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엘도라도
스페인어로 ‘황금의 나라’를 뜻하는 전설 속의 도시 ‘엘도라도(El Dorado)’. 개척자들은 부귀영화를 꿈꾸며 그 도시를 찾아 헤맸지만, 끝내 그곳에 도달한 이는 없었다. 그러나 이르지 못했을지언정 향하는 걸 멈추진 않았다. 한때 KBO리그의 역사적인 왕조를 구축했던 라이온즈. 이들은 실로 오랜만에 부활한 추억의 노래와 함께 다시금 영광의 시절을 재현하고자 했다. 비록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엘도라도로 향하는 길은 끝나지 않았다. 왕조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지금, 젊은 사자들을 필두로 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그리고 그 길의 선두에는, 삼성 최후의 1차 지명자로 시작해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왕조 재건의 주역으로 우뚝 선 이재현이 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Samsung Lions Park
#표지 빼뱀!
삼성 입단 이후로 대면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1차 지명 직후 인터뷰에서 “언젠가 표지 모델을 하겠다”라고 했는데, 드디어 그 목표를 이뤘네요. (3월 25일 인터뷰)
벌써 꿈을 이뤘다거나 하는 단계라고 체감하진 않아요. 여전히 여러 가지 꿈을 간직하고 있고, 그걸 이루려고 조금씩 발전해 나가는 상태라고 말하고 싶어요.
19살의 이재현과 23살의 이재현은 뭐가 다르다고 느껴요?
나이가 달라진 것 말고는 뚜렷하게 다가오는 부분은 없어요. 다만 기본적인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뀐 느낌이에요. 올해도 캠프를 시작할 때 스스로 밝게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던 기억이 나요. (야구 외적으로도 밝아졌나요?) 야구장 안팎으로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야구를 하지 않을 때도 전체적으로 밝아지려고 노력 중이에요.
개막 시리즈에 4할 타율을 기록했고, 팀도 2연승을 달리며 산뜻하게 시즌을 시작했죠. 개막 직후 컨디션은 어때요?
시범 경기 막판에 감이 떨어져서 걱정하던 차였어요. 그래도 시범 경기랑 정규 시즌은 완전히 다르니까 최대한 잡념을 없애려고 했어요. 다행히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타격감은 나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근데 정규 시즌은 확실히 경기 중에 긴장감이 더 커져서 그런지 피로도가 쌓이는 정도가 다르더라고요.
어제가 올해 개막 후 처음으로 야구가 없는 날이었어요.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부모님이 오셔서 함께 식사도 하고, 그냥 집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부모님이랑은 뭘 먹었어요?) 고등어구이요. 근데 원래 가려고 했던 집이 있었는데, 하필 거기가 문을 닫아서 다른 곳으로 먹으러 갔어요. 예전에 부모님이랑 갔는데 맛있어서 기억해 둔 곳이었거든요. (시무룩)
이재현만의 대구 맛집을 몇 개만 추천해 줄 수 있어요? 어제 간 곳도 괜찮아요.
어제 간 곳은 ‘금등어’라고, 여기도 꽤 맛있어요. 라이온즈파크에서 차 타고 20분 정도 가면 나오는 곳이에요. 원래 가려고 한 곳은… 사실 기억이 잘 안 나네요. 여기는 핸드폰 지도에 저장된 길을 보고 찾아가는 편이라, 정확하게 이름이 떠오르진 않아요. 아, 그리고 ‘만재네’도 괜찮습니다. 들어보니까 이번에 야구장에도 입점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 지도를 보면서 길을 잘 찾는 편인가 봐요.
어릴 때부터 지도를 자주 봐서 그런지 길을 잘 안 잃어버려요. (그런 사람들이 보통 여행 가서 길잡이를 맡곤 하잖아요.) 저도 항상 그러지는 않지만, 지인들이 길을 잘못 들까 봐 항상 예의주시하곤 하죠.
