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에는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2,2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구림마을인데요. 삼한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이곳에는 고대 문화의 자취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 한자와 유교 문화를 전파한 왕인박사의 탄생지이기도 하죠.

고즈넉한 한옥마을을 거닐며 선조들의 얼과 숨결을 느껴보고, 왕인박사의 위대한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뜻깊은 시간여행을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구림마을
전라남도 영암군 서호정길 20

구림마을은 월출산 서쪽 자락, 모정마을 인근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삼한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해 무려 2,20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마을의 형태를 유지해왔다고 하니, 그 역사의 깊이가 가히 짐작되는 곳이죠.

마을 곳곳에는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장소들이 즐비합니다. 조선시대 영암 지역 최초의 향약인 구림향약을 만들고 3.1운동의 발상지가 되기도 했던 회사정, 신라 때 고승 도선국사의 탄생 설화가 전해지는 국사암, 한석봉과 어머니의 글쓰기와 떡 썰기 내기 일화가 깃든 육우당까지.

오랜 세월을 견뎌온 건물과 그 안에 서린 사연들은 구림마을 여행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영암도기박물관
전남 영암군 군서면 서호정길 5

'도기의 고장'이라는 영암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구림마을에 위치한 영암도기박물관인데요.

영산강을 따라 열린 바닷길을 통해 중국, 일본과 교역하던 이곳은 자연스레 도기 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움했습니다. 특히 통일신라 때는 한반도 최초로 유약을 발라 구운 '시유도기'를 이곳에서 생산했다고 하네요.

박물관에서는 영암 곳곳의 가마터에서 출토된 도자기를 비롯해 도기 제작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 도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시간여행 어떠신가요?"

박물관의 따뜻한 인사처럼, 천년을 뛰어넘는 도기 문화 속으로 빠져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왕인박사유적지
전남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40

왕인박사하면 떠오르는 게 있으신가요?

네, 맞습니다. 바로 '논어와 천자문을 들고 일본에 건너간 스승'이라는 것인데요. 영암 출신의 대학자 왕인박사는 일본에 건너가 한자와 유교 문화를 전파하여 아스카 문화의 기틀을 닦았습니다.

구림마을 바로 옆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왕인박사유적지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당인 왕인묘를 비롯해 공부하던 문산재와 양사재, 석굴서원 책굴 등을 복원해 놓았죠. 전시관에는 왕인박사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는 그림과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성천'이라 불리는 우물이 눈길을 끄는데요. 전설에 따르면 이 물을 마시면 왕인박사처럼 훌륭한 인물을 낳는다고 합니다. 구림마을에서 왕인박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도갑사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도갑사로 306

영암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단연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도갑사입니다.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이 절에는 국보인 해탈문과 석조여래좌상, 보물인 마애여래좌상 등 귀한 문화재가 많습니다.

특히 대웅전 뒤편에는 임진왜란과 6.25 전쟁으로 소실된 건물의 흔적이 남아있어 눈길을 끕니다. 966칸이 넘는 규모에 730명의 승려가 머물렀다는 도갑사는 당시 얼마나 큰 사찰이었는지 짐작하게 해주죠.

월출산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도갑사의 절경을 감상하고, 천년 세월을 이어온 신앙의 힘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벚꽃과 단풍이 절정일 때 방문하면 더욱 좋습니다.

구림마을과 왕인박사유적지, 그리고 도갑사까지. 전남 영암은 우리 역사의 깊이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곳입니다.

고즈넉한 골목길을 걸으며 옛 선조들의 삶을 상상하고,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 영향을 미친 왕인박사의 위업을 되새겨보고, 천 년을 이어온 신앙의 공간 도갑사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영암에서의 시간여행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주말이면 가까운 영암으로 떠나, 2,000년 역사가 깃든 고장의 멋과 향기를 만끽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