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금 1200억원 쌓아놓고도…법원, 국선변호인 수임료도 연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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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30억원이 넘는 국선변호인 수당이 연체된 가운데 사법부는 국선변호인제도 운용을 위해 적립한 기금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와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수년 전부터 기금 재원으로 국선변호료지원 사업(일반국선변호인+국선전담변호사)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법원은 국선변호료지원사업 예산을 일반회계에 편성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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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30억원이 넘는 국선변호인 수당이 연체된 가운데 사법부는 국선변호인제도 운용을 위해 적립한 기금을 활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금에 1200억원이 넘는 여유자금이 있는데도 예산부족만 탓했다는 지적이다. 법원은 뒤늦게 내년부터 국선변호료지원 사업 일부에 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29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행정처는 국선변호인제도 등 사법서비스 수준 향상을 위해 설립한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을 2016년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국선변호료지원 사업에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법서비스진흥기금은 공탁금 보관은행의 운용수익금을 바탕으로 한 출연금을 주된 재원으로 법원이 설치해 운용한다. 공탁법 31조는 이 기금을 △공탁제도 개선과 공탁전산시스템 개발·운용 △국선변호인제도와 소송구조제도 운용 △조정제도 운용 △법률구조사업 지원 등에 사용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와 감사원은 이를 근거로 수년 전부터 기금 재원으로 국선변호료지원 사업(일반국선변호인+국선전담변호사)을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법원은 국선변호료지원사업 예산을 일반회계에 편성해 왔다.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법원은 공탁금 보관은행들로부터 출연금을 받기 시작한 2008년부터 기금이 설치되기 전인 2015년까지 국선변호료 지원사업 비용의 30~40%를 출연금으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기금 용도가 명확하게 공탁법에 규정된 이후엔 오히려 은행 출연금이 계획만큼 확보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업 예산을 일반회계로 일원화했다.
출연금·여유자금 규모가 늘어나 기금에서 국선변호료 지원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됐는데도 법원은 9년 동안 기금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반회계에 편성된 사업예산이 국선변호 수요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국선변호사비는 올해 1·2분기에 각각 4억4371만원, 31억4964만원을 지불하지 못했다.
반면 사법서비스진흥기금 여유자금은 지난해말 기준 1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기금규모는 최근 5년간 △2019년 745억6700만원 △2020년 1157억9200만원 △2021년 1468억1100만원 △2022년 1874억2000만원 △2023년 2011억81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기금 고유사업에 쓰이지 않고 있는 여유자금은 연말 기준으로 2019년 559억8800만원에서 △2020년 953억3900만원 △2021년 831억7700만원 △2022년 843억8300만원 △2023년 1203억8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20년부터 여유자금 규모는 국선변호사업 전체 예산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국선변호료지원 사업 예산은 2019년 598억2500만원에서 △2020년 622억5900만원 △2021년 614억8600만원 △2022년 608억9600만원 △2023년 652억2500만원으로 6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법원이 기금 재원으로 사업을 운용했다면 연체 없이 국선변호사비를 지급하는 게 가능했다.
법원행정처는 뒤늦게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일반회계에 있던 국선변호사지원 사업 중 245억9800만원 규모의 국선전담변호사 사업을 이관받아 기금 재원으로 운용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사업이관 이유를 묻는 머니투데이 질문에 국회와 감사원의 지속적인 요청과 공탁법에 기금용도가 명시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탁금 보관은행의 출연금이 기준금리의 변동에 따라 유동적이고 국선변호사건의 증감에 따라 필요 예산도 유동적인 점 등을 고려해 고정비로 지원규모가 예측가능한 국선전담변호사 보수와 사무실 운영비를 기금예산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기금도 예산과 동일하게 정부·국회서 정한 한도액 내에서 지출해야 하고 법원이 임의로 지출할 수 없다"며 "기금은 공탁출연금과 금리에 따라 변동폭이 매우 크고, 2015년 기금에서 국선변호료를 지급하지 못한 후 일반예산에서 지급돼 왔기 때문에 수백억원 규모의 국선변호료를 다시 기금에서 지출하기 위해선 상당한 금액이 누적돼 있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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