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이태원 피해자 '마약 부검' 책임 회피… 유족 분노

김민주 기자 2026. 3. 12. 18:5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경찰청장 '2차가해' 부인…유가족"진실 말하라" 

윤희근 "당시 마약이 큰 문제라 수사" 연관성 부인

'마약 부검' 경위에 대해선 "기자가 물어봐서"

"대통령실 이전 후 인력 분산·피로 누적" 시인

김광호 증인 선서 거부…특조위 고발 검토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윤희근 전 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1차 청문회(1차 청문회)에서 이태원 참사 직후 희생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마약 부검' 경위가 집중 추궁됐다.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측은 정부의 마약 단속이 현장 대응 공백을 만들고 희생자에게 부정적인 낙인을 찍게 했다며 책임을 물었지만, 윤희근 전 경찰청장 등 책임자들은 연관성을 부인했다. 유가족들은 거세게 항의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차 청문회에서는 참사 당일 마약수사를 위해 이태원에 배치된 약 50명의 특별형사 활동 내용과 배경에 대한 추궁이 이뤄졌다. 앞서 경찰과 검찰은 참사 이후 SNS를 통해 마약 관련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희생자 부검 의사를 물어 파문이 일었다.

김문영 특조위원은 윤희근 전 경찰청장에게 "증인(윤희근)과 정부(윤석열 정부)가 동시에 추진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경찰들이 마약 단속에 집중해 인파 관리 공백이 생겼고 참사 피해자들에게 가혹한 사회적 낙인까지 찍혔다"면서 "(이런 상황을)초래한 당사자인데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생각은 없냐"고 물었다.

윤 전 경찰청장은 "사과를 하라고 하면 얼마든지 한다"면서도 "그런데 7월에 경찰청장으로 내정됐고 8월에 임명됐다. 당시 사회적으로 마약이 가장 큰 문제라서 한 것뿐이다. 연관 짓는 것은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했고, 유가족들은 이에 반발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최을천 전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마약 부검'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2022년 10월 30일 새벽에 여자 기자가 전화로 '마약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물었다"면서 "그래서 당시 강력팀과 과학수사팀한테 지시해서 피해자 유류품을 전부 수거했다"고 진술했다.

박규철 강력계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서 "현장에 있었던 (유류품) 수거하라고 해서 했지만, 기자의 질문 때문이라고 듣진 못했다"고 답했다.

최 전 형사과장은 마약 부검으로 희생자들을 2차 가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지만, 유가족들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참고인으로 나온 서울 과학수사단 박해진 법의관은 '마약 부검'을 한 이유에 대해 "당시 SNS를 통해서 피해자들이 마약을 했다는 의혹이 퍼지고 있었다"면서 "부검을 마치고 (이태원 참사) 사건이 종결된 다음에도 망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 당시 망인의 부친께서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 이걸 국가에서 조사해서 알려달라. 나는 아들의 시체검안서를 장례식장 직원을 통해 받았다"며 "이런 문제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이전, 직원 피로 누적돼 대응 능력 저하"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유가족들이 손팻말을 들고 증언을 듣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실 이전으로 용산 일대 경비 수요가 증가해 이태원 일대 혼잡 관리에 필요한 경찰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정문자 특조위원이 "대통령실을 우선한 경비 인력 배치로 핼러윈 현장에 보낼 인력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은 "대비 과정에서도 (인력이) 많이 분산됐고, 용산지구대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대응 능력도 저하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위원은 용산경찰서 부서별 초과근무 시간이 대통령실 이전 전 3개월 평균 63.5시간에서 이전한 뒤 89.4시간으로 늘었다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상급 지휘부의 대응을 따져 묻기도 했다.

윤 전 청장은 "예상도 했고 결과도 보고받았다"며 "경찰서 간 인력 조정을 통해 용산서에 증원이 이뤄졌다"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인 숫자까진 기억하지 못하지만 충분하다고 느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인력 증원이 부족했음을 시인했다.

양성우 특조위원은 "대통령실 이전으로 인력 부족이 발생했다면 서울경찰청이나 경찰청 차원의 경비기동대 지원이 가능했어야 한다"며 "참사 당일 기동대 미배치가 경비 공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전 서장은 "최종 대책회의 때도 기동대 요청은 안 된다고 하길래 다시 한번 요청하라고 명확하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선서를 거부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2026.3.12. 연합뉴스

한편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진술거부권 행사 통지서를 서면으로 제출한 것도 사유로 들었다.

송기춘 특조위원장이 재차 이유를 묻자 김 전 청장은 "서류를 제출했다" "제 권리를 행사하겠다.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김 전 천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하자 유가족들의 항의가 터져 나왔다. 일부 유가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왜 선서를 안 하냐" "고발하라"고 소리치며 반발했다.

특조위는 김 전 청장에 대해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따른 고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해당 법에 따르면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청문회에서 선서나 증언을 하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2차 청문회는 오는 13일 진행될 예정이다.

minju@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