다는 깜짝 소식을 듣게 됐다.

오토는 BBC 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내 남자 친구인 리키(리슬)가 양궁 모자가 든 상자를 받아오더니 내게 (출전) 자격이 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리슬이 제게 그 상자를 넘겨줬을 때 전 밥을 먹고 있었고, 입안에 음식물이 가득했습니다. 그래서 밥을 먹으며 울음을 터뜨렸는데, 사방에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오토는 2024 파리 패럴림픽 미국 양궁 대표팀에 선발됐다. 파트너 선수인 제이슨 타반스키와 함께 혼성 단체전 및 개인전 W1 카테고리 예선에 출전할 예정이다.

플로리다 탬파의 자택에서 만난 오토는 “정말 멋진 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때 죽음을 눈앞에 두었던 제가 패럴림픽에 출전합니다. 미친 여정이었어요. 저 자신과 우리 팀에 경외심을 느낍니다.”

‘죽음을 눈앞에 뒀다’는 오토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지난 2019년 10월, 오토는 집에 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공격당했다.

이로 인해 가슴 아래 몸이 마비돼 팔과 손의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 왼쪽 눈도 잃었다. 게다가 더 이상 땀을 흘리거나, 스스로 체온 조절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오토는 “이 세상의 밝은 빛과 희망의 등불이 되고” 싶다면서 자신의 삶을 바꿔놓은 그날 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털어놓고자 했다.

현재 혹은 과거의 연인으로부터 폭력을 당한 여성들에게 이들은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를 죽일 거라고 했습니다’

집에 침입한 전 남자친구에게 공격당한 오토는 이후 음식을 삼키고, 먹고, 앉는 법을 다시 배워야만 했다

2019년 9월, 오토는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그로부터 한 달 전, 남자친구는 플로리다주 리버뷰에서 함께 살던 집에서 오토를 공격해 체포된 바 있었다.

오토는 새로운 삶을 살 준비가 돼 있었고, 새로운 연인도 만났다.

오토는 BBC 월드 서비스의 ‘스포츠아워’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막 리슬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면서 “2019년 9월 26일에 만나 몇 차례 데이트했다”고 회상했다.

“전 당시 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를 집에서 쫓아내고, 나가라고 했으며, 그 또한 물건을 챙겨 나갔습니다. 저는 현관 자물쇠도 바꿨어요. 모든 게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던 2019년 10월 24일, 우리는 짧게 데이트를 하고 돌아와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침대에서 편하게 뒹굴다 잠에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더니 제 얼굴에 손전등 불빛이 닿았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웠어요.”

“그러다 그 목소리가 들렸고, 전 남자친구임을 알게 됐죠.”

“그는 제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집 뒤편으로 돌아가 제 침실 창문을 들여다봤습니다. 당시 우리는 잠이 든 상태였고, 그는 고출력 공기총을 사러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는 실제 총에 최대한 가까운 총을 준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칼, 수갑도 준비했습니다.”

“(준비를 마친 뒤) 그는 다시 돌아왔고, 무단으로 침입해 우리를 깨우더니 침대에서 일어나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는 우리를 죽일 거라고, 자기가 자살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무슨 일을 할지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기억이 흐릿합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거든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씀드릴 수는 있지만, 제 뇌가 모든 기억을 차단해 버려서 제가 직접 기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여러 차례 오토를 주먹으로 가격한 뒤 리슬의 얼굴에 두 차례 총을 쏘고, 그의 뒤에서 칼을 꽂았다. 이에 리슬의 폐는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런 다음 오토의 왼쪽 눈을 쏜 다음, 목 뒤쪽을 찔렀다. 이로 인해 오토의 몸은 마비됐다. 이후 그는 오토를 성폭행했다.

“그 뒤 그는 경찰에 전화해 ‘내 이름은 무엇이고, 지금 어디에 있다’는 걸 말했다”는 오토는 “그는 나를 자신의 여자친구라 지칭했으나, 나중에 경찰에게 우리가 헤어진 사이임을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는 내 여자친구를 살해했고, 여자친구의 새 남자친구도 죽였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출동했고, 그는 진입로에 앉아 있다 체포됐습니다.”

2023년 1월, 그는 강도 관련 범죄 2건, 1급 살인 미수 2건, 성폭행 1건, 가중 상해 2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며, 최종적으로 징역 40년 형을 선고받았다.