#무심한 듯 뜨겁게
데뷔 이후로 작년을 제외하고는 매년(2022, 2023, 2025) 팀 내 첫 안타의 주인공이에요. 혹시 알고 있었어요?
팬분들께서 SNS로 친절하게 알려주시더라고요. 스토리에 저를 언급해서 올리시기도 하고요. (팬들이 공유하는 건 챙겨보는 편이에요?) 거의 다 봅니다! 응원 메시지라거나 직접 찍으신 사진을 올려주시면 놓치지 않으려고 해요. 제 흔적을 남겨주신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잖아요.
팀의 시즌 첫 안타를 책임진다는 건 무슨 기분이에요?
보통 개막전 첫 타석부터 안타를 쳤다는 얘기니까 기분 좋게 1년을 출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하위 타선에 있는 상황이라면, 그전까지 아무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처음으로 안타를 쳤다고 해서 반드시 특별한 감흥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스프링캠프에서 예년과 다르게 준비한 부분이 있었나요?
크게 바꾼 건 없어요. 그냥 작년에 부족하다고 느낀 점에서 몇 가지 다른 시도도 해보고, 조금씩 변화를 준 게 다예요.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면, 그동안 제 타격 포인트가 너무 뒤에 있던 듯해서 그걸 미세하게 앞으로 당겼어요. 그것 말고는 지금까지 가져온 전반적인 틀은 유지하려고 합니다. (타격 포인트는 스스로 바꿔야겠다고 느낀 거예요?) 원래 체감은 하고 있었는데, 코치님들까지 비슷한 논조로 얘기를 해 주시니까 진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캠프에 다녀와서 피부가 많이 탄 것 같아요. 삼튜브에 공개된 비하인드 영상을 보니까 ‘재현이 이밖에 안 보인다’라는 댓글도 있던데, 가서 선크림은 잘 바른 거예요?
거의 안 발랐어요. 근데 주변에서도 하도 뭐라 하더라고요. 형들도 한마디씩 거드시고, 피부 건강을 생각하면 꼭 발라야 한다고 혼내셨어요. 그래서 아예 안 바르진 않았습니다. 가끔 한 번은 바르는 정도? 최근에 (구)자욱이 형이 선크림 하나를 주셨어요.
그래도 선배가 준 다음에는 자주 바르고 있죠?
그것도 자주 까먹어요. (민망) 대신 곧 여름이 올 테니까, 지금보다는 신경 써서 발라야겠죠.
관리에 무심한 데 비하면 피부가 진짜 깨끗해요.
유전의 영향도 살짝 있지 않나 싶어요. 솔직히 제가 관리를 엄청 철저하게 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어릴 때는 로션도 잘 안 발랐어요. 지금은 잘 챙기지만요. (그러면 겨울에 피부가 땅기지 않아요?) 그게 느껴질 때쯤부터 바르기 시작했어요.
2년 만에 대구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맹활약을 펼쳤잖아요. 본인의 활약상이 영상으로 올라오면 돌려보는 타입이에요?
경기가 끝나면 유튜브로 하이라이트가 올라오잖아요. 올라오는 5경기 영상은 매일 다 봐요. 그러다가 제가 잘한 날은 팬분들이 인스타그램으로 언급해 주시기도 하고, 간혹 제 플레이를 모아놓은 영상도 뜨더라고요. 그럴 땐 그런 것도 따로 한 번씩 보곤 합니다. 댓글도 가끔 보고요.
작년부터 KBO리그의 인기가 급격하게 올랐잖아요. 그라운드에서 느끼는 팬들의 열기는 어땠어요?
확실히 달라졌어요. 물론 그중에서도 삼성 팬분들이 최고고요. 경기 전후로 마주칠 때는 물론이고, 경기 도중에도 팬분들이 저희를 진심으로 응원하신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대구 시내에서 먼저 알아보고 인사하는 분들도 있었나요?
