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양의 탈을 쓴 늑대 연상시키는...마세라티 르반떼 GT
[데일리카 김경현 기자] “처음 봤을 땐 납작한 모습 탓에 세단인 줄 알았어요”
마세라티 르반떼를 바라본 동료 기자의 한마디였다. 르반떼는 기존 SUV의 투박한 이미지를 타파했다. 전면부가 낮고 넓게 디자인된 덕분에 세단과 쿠페 형상을 연출한다. 에어서스펜션이 선보이는 구름 위를 걷는 승차감, 한치의 소음도 허락하지 않는 2중 접합 유리, 아울러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는 탑승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아울러 이태리 장인들의 손을 거친 덕분에 가속 페달을 지그시 밟으면 ‘천사들의 합창’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엔진음도 만끽할 수 있다.
■ 부드러우면서도 치명적인 파워트레인
시승 차를 받자마자 우려의 마음이 들었다. 작지 않은 덩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4기통 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저기통 엔진의 경우, 잔진동과 소음이 발생해 승차감과 정숙성이 저해된다. 하지만, 이내 이러한 걱정은 편견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된다. 4기통 2000CC의 휘발유 터보 엔진과 8단 변속기,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궁합을 이뤄 최고 출력 330마력과 45.9 kg.m토크를 발휘하면서도 한없이 부드러운 모습을 연출한다.
덕분에 도심지역에서는 럭셔리 세단에 준하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뽐낸다. 어떠한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고, 바깥 공간과 단절이 됐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높은 차음성을 자랑한다. 아울러 에어서스펜션은 구름을 떠 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저속 주행 시에도 답답함은 느낄 수 없었다. 터보엔진의 숙명과도 같은 저RPM 영역에서의 터보렉은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해결됐다. BSG(벨트 스타터 제너레이터), 배터리, e부스터, 컨버터 등의 최신기술은 일상 영역에서의 터보렉을 완벽히 제외시킨다. 또 민첩한 미션 덕분에 악셀러레이터를 지그시 밟으면 눈 깜빡할 사이에 킥 다운이 된다. 덕분에 전 영역에서 시원한 가속력을 만끽할 수 있다.
곡선 구간이 많은 산길에 들어선 르반떼는 도심지역과 상반된 승차감을 보였다. 민첩했다. 굽어진 도로를 연일 철도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잽싸게 돌아가는 거동이었다. 어떠한 피칭과 요잉은 느낄 수 없었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과 기계식 LSD, 토크 벡터링 덕분에 압도적인 코너 진입 속도를 자랑한다. 이따금 스키드 음이 들려오긴 했지만, 이는 마세라티가 선사하는 다이나믹한 경험일 뿐이다. 한계치에 벗어나면 곧바로 전자장비가 개입되는 만큼 두려움 잠시 접어둬도 된다.
고속 주행도 마찬가지였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듯, SUV의 형태를 가지고 있음에도 안정적이다. 급격한 차선 변경을 해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울러, 2중 접합 유리는 한치의 풍절음도 허용하지 않는다. 운전에 방해되는 소음이라고는 내비게이션에서 나지막이 흘러나오는 안내 음성뿐이었다.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자 흡·배기 소리만이 차량 내부를 가득 채웠다. 마치 정장을 입은 육상선수처럼, 품위를 지키되 자신의 역량을 뽐낸다. 불쾌한 진동은 철저히 배제된다. 한없이 올라가는 속도계 덕분에 주변 차들은 룸미러 속에 점으로 묘사되며, 부드러운 헤드레스트에 뒤통수가 파묻히는 진귀한 경험도 가능하다.
정속 주행 시에는 높은 연료 효율을 자랑한다. 내리막 구간에서든 글라이딩 모드가 활성화돼 중립 상태로 주행할 수 있다. 100km/h 정속 기준시 평균 15km로 준수한 수준이다.
■ 자본주의 시장에 모범답안, 아름다운 디자인
르반떼 GT는 전장 5020mm, 전폭 1970mm, 전고 16950mm, 휠베이스 3004mm, 공차중량 2210kg로 준대형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외관은 날렵하고도 각진 모습은 화려함을 넘어 웅장함을 연출한다. 마세라티의 로고가 장착된 큼지막한 그릴은 오너의 사회적 위치를 다시 한번 상기 시킨다. 전면부에 이어 프론드 휀더에 장착된 사이드 에어벤트는 상어의 아가미를 연상케 하며 고성능 차량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큼지막한 휠과 프레임리스 도어, 스모크 타입의 테일램프 또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내부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닿는 곳곳엔 탄 색상의 천연 나파 가죽과 아름다운 스티치가 수놓여 있었다. 플래그십 세단을 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화려한 내부에 마음을 빼앗겼다. 8.4인치의 스크린은 직관적이지는 않았으나,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는 모두 담겨 있었다. 4개의 헤드레스트엔 마세라티의 로고가 묘사돼 감성적인 부분도 세심히 충족 시켰다.
전자식 기어 노브 아래에 위치한 MIA 시스템 노브 덕분에 운전자는 주행에 전념할 수 있다. 다이얼을 돌리기만 하면 차량의 전반적인 세팅을 모두 아우를 수 있으며, 터치 또한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다.
또 센터패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아날로그 시계는 사치스러움을 물씬 풍겼다. 밤에 시계에서 은은하게 나오는 불빛과 부드러운 가죽은 16개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운전자를 외곽 도로로 끌어낸다.
■ 돈 값하는 럭셔리 SUV를 염두하고 있다면?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외관, 고급을 넘어 사치스러움까지 느껴지는 실내,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가지고 있는 마세라티 르반떼.
최근 주목받고 있는 럭셔리 스포츠 SUV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히기에 충분하다.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르반떼를 추천할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멀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부드러운 승차감 덕분에 데일리카로서의 자질을 갖추면서도 스포츠 모드만 누르면 펀카로 변신해 도로를 내달릴 수 있는 차량은 손에 꼽는다.
그 중 독보적인 디자인과 고급스러움, 유니크함을 갖춘 차량을 찾고 있다면 답은 르반떼다. 마세라티 르반떼의 국내 판매 가격은 트림별 모델에 따라 1억5200만~2억291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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