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컷에는 질 수 없지”…몸사리던 중국이 화끈한 돈풀기 나섰다는데
정책금리도 동시에 낮추기로
주담대 금리 내려 부동산 부양
주식시장 안정화 통화대책도
예상외 강력한 부양책 내놓자
中증시 하루새 4% 급등 ‘환호’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장은 24일 금융당국 합동 기자회견에서 “지준율을 조만간 0.50%포인트 낮춰 시장에 장기 유동성 1조위안(약 190조원)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에 따라 대형은행의 지준율은 10.00%에서 9.50%로 낮아지게 된다. 현재 중국 금융권의 가중 평균 지준율은 약 6.9%다.
지준율은 중국 은행이 예금 중 인민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비중을 말한다.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들이 시중에 더 많은 자금을 풀 수 있어 ‘유동성 공급 효과’를 볼 수 있다.
앞서 인민은행은 2022년 4월과 12월, 지난해 3월과 9월에 지준율을 0.25%포인트씩 낮췄다. 그럼에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자 지난 2월 기존 인하 폭보다 두 배 늘린 0.5%포인트를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이에 더해 연내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판 행장은 이날 “연말까지 3개월의 시간이 남아있다”며 “상황에 따라서 0.25~0.50%포인트 추가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책금리인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레포) 금리를 현재 1.70%에서 1.50%로 0.2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판 행장은 “이번 조치 이후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가 약 3%포인트, 대출우대금리(LPR)가 0.20~0.25%포인트 낮아질 전망”이라며 “대출 및 예금 금리의 동반 하락을 유도하고 상업은행의 순이자마진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인민은행은 부동산과 증시 대책도 발표했다. 우선 기존 주택 담보 대출 금리를 0.5%포인트 낮출 계획을 밝혔다. 판 행장은 이와 관련해 “5000만 가구, 1억5000만명의 이자 부담액이 연평균 약 1500억위안(약 28조원)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2주택 대출 최저 계약금 비율을 현행 25%에서 15%로 낮추는 계획도 내놨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커지는 셈이다.
또 주식 시장 안정화를 위한 통화 정책도 새롭게 추진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조건에 맞는 증권·기금·보험사들이 자산을 담보로 중앙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공급받아 자금 확보와 주식 보유 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했다. 자기 주식 매입과 보유량 증대를 위한 특별 재대출도 신설해 은행이 상장사와 주요 주주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이는 최근 중국 부동산과 증시가 하락을 거듭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신규 주택 가격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3%나 하락했다. 지난 7월 4.9%보다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다. 중국인 재산의 8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가계 소비 여력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주식시장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상해종합지수와 심천종합지수가 3년 넘게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중국 개미인 ‘부추’의 반발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국부펀드 등을 동원해 자금을 투입했지만, 반짝 반등에 그치며 5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이번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 교수는 “통화정책 완화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중국수석경제학자인 레이먼드 융은 “저축 금리 인하가 부동산 회복을 얼마나 유도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방정부 재정난과 중소은행 위기 등 중국 경제의 리스크로 지목되는 사안도 거론됐다.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장은 “대형 금융기관의 경영이 안정적이고 리스크가 통제 가능하다”며 “부동산, 지방채, 중소금융기관 ‘3대 리스크’가 점차 해소되고 완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칭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자본시장 제도 정비를 가속화하겠다”며 “중장기 자금 시장 진입을 촉진하고 인수합병(M&A) 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들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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