평소에 집 밖으로 잘 안 나가는 스타일이지만, 때때로 밥 먹으러 나가면 알아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대구의 스타가 돼 간다는 마음이겠는데요?) 에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죠. 지금은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행복했던 1년
작년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점점 삼성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고 있는데, 2024년이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일단 재밌는 기억이 많았어요. 중간에 부상으로 공백이 있던 게 아쉬웠지만, 처음으로 가을야구를 가 본 시즌이기도 했고요. 여러모로 행복한 시즌으로 남아 있어요.
올스타전에 나갔을 땐 슈퍼 ‘I(내향형)’의 모습이더라고요. 2003년생 동갑내기 친구도 많았는데 어색했나 봐요?
원래 그런 자리에서 잘 나서지 못하는 타입이에요. 재미는 있었는데, 섣불리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힘들었어요. (나중에 다시 올스타전에 갈 기회가 있다면 어떡할 거예요?) 사실 선택권이 있는 문제가 아니죠. 팬분들이 뽑아주시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을 뿐이지, 그 현장은 정말 재밌었어요. 만약 저한테 퍼포먼스를 하라고 미션을 주면 열심히 하겠지만, 딱 그 정도?
주전으로 포스트 시즌에 출전해서 팀의 준우승 현장에 함께했어요. 긴장과 설렘 중에 어떤 감정이 더 컸어요?
둘 다 만만치 않았는데, 제가 정규 시즌 때도 계속 긴장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평소랑 다르지 않았어요. 근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이후로는 계속 타이밍이 안 맞아서 심리적인 압박감이 있었어요. 정규 시즌은 오늘 경기가 끝나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포스트 시즌은 그렇지 않잖아요.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호수비도 보여주면서 수비에서는 안정감을 이어갔어요. 수비에서 퍼포먼스가 괜찮으면 타석에서 긴장이 풀리거나 하진 않아요?
딱히 그렇진 않아요. 호수비를 했더라도 수비가 끝나면 다시 잊거든요. 타석이랑 수비에서의 결과는 따로따로 봐야 하더라고요.
간단한 밸런스게임을 하나 해 볼게요. 안타나 홈런으로 경기를 끝내는 것과 호수비로 경기를 끝내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더 짜릿해요?
돌이켜 봤을 때 강렬하게 기억되는 건 끝내기 안타나 홈런이죠. 근데 유격수라면 수비가 더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타자로서 득점 기회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비에서 안정감을 주는 게 더 중요한 덕목이라고 봐요.
#현♥웅
팀 동료 김영웅과는 워낙 돈독한 사이로 유명하죠. 이제 경산 숙소 생활이 끝났을 텐데, 사는 곳은 서로 가까워요?
꽤 멀어요. 그래도 뭐… 야구장에서 맨날 보니까요! (야구가 없는 날에도 보고 싶을 수 있잖아요.) 그땐 저도 혼자 쉬어야죠. (웃음) 오래 보려면 가끔 그런 날도 있어야 합니다.
쉬는 날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요? 아까 밖에 잘 안 나간다고 했잖아요.
그 말 그대로예요. 완전 집에만 있어요. 혼자서 게임을 할 때도 있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요.
작년에 김영웅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배달 음식을 먹을 때 의견 반영을 해 주는 듯하면서도 꼭 자기가 먹고 싶은 건 안 시켜준다’라고 했어요. 반박을 해 보자면요?
걔가 선택하면 꼭 맛이 없어요. (웃음) 영웅이가 괜찮은 식당을 잘 못 고르더라고요. 전 식당 후기나 사진을 잘 보고 시키는데, 걔는 막 고르거든요. 충격적으로 느껴질 정도까지는 아닌데, 보통은 제가 고른 게 더 맛있어요.
최근 자주 먹는 음식이 있나요?
