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감독이 밝힌 영화 뒷이야기 "사실 그장면은.."

김성수‧장재현 감독이 함께 풀어낸, 파묘' 전‧후 '핵심 풀스토리'
'파묘' GV의 한 장면. 이날 김성수 감독과 장재현 감독은 1시간 넘게 GV를 진행했다. 사진제공=쇼박스

(스포일러가 포함 돼 있습니다)

'영화의 신'과 '오컬트의 신'이 만났다.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이 지난 2월22일 개봉해 흥행몰이 중인 '파묘'(제작 쇼박스)의 장재현 감독과 지난 6일 CGV 영등포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누적 관객 1300만명을 달성한 2023년 최고 흥행작의 연출자와 올해 개봉해 파죽지세 흥행을 이어가는 감독의 만남으로 주목받았다.

두 감독은 관객의 기대에 부응했다.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마구 쏟아냈다.

● 김성수 감독, '파묘'에 이모개 촬영감독 추천한 사연

이날 김성수 감독은 장재현 감독과의 인연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아주 오래전부터 친했고, 장재현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부터 모든 영화를 좋아하고 팬"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각자 '서울의 봄'과 '파묘'를 준비할 때 만나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얘기를 나눈 적도 있다"고 돌이켰다.

장재현 감독은 "영화를 좋아했던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감독님"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연출부로 생활할 때 감독님과 가까웠다. 시나리오 쓰면 검사도 받고, 밥도 사달라고 했다. 선배 감독님이자 스승님이다. 존경하고, 로망이기도 하다. 복합적인 감정이다"고 말했다.

'파묘'는 '서울의 봄' '아수라' 등을 비롯해 김성수 감독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이모개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김성수 감독은 장재현 감독에게 "기회가 되면 (이모개 촬영감독과)같이 해 봐라"라고 제안을 해 성사된 작업이었다.

이와 관련해 장재현 감독은 "'파묘'를 준비하면서 이 작품은 에너지가 담기는 영화였으면 했다. '아수라'를 좋아하는데, 그 영화의 에너지가 있다. 그래서 이모개 감독께 시나리오를 드리고 함께 하게 됐는데, (김성수 감독이)'서울의 봄'을 늦게 끝내줘서 한 달 정도 손 빨고 기다렸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자 김성수 감독은 "'서울의 봄'이 캐스팅이 늦게 돼서 두 달 늦게 끝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파묘'가 프리 프로덕션도 못하고 들어갔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나와서 대견스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이모개 촬영감독과 장재현 감독이 꼭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면서 "두 사람이 작업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두 사람은 (영화에)기운을 담아낸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성수 감독은 "이모개 촬영감독은 연출자에 대한 관찰력이 대단하다"며 "자신을 지우고 감독의 관점과 시선으로 고민한다. 세 편이나 같이 했는데 '파묘'는 이모개 촬영감독이 했던 작업 방식과 달랐다. 장 감독을 만나서 발전하고 새로운 국면으로 올라선 거 같았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장재현 감독은 "촬영 끝나고 이모개 감독이 '구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면서 "('서울의 봄'은)군대에 다시 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하더라"고 말해 객석에 폭소를 안겼다.

하지만 이내 "몇 달 촬영하면서 구덩이 안에 계속 집어넣으니까 이모개 감독이 '군대로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고 덧붙여 또 한번 웃음을 안겼다.

'파묘' GV에 나선 김성수 감독(왼쪽)과 장재현 감독. 사진제공=쇼박스

● 김성수 감독이 말하는 '파묘'의 매력은?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면서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그의 파트너 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전반부와 중후반부의 결을 달리한다.

전반부에 등장하는 조부의 혼령 박근현(전진기)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귀신의 모습처럼 등장한다면, 중후반부에 나타나는 정령인 '험한 것'은 다르다. 노골적인 형상이 전면에 드러나면서 호불호를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개봉 11일 만에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장재현 감독은 이날 "상처를 받아서 리뷰를 못 보겠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옛날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는 유독 제가 좋아하는 부분을 다들 싫어하더라. 그래서 리뷰를 안 보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이에 김성수 감독은 "큰 잔치가 되면 모든 사람이 하객일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 감독은 "'파묘'는 '서울의 봄'이 일으킨 파문보다 훨씬 단기간에 엄청난 파워를 일으켰다"면서 "너무 큰 잔치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하객일 수 없는 게 당연하다. 그런 것도 애교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애정 어린 말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재현 감독이 지닌 탁월한 감각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실력을 높이 평가했다. 김성수 감독이 막힘 없이 풀어낸, 장재현 감독을 향한 애정과 지지에서는 동료 영화감독에게 품은 깊은 신뢰가 엿보였다.