‘더 이상 땀을 흘리지 못합니다’

연인인 리키 리슬은 긴 입원 기간 내내 오토를 응원했다

그날 밤 벌어진 사건은 오토의 삶을 영원히 바꿔놓았다.

거의 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오토는 자신의 몸이 작동하는 방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신체가 마비됐다는 점, 휠체어를 타야 한다는 것 말고도 내 몸 내면에는 더 이상 기능하지 않은 많은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횡격막도 마비됐으며, 체온 조절을 하기도 힘듭니다. 즉 더 이상 땀을 배출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양궁 연습 등 햇볕에 노출된 상황에서는 신체 온도가 과도하게 높아져 열사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창자, 방광 기능에도 문제가 있어 볼일을 보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아울러 뇌가 신체 다른 부위와 소통할 수 없어 제가 당한 부상 정도 이하의 모든 문제에 대해 느낄 수가 없습니다.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도 그렇습니다. 화장실에 가야 할 상황일 수도 있고, 긁힌 상처가 났을 수도 있고, 옷이 너무 꽉 낄 수도 있고, 내성 발톱이 절 괴롭히고 있을 수도 있죠.”

“제 부상 수준 이하의 무언가 원치 않은 자극이 발생하면, 제 몸은 즉시 ‘투쟁 혹은 도피 모드’로 전환되고 혈압이 치솟습니다.”

“이는 제 몸이 ‘무언가 잘못됐어’라며 신호를 보내는 것이지만, 지나치게 혈압이 높아지면 발작, 심장마비, 뇌졸중이 일어날 수 있고 그렇게 몇 분 안에 사망할 수도 있죠. 그리고 언제든 이러한 상황이 닥칠 수 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몸이 마비되기 전 오토의 꿈은 피트니스 모델이었다

이렇게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면 일상을 회복하고자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과거 피트니스 모델이 되기를 꿈꿨던 오토는 다시 활동적인 삶을 되찾고 싶었다.

그래서 2021년 3월, 즉흥적으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스포츠 종목을 생각해 내게 됐다.

오토는 “리슬과 차를 타고 가는데, 내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일반적인 일은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양궁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슬은 ‘당신 손으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시도라도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조사를 해보니 근처에 장애인 양궁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뒤 전 처음으로 활을 쏘게 됐습니다.”

장애로 인해 오토는 특수 제작된 하네스를 착용한 뒤 활을 쏜다. 예전에는 오른쪽 어깨를 이용했지만, 지금은 입을 사용한다.

“손목에 특수 릴리스를 착용하는데 모자를 타고 케이블이 핀 장치까지 연결된다. 그리고 화살을 쏠 준비가 되면 이 장치를 물면 된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화살을 놓을 때 활대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도와주는 모자와 장갑을 착용합니다.”

오토는 처음 쏜 화살이 과녁을 맞춘 이후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

‘제 삶은 훨씬 더 다채롭고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오토는 작은 금속 클립을 깨물어 화살을 발사한다

그리고 큰 꿈도 품게 됐다.

오토는 “패러림픽에 곧장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습 시작 2주 만에 ‘패럴림픽은 어떨까’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오토는 전국을 돌며 예선전에 참가했다. 이번 패럴림픽에 참여하는 유일한 미국 여성 양궁 선수인 오토는 72발 즉, 720점 중 520점을 받아 최소 기준을 충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이 기준을 달성한 오토는 올해 초 플로리다 홈그라운드에서 마무리된 세 경기를 통해 파리행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며 깜짝 축하 파티를 열었다.

오토는 자신이 겪은 일과 이후 매일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오토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가려 했던 범인에게 겁먹기를 거부하는 활기차고 당당한 여성이다.

“저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뭔가 더 큰 그림이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저는 항상 이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 빛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둠과 증오가 너무 많은 이 세상에서 저는 저처럼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제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누워서 상황을 받아들이며 죽을 순 없습니다.”

“솔직히 힘들기는 합니다. 절 도와주고 제가 괜찮은지 확인해 주는 리슬이 있어 매우 행운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물건을 집을 때조차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떠올리게 되기에 정말 힘듭니다. 제 몸이 더 이상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터널 끝에는 빛이 있고, 그 터널을 통과하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 제 삶은 이전보다 훨씬 더 다채롭고 사랑과 웃음으로 가득합니다.”

연인 리슬은 오토가 경기에 나설 때마다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