요즘 한식이 그렇게 맛있어요. 한정식 같은 거요. 제가 어릴 땐 생선도 잘 안 먹었거든요? 근데 한번은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생선이 제 체질에 잘 맞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몸을 위해서 생선도 챙겨 먹으려고 하다 보니 이젠 괜찮아졌어요. (날생선도 잘 먹는 수준인가요?) 아직 거기까지 섭렵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확실히 예전보다는 잘 먹지 않나 싶습니다.
이번 시즌에도 원정 룸메이트는 김영웅인가요?
아직 안 정했습니다. 누구랑 지내게 될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이랑 쓰고 싶어요?) 꼭 그런 건 아닌데, 딱 정해 놓기보다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영웅이랑 쓰면 쓰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죠.
누구랑 있더라도 호불호가 안 갈리고 잘 지내는 타입인가 보네요?
사실 1인실을 쓰고 싶어요. (웃음) 근데 아마 28살부터 1인실을 쓸 수 있을 거라… 아직 5년이나 남았네요. 신인 때도 1인실을 쓸 수 있었는데 갑자기 바뀌어서 지금은 룸메이트랑 함께 지내야 하거든요. (다시 1인실을 쓰게 해 달라고 건의해 보는 건 어때요?) 어유, 그럼 혼나지 않을까요?
방 털기 영상에서 류지혁 선배가 ‘방을 왜 이렇게 더럽게 쓰냐?’라고 했는데, 실제 집도 그래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죠! 솔직히 지혁 선배님이 오셨을 때도 (심)재훈이 쪽이 더러웠던 거지, 제가 쓰는 곳은 그렇게 안 더러웠어요. 제가 막 각을 잡고 정리해 두지는 않더라도 어지럽히는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그래도 어느 정도 펼쳐 놓기는 하죠?) 그렇긴 하지만, 집은 깨끗합니다!
집에 어떤 게 있는지 소개해 줄 수 있어요?
기본적으로 데스크톱에, TV랑 책상도 있어요. 세탁기는 있는데 건조기는 없습니다. 식기류는 다 있긴 한데 귀찮아서 잘 안 쓰게 돼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때도 배달 음식을 먹을 때가 있습니다. 나가서 먹기도 하고요. 직접 요리를 해서 먹는 타입은 아니에요. (해 먹을 계획은 있나요?) 실제로 가끔 해 봐요. 유튜브의 도움을 받으면서 된장찌개 같은 것도 만들어 봤어요.
유튜브에서 요리하는 영상을 보면 맛있어 보여서 괜히 직접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잖아요.
그게 귀찮다는 게 문제죠. 재료도 준비해야 하고, 다 먹고 나면 또 치워야 하고… 게다가 보통은 야구장에 나와서 밥을 먹다 보니까 집에서 끼니를 해결할 일이 잘 없기도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더 안 하게 돼요.
#이 남자와 친해지는 법
후배 심재훈이 인터뷰에서 ‘이재현 선배와 함께 키스톤 콤비로 서는 걸 상상했다’라고 밝혔어요. 캠프 때 룸메이트기도 했는데, 옆에서 지낼 땐 어땠어요?
실제로 봤을 땐 그게 안 느껴지던데요? (장난) 그렇게 하루이틀 얘기하다가 말 것 같아요. (방에서는 주로 무슨 얘기를 나눠요?) 대개 일상 얘기죠. 캠프에서 뭐 먹을지 고민도 하고, 밥 먹을 때가 되면 나가자고도 얘기하고요. 그리고 재훈이가 되게 웃긴 캐릭터예요. 갑자기 혼자 막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 저한테 투정도 자주 부려요. (선배의 관심이 고파서 그런 거 아닐까요?) 제가 보기엔 원래 그런 애가 아닐까 싶어요.
선배로서 야구 관련 조언을 해 주진 않나요?
야구에 관해서는 원래 깊게 대화하진 않는 편이에요. 먼저 물어보면 답하긴 하지만, 평소에는 최대한 야구 외적인 얘기에 집중해요.
선수단 상견례 자리에서 심재훈이 본인 이름 뒤에 ‘선배님’ 호칭을 빼먹는 말실수를 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이 일을 언급한 적도 있어요?