다음은 김성수 감독의 말이다.

"장재현 감독은 정말 뛰어난 이야기꾼입니다. 보통 영화감독을 스토리텔러라고 말하는데, 이야기를 재밌게도 만들어야 하지만 잘 전달도 해야 하죠. 장 감독은 이야기도 잘 만들고, 잘 전달하는 사람이죠. 요새 영화의 위기, 스토리텔링의 위기, 서사의 위기라는 말을 자주 해요. (관객들이)기존에 봤던 영화와 다르지 않아서 흥미를 잃은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또 비슷한 이야기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이 시대의 스토리텔러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달라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저부터도 '서울의 봄'이 얻어걸려서 잘 됐는데, 다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관객들이 재밌어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장재현 감독은 다음 이야기가 예측이 안 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관객들이 '파묘'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도대체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변화할 것인가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파묘'는 한국영화가 하고 있던 스토리텔링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야 한다는 문제에 해답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화림과 봉길에게 의뢰하는 박지용 역할의 김재철. 사진제공=쇼박스

● 김재철 캐스팅 비하인드..."목 잘 돌아가서"

장재현 감독은 관객들이 '파묘'에 대해 갖는 여러 궁금증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극중 돌아가신 할머니의 틀니를 보관하는 손주의 이야기는 실제 장 감독의 경험담으로 알려졌다. 한 관객이 "틀니를 어떻게 보관했느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휴지로 말은 다음에 손수건으로 묶어서 보관했다"고 사뭇 진지하게 답변해, 오히려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조선의 땅에 쇠말뚝을 박아 정기를 끊으려는 '여우 음양사' 무라야마 준지(기순애)의 출연 비중이 적은 이유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장 감독은 "'음양사'라는 만화책이 인생 만화책"이라고 말문을 뗐다.

"이 영화의 빌런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나쁜 편과 좋은 편이 생기는데, 그 순간 영화의 '로직'이 깨진다고 봤습니다. 저는 우리 땅에 있는 나쁜 것에 집중했어요. 그것의 부연 설명으로 잠깐 나온 것이 음양사입니다. 음양사가 두드러지면 나쁜 놈과 착한 놈이 나뉘게 되죠. 우리 땅에 박혀 있는 이물질에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고,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야기에 좋지 않은 이데올로기가 담기는 것이 불편해서 빌런을 최대한 쓸 수 있을 만큼만 썼어요." (장재현 감독)

이도현이 연기한 젊은 무당 봉길이 가위에 눌렸을 때 바닥에 쓰던 글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장 감독은 "가위에 눌렸을 때 손가락 끝부터 움직이면 가위를 깬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선생님들(무속인)한테도 물어보면 가위눌렸을 때 손으로 글씨를 쓴다고 하더라. 봉길이는 극 중에서 '물리칠 퇴'(㨃)를 적는다"고 설명했다.

'아쉽게 뺀 장면은 없느냐'는 질문에 장재현 감독은 "편하게 전반전과 후반적으로 말씀드리겠다"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전반전에 굉장히 '하드'한 장면들이 많았다. 조상 혼령이 누구를 죽이는 방식이나 실제 박지용(김재철)의 고모(박정자)에게도 혼령이 찾아가서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데 운이 좋게 살아나는 장면이 있다"며 "또 원래 시나리오에서는 박지용과 봉길의 혼이 왔다 갔다 한다. 봉길이가 박지용의 행동을 똑같이 한다. 그게 너무 재밌는데, 그걸 넣으면 후반부에 기력이 빠진다고 판단해 뺐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의 "김재철 배우가 정말 잘했다"는 말에 장 감독은 "목이 잘 돌아가서 캐스팅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재현 감독은 "실제로 목이 많이 돌아간다. 덕분에 CG 한 컷 정도 비용을 아꼈다"면서 "원래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와 박지용 역할을 조율 중이었고, 김재철 배우가 두 번째 후보였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다. 원석이고, 지금 터트릴 때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