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받았는데" 아버지 암 못찾아...건강검진 받을 필요 없다?

에디터 2024. 10.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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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체크의 헬스업] 건강검진 무용론
건강검진이 모든 암을 100% 발견할 수는 없지만, 건강검진만큼 암 조기발견에 효과적 방법은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 대장내시경 검사를 3년마다 받아온 A. 지금까지 대장용종을 몇 번 떼어 냈을 뿐 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혈변을 보고 병원에 갔더니 대장암 진단이 나왔다. 검사를 꾸준히 받아왔는데 암이라니!

#2. 매해 건강검진을 받은 B씨는 최근 췌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다. 증상도 없었고 건강하게 살아왔기에 가족까지 놀랐다. 그동안 검진에선 왜 못 찾았는지억울하고 화가 난다.

두 사람처럼 건강검진에서 암을 일찍 못 찾은 극소수 환자의 사례를 대며 건강검진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실은 이런 경우보다 건강검진에서 일찍 병을 발견해 건강을 찾고 웃음 짓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많다. 우리나라 암 치료율이 세계 최정상급인 것도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 일등공신이다.

A씨는 이전 검사에서 '선종성 용종'들을 발견했다. 선종성 용종은 암으로 진행하는데 보통 5~10년 걸린다. 그런데 일부 용종은 특정 돌연변이 탓에 급속히 암으로 변하기도 한다. '중간 대장암'인데, 일반적 검진 주기론 찾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B씨가 걸린 췌장암은 아직까지 조기발견이 쉽지 않은 대표적 암이다. 췌장은 뱃속 깊이 숨어 있어 복부 초음파 검사만으로 암 발견이 힘들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발견 확률을 높이지만, 매번 시행하기엔 조영제 사용이나 방사선 노출 등의 제약이 있다.

건강검진이 모든 암을 100% 발견할 수는 없지만, 건강검진만큼 암 조기발견에 효과적 방법은 없다. 심지어 췌장암도 다른 암에 비해 발견이 어렵다는 것이지, 수많은 사람이 조기에 발견해서 생명을 지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건강검진은 개인 건강 이력, 즉 흐름을 데이터해 관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개인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적기에 치료하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의 전제인 셈이다.

예를 들어,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 비정상적 변화에 재빨리 대처할 수 있다. 중간 대장암과 같은 예외적 사례들이 존재하지만, 이것을 알게 되는 것도 검진을 통해서이다. 검진을 지속하면서 의사와 함께 자신의 위험 요인에 맞는 검진 주기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의료계에선 서구 의학에서 건강검진의 효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으로 검진시스템이 갖춰준 상태에서 나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곳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우리는 수많은 중증 질환을 미리 발견해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건강검진 전문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는 2017~2023년암 검진을 받은 3866만4669명 가운데 3만7971명에게서 암을 발견해서 대부분 조기 치료로 이끌었다.

건강검진은 받는 것 못지 않게 이후 과정도 중요하다. 검진 소견서가 나오면 누가 종합적으로 해석해서 어떻게 결과를 관리할 지가 관건이다.

이를 위해 주치의가 필요한데, 한국에서는 아직 주치의 제도가 외국에 비해 생소한 편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재 주치의라고 하면 대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대해 약 처방을 해주는 담당 의사를 떠올린다. 현실적으로 검진 결과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주는 주치의는 찾기 힘들다. 대안으로 '신뢰할 만한' 검진센터나 의원을 정해 놓고 꾸준히 검진을 받으면서 한 곳에 진료 데이터를 모아놓는 것이 좋다.

여러 병원을 이용해야 할 때는 검사결과지를 잘 보관하고 새로 방문한 병원에서 함께 보여주면 체계적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하면 의사들도 이전 결과를 참고해 보다 정확한 진단과 상담을 제공할 수 있어 주치의 제도의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초고령화 사회에서 건강검진은 개인의 건강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핵심역할을 하는 만큼,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유전자 검사, 의료 IT 등의 발달로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본으로 맞춤의료를 받는 것이 가능해지므로 사후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고령화 사회는 누구나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사회를 뜻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암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질병을 일찍 발견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믿고 갈 수 있는 병원을 정해두고 검진 후에도 지속적으로 질병관리, 영양 및 운동 안내 등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건강검진의 효용을 믿고,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검진은 현재 최상의 질병 대처법이기도 하지만, 미래의 행복을 위한 최고의 저축이다.

에디터 코메디닷컴 (kormedimd@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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