그럴 생각조차 안 해봤어요. 사실 놀려도 재훈이는 아무 타격도 없을 느낌이거든요.
이재현이랑 친해지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나요?
자주 보는 게 중요해요. 뚜렷한 기준은 없지만, 밥도 먹고 게임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어요. 가끔 가볍게 야구 얘기도 하고요.
‘서울고 03즈’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당초에 조세진(롯데 자이언츠), 이병헌(두산 베어스)과 함께 1군 무대에 올랐고, 최근엔 문정빈(LG 트윈스)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잖아요. 요즘도 친구들과 자주 만나나요?
연락은 종종 하고, 원정 경기에 갔을 때 상황이 맞으면 보긴 합니다. 특히 세진이랑은 이번에 한 번 만났어요. 세진이가 부산에 살다 보니 다른 애들보다는 가까이 있는 편이라, 이번에 제가 사는 집으로 놀러 왔거든요.
이병헌이랑 조세진은 범상치 않은 캐릭터로 보이는데, 고등학교 시절에도 비슷했나요?
별로 안 달랐어요. 병헌이는 그때나 지금이나 웃긴 스타일이고, 세진이는 가면을 잘 쓰는 스타일이에요. 평소에 살짝 어두워 보일 때도 있고 기운이 없을 때도 있는데, 그게 진짜가 아니라 콘셉트이지 않나 싶어요. 실제로는 내면에 흥을 숨기고 있는 친구거든요.
문득 웃음이 필요한 순간이 온다면, 둘 중에 어떤 친구가 떠올라요?
(한참 고민) 영웅이…? 영웅이가 제일 재밌어요. (김영웅은 선택지에 없는데요…?) 병헌이랑 세진이는 지금 제 옆에 없잖아요. 그래서 당장 절 웃겨줄 수 있는 영웅이를 고르겠습니다.
팀의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길 기대하는 팬이 많아요. 이재현에게 삼성 라이온즈란?
지금 시점에서는 왠지 한 단어로 정리하기가 힘드네요. 이건 연차가 더 늘어야 답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간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계속 고민해 볼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 남기면서 인터뷰를 마칠게요.
입단했을 때부터 항상 아껴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또 사랑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작년엔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여 드렸지만, 이번 겨울에 잘 준비했으니 더 나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팬분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 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현장에서 만난 이재현은 실로 잔잔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혹자는 그가 심히 과묵한 스타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간혹 에디터의 질문에 수 초의 고민을 거듭하기도 한 그의 답변에는 수줍음, 진중함 등이 묻어나곤 했다. 그러나 때로는 순도 높은 엉뚱함과 익살스러움까지 느껴지는 걸 보니, 이재현은 단순히 잔잔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었다. 겉으로 튀지 않을 뿐, 그 안은 다른 사람 못지않게 복잡하고 재치가 넘쳐 보였다.
그가 보여 줄 야구도 마찬가지다. 강렬하거나 화려한 플레이보다도 자신의 역할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걸 우선으로 여기고, 심리적인 압박을 느끼면서도 오히려 동료를 다독이는 이재현의 모습은 그의 1군 경력이 올해로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게 한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순수한 야구 소년의 면모를 간직한 그는, 특유의 에너지로 그라운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과연 매 순간 사뭇 매력을 뿜어내는 이 어린 유격수의 다음 단계는 어떤 모습일까. 분명한 건, 이재현은 지켜보는 사람을 설레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거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9호 (5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DUGOUTMAGAZINE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dugout_mz
유튜브 www.youtube.com/@DUGOUTMZ
네이버TV tv.naver.com/dugoutmz
<더그아웃 매거진>은 대단한미디어가
제작,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포스트 내 모든 콘텐츠의 저작권은
대단한미디어와 표기된 각 출처에 있습니다.
잡지 기사 전문을 무단 전재, 복사, 배포하는 행위를 금하며,
적발 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