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자’ 고용보장 일수 단축 필요

양석훈 기자 2024. 9. 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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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기간 최소 75% ‘의무사항’
제도도입 2015년에 만든 규정
최저임금 오름세에 농가 ‘한계’
날씨 영향 큰 농업 현실과 괴리
다른 농장 불법파견 부작용도
외국보다 높아…“기준 손질을”
이미지투데이

고임금 구조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일손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종·숙련도에 따른 최저임금 차등화 논의가 더딘 상황에서 농가의 최소 고용 보장 일수를 단축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는 농가가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의 최소 75% 고용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는 제도가 도입된 2015년 계절근로자의 이탈 방지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기준이다.

지난달초 고용노동부는 내년 최저임금을 시급 기준 1만30원(월급 기준 209만6270원)으로 결정해 고시했다. 올해(9860원)보다 1.7% 오른 액수다.

최저임금이 1만원까지 오르면서 최저임금 이상을 주고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농가의 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지침에 따르면 농가는 계절근로자의 월 실제 근로시간에 최저임금 이상의 시간급을 곱해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1일 8시간을 기본으로 한다.

문제는 농가가 계절근로자 체류 기간의 최소 75%는 고용을 보장하도록 한 규정이다. 5개월 체류가 가능한 계절근로자(E-8 비자)에겐 113일(월 22.6일) 이상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월 181시간, 주 41.5시간은 일을 시켜야 하는 조건이다.

여기에 올해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계절근로자 한명당 약 178만5000원(181시간X9860원)을 지급해야 하는 셈인데, 실제 농가들은 210만원(209시간 기준) 이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농업분야에선 주휴 개념이 없지만, 계절근로자 이탈 방지 등을 위해 제도를 도입한 초반에 표준계약서상 의무사항으로 주당 8시간의 주휴가 포함된 후 지금까지도 대부분 농가가 주휴수당 성격의 추가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장에선 농업 채산성 악화로 농가가 최저임금 오름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 고용 보장 일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계절근로자 제도가 도입된 2015년은 최저임금이 5580원이었고 계절근로자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도 최장 3개월에 그쳐 계절근로자가 입국 제반 비용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고용 일수를 보장해야 했다. 하지만 이후 최저임금은 76%가량 올랐고 체류 기간도 최장 8개월까지 늘어났다.

75% 기준은 날씨에 영향을 크게 받는 농업의 특성과도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전남 장흥에서 고추·마늘 등을 재배하는 한 농가는 “7∼8월 장마철엔 최소 기준을 지키지 못하는 농가가 부지기수”라며 “최소 기준은 낮추되 그보다 많이 일한 날은 돈을 더 줄 수 있게 유연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농업 현장에선 최소 기준만큼 일을 시키기 위해 다른 농가에 계절근로자를 불법 파견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한 전문가는 “농가가 월급에 반영된 최소 고용 일수를 채우려다보니 무더위나 폭우 등 기상이 나쁜 날도 일을 시켜야 하고, 이는 안전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체류 기간에 따라 3개월은 현재 기준을 유지하되 5개월은 70%, 8개월은 65% 등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75% 기준은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는 해외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호주는 주 30시간의 고용을 보장하도록 한다.

이 기준이 조정되면 공공형 계절근로제를 운용하며 적자를 보는 일선 농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 역시 체류 기간의 75%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계약하고, 기상문제로 그만큼 일을 못 시켜도 월급은 정액 지급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비가 많이 내린 올 7월엔 가동률이 40%에 그친 농협도 있고 70%에 못 미친 곳도 상당수였다. 구정운 전북 김제 공덕농협 상무는 “노지 위주의 지역에선 75% 기준을 맞추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최소 기준을 조정하면 농협의 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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