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네이버' 수난, 한국서 'OK금융' 처리...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과 일본기업의 자본이 얽힌 '라인야후'의 지배구조에서 네이버가 일방적으로 축출당하는 흐름에 대한 성토가 커지면서 OK금융그룹의 사례가 반례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정부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존중하는 것과 달리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일궈 지난해 총자산 23조원 규모 대기업으로 성장한 OK금융그룹의 잠재적 최대주주는 일본식 야키니쿠(불고기)를 파는 회사 사옥을 소재지로 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로 파악됐다. OK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모두 부동산금융 비중이 높아 부동산 경기가 악화해 자본잠식에 빠질 경우 이 야키니쿠 회사가 소방수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약 52만건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이유로 네이버가 일본 정부로부터 라인야후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압박을 받은 반면, OK금융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사후관리를 강화하라는 경고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았을 뿐 경영 측면에서는 한국 지방금융지주의 지분 늘리면서 갈수록 보폭을 확장하고 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OK금융그룹의 계열사인 OK저축은행, OK캐피탈의 모회사는 그룹 동일인인 최윤 회장이 93.2% 지분을 가진 OK홀딩스대부다. 또 최 회장은 일본에 소재한 'J&K캐피탈'을 완전 지배하고 있다. J&K캐피탈은 OK홀딩스대부 지분 4.4%를 가진 OK넥스트(옛 아프로파이낸셜대부)의 최대주주다.
OK넥스트는 올 4월 기준 OK홀딩스대부 전환우선주 48만153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의결권 없는 기명식 전환우선주로, 1주당 49.375주를 교환할 수 있다. 즉 일본 J&K캐피탈의 자회사인 OK넥스트는,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을 자회사로 둔 OK홀딩스대부 2377만5790주를 원한다면 가질 수 있다. 최윤 회장은 OK홀딩스대부 1030만주를 쥐고 있다.
최 회장은 한국과 일본에 각각의 '애국심'을 보여줬다. 우선 최 회장은 지난 2004년 일본 대부업체 A&O그룹을 인수할 당시 일본 법원으로부터 매입자가 일본 법인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여받고 나고야와 오사카 재일교포 상공인들의 조력하에 설립한 J&K컨소시엄(현 J&K캐피탈)을 내세워 인수에 성공했다. A&O그룹이 바로 러시앤캐시의 전신이며, 국내 대부업 시장 진출 첨병이었다.
그로부터 10여년 후 저축은행 부실사태 여파로 매물로 나온 예주·예나래저축은행을 최 회장이 설립한 한국법인 OK홀딩스대부를 통해 2014년 인수해 저축은행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OK홀딩스대부는 2015년 말 1500억원 규모, 2019년 말 1000억원 규모씩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넘겼다. OK넥스트가 보유한 전환우선주 정체다.
문제는 한국에서 영업해 23조원 규모의 자산을 가진 OK금융의 지배구조 정점에 영향을 미치는 일본계 자본이 어떤 순기능을 할 수 있느냐다. 일본 J&K캐피탈은 현지 대부업체 인수라는 특수목적으로 세워져 물리적 실체가 없는 페이퍼컴퍼니라는 뿌리에서 여전히 바뀐 모습이 없다.
<블로터> 취재 결과 J&K캐피탈의 소재지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히가시구 야다1초메 7번 36호다. 해당 주소는 최윤 회장이 99.7% 지분을 가진 '종합상사 야마준'의 본사 위치다. 구글 스트리트 뷰로 이 건물의 외관을 살펴보면 'YAMAJUN CO., LTD'(야마준 주식회사)라는 간판만 있을 뿐 J&K캐피탈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야마준 주식회사는 와규 야끼니쿠 전문점 '신라관'을 주요 사업체로 영위하고 있으며 자본금이 5000만엔(약 4억4000만원) 수준이다. 소규모 프랜차이즈 외식업 회사인 야마준 주식회사의 사옥 안에 한국 23조원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J&K캐피탈이 있단 얘기다. J&K캐피탈은 현재까지도 사업활동이 전무한 회사다. OK금융 관계자도 "영업을 일본 현지에서 하는 법인은 아니"라고 확인했다.
전환우선주의 전환권은 옵션인 만큼 선택이 강제되진 않는다. 예컨대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 등이 심대한 사업적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전환권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만약에 OK금융그룹 소유지분도 상위에 위치해 있는 일본계 자본이 돕는다고 하면 그 주체는 사업적 실체가 있는 야키니쿠 회사인 야마준뿐이다.
OK홀딩스대부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341억원, 당기순손실의 경우 2059억원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OK저축은행과 실적을 쌍끌이해온 OK캐피탈이 지난해 당기순손실 2335억원을 내서다. 순이익이 전년 동기(383억원) 대비 2719억원 감소했다. 자산총계도 2조39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4.8% 줄었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는 OK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주요 영업자산인 부동산금융 자산의 부실 현실화, 수익성 저하 수준 등을 감안한 결과다. 신용등급이 하향할수록 차입도 힘들어진다.
OK캐피탈의 2023년 9월 말 부동산 담보대출 및 부동산PF 내 브릿지여신 잔액은 약 1.2조원(전체 부동산금융자산 약 1.6조원)으로 자본 대비 143%에 달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브릿지여신은 사업장마다 금융사 이해관계가 얽혀 회수가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OK캐피탈의 부동산금융 내 브릿지여신 비중은 약 72%이고, 중·후순위 비중이 약 80%에 육박하는 등 취급한 자산의 질적 수준이 낮은 편이다.
여신이 부실화해 자본에 필적하는 결손금이 발생하면 OK저축은행이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OK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48.7% 급감한 711억원으로 수익성이 안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업에 대한 신용공여액이 3조3850억원으로 이 중 연체액은 8.35%에 해당하는 2827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가량 치솟았다.
금융당국도 OK저축은행의 업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OK저축은행에 과태료 약 5억원을 부과하면서 △위험가중자산 급증에 따른 리스크관리 강화 및 자본확충 계획 마련 △유가증권투자 관련 위험관리체계 강화 △신용대출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 △PF대출 사후관리 강화 △대출모집인 운영 관련 내부통제 강화 등 5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는 OK저축은행 역시 부동산대출 부실화로 인한 자본 결손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단 뜻이다.
이에 아랑곳 않고 OK저축은행은 대구·경북지역에 기반을 둔 DGB금융지주 지분을 7.53%에서 8.49%로 늘리면서 1대 주주가 됐다. JB금융지주에서도 9.65% 지분으로 3대 주주다.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인 10%를 목전에 뒀다. 심사를 통과하고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본격화할 경우 해당 금융지주의 자본배치 전략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OK금융으로선 한국 금융시장에서 영속성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OK금융은 단순 투자 목적이고 전환우선주 전환 가능성 등을 모두 부정하는 입장이다.
강승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