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피할 수 없는 유료방송 위기, 1·2위 위성방송 사업자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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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위성방송 1·2위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목전에 두고 있다.
2위 사업자인 디쉬(Dish)가 자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1위 사업자인 디렉TV(DirecTV)가 합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가입자 1920만 명의 1위 유료방송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미국 유료방송이 사양화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도 수익적으로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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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디렉TV·디쉬 인수합병 추진..합병 시 유료방송 1위 사업자 등극
위성방송 협상력 높일 수 있는 계기…"시너지 효과 없을 것" 지적도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미국 위성방송 1·2위 사업자가 인수합병을 목전에 두고 있다. 2위 사업자인 디쉬(Dish)가 자금 부족에 시달리면서 1위 사업자인 디렉TV(DirecTV)가 합병을 시도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합병이 성사된다면 가입자 1920만 명의 1위 유료방송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미국 유료방송이 사양화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도 수익적으로 큰 기대를 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위성방송 1위 사업자 디렉TV는 경쟁사인 디쉬 인수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달 30일 인수합병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인수가 확정된다면 디렉TV는 192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디렉TV 가입자는 1100만 명, 디쉬 가입자는 820만 명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유료방송 1·2위 사업자인 케이블SO 차터(Charter, 1412만 명), 컴케스트(Comcast, 1406만 명)를 뛰어넘는 1위 유료방송 사업자로 등극하는 것이다.
특히 합병 대상에는 디쉬가 운영하는 IPTV 슬링TV(SlingTV)도 포함돼 있다. 디렉TV는 이번 인수를 성공하면 위성방송뿐 아니라 IPTV로의 진출도 가능하다. 디쉬는 수익 다각화·사업확장을 위해 2019년 부스트모바일(Boost Mobile)을 인수해 통신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디쉬의 대주주인 에코스타(EchoStar)는 막대한 누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보도에서 “이번 거래는 부채 상환을 앞둔 에코스타에 생명줄”이라며 “거래가 성사되면 미국 최대의 유료 TV 유통업체 중 하나가 탄생하게 되며, 관계자들은 이르면 월요일(9월30일)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두 회사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려 가입자 이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디렉TV는 가입자 1위 유료방송 사업자로 올라서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디렉TV는 이달 초 디즈니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 실패해 블랙아웃 사태를 겪기도 했다. 블랙아웃은 2주 만에 종료됐지만, 디렉TV는 디즈니에 제공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일 보도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핵심 사업으로 하는 다른 유료방송사와 달리 위성방송에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 디렉TV가 다른 유료방송사보다 협상력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디렉TV와 디쉬는 2001년에도 합병을 시도했으나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는 디쉬가 디렉TV를 인수하려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회사는 과거 합병을 시도했으나 규제당국에 의해 좌절됐다”며 “이제 남은 문제는 규제당국이 위성방송의 암울한 경영 상황을 감안해 합병을 허용해줄지다. 과거 규제당국은 위성방송을 농촌지역의 유일한 TV 사업체라고 판단해 합병을 막았지만, 이제는 접근 경로가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지난 26일 보도를 통해 “과거에는 규제당국이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해 반독점 우려를 제기했지만, 현재 방송 환경이 유료방송에서 OTT 등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며 “이번 합병이 완료된다면 디렉TV는 다른 유료방송이나 넷플릭스 등 OTT와 경쟁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분석기업 모펫네이던슨(Moffett Nathanson)의 크레이그 모펫(Craig Moffett) 애널리스트는 지난 17일 넥스트TV와 인터뷰에서 “위성방송이 장기적으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에 합병은 필요하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이번 합병으로) 위성방송이 시장에서 조금 더 생존할 수 있다고 해도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료방송 시장 위기는 위성방송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케이블SO는 코드커팅(Cord-cutting, 유료방송 가입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OTT로 옮겨가는 현상) 위기를 정면으로 맞이했다. 모펫네이던슨와 리히트 리서치 그룹(Leichtman Research Group)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1분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7% 하락해 7550만 명을 기록했다.
한국 유료방송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케이블SO의 평균 영업손실률은 6.7%이며, 부채비율은 91.7%에 달했다. 가입자당 매출(ARPU)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26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케이블SO의 가입자당 매출이 지난해 3874원이었으나 2028년 2905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봤다.
이에 수년 전부터 한국 케이블SO를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이어지고 있다.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통신사가 케이블SO를 운영하는 추세다. KT를 대주주로 두고 있는 스카이라이프는 2021년 현대HCN을 인수했으며, 2019년 LG유플러스는 CJ헬로비전을 인수했다.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티브로드를 인수했다.
[용어 설명]
△유료방송= 돈을 내고 보는 방송 플랫폼을 뜻하는 표현. 방송사업자들의 채널을 모아 틀어주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라고도 한다. 유료방송에는 IPTV, 케이블 SO, 위성방송 등이 있다. 인터넷 기반 IPTV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케이블 SO는 사양 산업이 됐다.
△케이블SO= 종합유선방송사업자 계약된 방송 채널을 편성해 유선 방식으로 가정에 공급하는 케이블TV사업자. 한국에선 SK브로드밴드, LG헬로비전 등 사업자가 있다.
△위성방송= 방송 위성이 쏘는 방송신호를 기반으로 하는 유료방송 서비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지역에서도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에선 스카이라이프가 위성방송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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