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회사 곳간 마음대로 빼 써"...비난받는 '큐텐의 재무관리'
작년 한국 큐익스프레스·위메프 등에서 1300억원 빌려
완전자본잠식 총체적 난국…사실상 껍데기만 남겨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정산지연의 핵심 원인은 큐텐의 책임감 없는 재무관리 때문으로 보인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가 겪는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원흉으로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모회사 큐텐(Qoo10 Pte.Ltd.)이 지목되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큐텐은 큐익스프레스나 위메프 등 한국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을 야금야금 당겨쓰면서 유동성을 악화시켰다. 현재 이들 두 회사는 사실상 빈껍데기나 다름없고, 결국 초유의 판매대금 정산과 환불 지연 상황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큐텐의 한국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감사보고서(2023년)를 보면 싱가포르에 있는 큐텐의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Pte.Ltd.는 2021년 이자율 4.6%로 한국 자회사(큐익스프레스)에서 1148억원을 빌렸다. 만기는 내년 8월까지다.
큐익스프레스 Pte.Ltd가 빌린 금액은 2009년 한국에 큐익스프레스를 설립할 당시 투자한 자본금 58억원의 20배 이상이다. 이 금액은 2022년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오히려 1168억원으로 20억원이 증가했다.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큐텐이 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이고, 큐익스프레스 Pte.Ltd.는 중간 지배기업이다.
특히 큐익스프레스가 빌려준 장기대여금 가운데 400억원은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대체됐다. 빌려준 돈을 투자로 전환한 만큼 400억원은 주식을 팔지 않는 한 돌려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큐익스프레스 Pte.Ltd가 해당 자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자금 거래가 이뤄진 때가 큐익스프레스 Pte.Ltd.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시점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상장 추진 자금이나 회사 운영 자금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큐익스프레스 재무 상황은 빠르게 악화했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설립 이래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2549억원)가 자산총계(2305억원)를 초과하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특히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이 205억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부채는 1810억원에 달해 순식간에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다.
감사보고서를 낸 회계법인도 큐익스프레스 Pte.Ltd.에 일방적으로 이득인 해당 자금 거래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은 감사의견에서 "큐익스프레스는 지배기업(큐익스프레스 Pte.Ltd.)에 1168억원을 대여하고 있는데 향후 지배기업의 영업 상황 등에 따라 상기 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큐익스프레스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위메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위메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기업 큐텐에 대해 171억원 상당의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131억원은 지난해 빌려준 자금이다. 상환 기한과 이자 등 세부 대여 내역은 알려진 바 없다.
큐텐은 2019년부터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위메프가 언제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위메프의 재무 상태는 큐익스프레스보다 더 심각하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1025억원, 당기순손실 8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부채총계가 3318억원으로 자산총계 920억원의 3배인 자본 잠식에 빠져 있다. 5년 넘게 누적된 적자로 인한 결손금도 7559억원대에 이른다.
또 지난해 177억원의 영업활동 순현금 유출이 발생한 데다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에 달해 현금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지난 2월 큐텐이 북미·유럽 기반의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를 현금 2300억원을 주고 인수하면서 안 그래도 곳간이 비어가는 위메프의 자금까지 끌어다 쓰는 바람에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큐텐이 인수·합병한 티몬과 위메프 등의 재무까지 장악해 마음대로 자금을 유용한 게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에는 별도의 재무팀이 없다. 대신 큐텐에서 모든 재무를 총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티몬·위메프 직원들조차 회사의 구체적인 재무 상황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무적인 문제가 심각한 큐텐이 티몬과 위메프 등에서 돈을 가져다 쓰는 바람에 두 회사까지 재무적인 문제가 터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큐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