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3대장 없이도 '1조' 매출 도전…신명품이 뜬다

정인지 기자, 김은령 기자 2022. 11.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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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신명품시대(上)

[편집자주]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신명품이 뜨면서 수입 의류 시장이 사상 최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의류 수요가 폭발했고 가성비보다는 가심비에 무게들 두는 젊은 세대의 소비 성향이 맞물렸다. 바야흐로 신명품 시대다.

'여우·밥풀 스티치'에 MZ 열광…신명품 뜨자 해외브랜드 모시기
(서울=뉴스1) = 삼성전자가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와 협업한 '갤럭시 Z플립4' 스페셜 에디션을 9일 공개했다. 내부 디자인을 외부로 노출시킨 듯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데코르티크(Decortique)' 기법에서 영감을 얻어, 제품의 실제와 동일한 형태의 내부 회로 형상이 후면 디자인에 적용됐다. 오는 12월 1일부터 한국, 프랑스 등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판매를 시작하며, 한국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제공) 2022.1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명품 or nothing". 경기가 침체 양상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명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플립4, 라네즈 네오쿠션, 현대카드, 헬리녹스 등의 공통점은 신명품 메종키츠네, 메종마르지엘라, 톰브라운 등과 협업 제품을 냈다는 것이다. 젊은 감성과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결합이다. '꾸꾸(꾸미고 꾸민)' 스타일을 추구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KPMG 경제연구원이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명품'은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탄생했다. 초고가의 기존 명품을 살 여력은 없지만 평범해지고 싶지는 않은 2030세대가 100만원 이하의 제품에서 만족감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보복심리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개인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에 영향을 받는 '소비 네트워크 효과'가 겹치면서 브랜드 양극화는 사회적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추세는 수입 의류에서 두드러진다. 의류 수입액은 사상 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의류 수입액은 10월 말까지 누적 107억달러다. 달러 강세에도 지난해 연간 수입액(108억달러)에 근접했다. 의류 수입액은 2018년 100억달러를 처음 돌파한 뒤 코로나19 여파에 2020년 93억달러로 움츠러들었다가 지난해 다시 100억달러를 재돌파했다. 110억 달러 신기록도 멀지 않았다. 2012년 수입액이 61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약 2배가 늘어난 셈이다.

신명품을 수입하는 패션사의 실적도 개선됐다. 신명품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온 삼성물산 패션부문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4600억원, 영업이익은 1330억원이었다. 4분기는 성수기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5년 합병 이후 처음으로 매출 2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영업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수준(1010억원)을 넘어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이 1조1230억원, 영업이익은 960억원이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20억원)을 뛰어넘었다.

실적은 수입 의류가 이끌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톰브라운 등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아크네 스튜디오 등을 수입 판매하고 있다. 통상 신명품이 사업구조상 자체 브랜드 대비 이익률이 낮지만 수요가 폭증하면서 신상품의 정상가 판매율이 높아져 영업이익도 그만큼 늘어났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신명품을 공식 유통하면 패션기업의 위상이 올라가 자체 브랜드까지 수혜를 받는 효과가 있다"며 "어느 백화점에 입점할 지, 백화점 내 매장 위치, 판매 단가 등을 조율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통사들은 병행수입을 통해서라도 인기 브랜드를 유치한다.

패션 시장에서 신명품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브랜드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던 기업들도 해외 브랜드를 적극 끌어 들인다. 한섬은 올해 스웨덴 브랜드 아워레가시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성사했고 내년 상반기엔 수입의류 편집숍 브랜드 '톰그레이하운드'의 남성 전문 매장을 출시한다. 병행수입 시장도 커진다. 롯데쇼핑의 e커머스 사업부 롯데온, 신세계그룹 e커머스 플랫폼 SSG닷컴 등 온라인상은 물론이고, 면세점, 대형마트, 중소형 패션기업들까지 병행수입을 통해 상품군을 늘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신명품의 주요 소비층인 MZ세대는 풍요로운 시대에 태어나고 자라 돈을 버는 데도, 쓰는 데도 관심이 많다"며 "대내외 경제 불안 속에서도 나에게 만족감을 주는 소비는 줄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3대장 없이도 실적 껑충…'신명품 성지' 전략 통했다


국내 백화점 3사는 지난해 더현대서울(현대백화점), 대전신세계(신세계), 동탄 롯데백화점 등의 신규 점포를 낼 때 신(新) 명품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당시 르메르, 메종마르지엘라, 메종키츠네 등을 들여놓으며 '신명품' 브랜드 성지로 입지를 다졌다. 대전신세계 역시 톰포드, 메종마르지엘라, 르메르, 아미, 메종키츠네 등 지역 내 유일한 단독 매장들을 오픈했다. 동탄 롯데백화점도 로에베, 골든구스, 메종 마르지엘라, 등 30여개 신명품 브랜드로 럭셔리관을 채웠다.

'신규 점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 없이 문을 열어 쉽게 자리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MZ(밀레니얼Z)세대가 열광하는 신명품 브랜드에 집중한 게 오히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공으로 이어졌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함께 신명품 브랜드는 이들 백화점을 MZ세대 놀이터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더현대서울은 오픈 첫해 800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올해 1조원 백화점 도약을 꿈꾸고 있다. 대전 신세계도 개점 1년반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기세다.

신규 점포 뿐 아니라 백화점 업계는 신명품을 중심으로 한 패션 부문의 판매 호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백화점 3사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개선됐는데, 패션 부문의 기여가 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6096억 원, 영업이익은 50.5% 늘어난 1094억 원을 거뒀다.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 1089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고, 현대백화점은 965억 원으로 64.6% 늘었다. 영업이익은 대부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각 백화점들이 고급화 전략을 펼치면서 명품과 패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신명품을 중심으로 한 패션에 집중하는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현재 백화점 3사 수장들은 그룹 패션 계열사에 몸을 담으며 해외 브랜드 도입 경험이 있는 브랜드 전문가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말 부터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정준호 백화점 대표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사해 신세계인터내셔날 해외패션본부 본부장, 조선호텔 면세사업부 사업 담당, 신세계 이마트 부츠 사업 담당을 거치며 2019년부터 롯데지에프알 대표를 지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며 몽클레어, 어그, 메종마르지엘라 등 30여개가 넘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왔다. 손영식 신세계 대표는 2012년부터 상품본부장 부사장보, 2014년 패션본부장 부사장보 등을 거쳐 신세계 디에프 대표를 맡으며 명품 브랜드 등을 유치한 경험이 있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도 목동점장과 백화점 매입본부장을 거쳐 7년간 한섬 대표를 지낸 패션 전문가다.

당분간 백화점 업계의 신명품 러브콜은 지속될 전망이다. 백화점 업계가 리뉴얼 전략을 강화하면서 신명품 브랜드를 늘리는 추세가 계속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섬이 도입하는 아워레거시 현대백화점 첫 매장을 연데 이어 갤러리아 명품관 입점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은 재단장을 하며 신명품 브랜드 매장을 남성, 여성으로 분리했다. 리뉴얼에 들어간 롯데백화점 본점은 해외명품 비중을 30%에서 40%로 늘렸다. 강남점 역시 해외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킬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 국내 브랜드가 사라진 자리를 신명품, 컨템포로리가 차지하고 있다"며 "롯데 강남점만 봐도 국내 브랜드는 다 빠지고 수입을 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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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지 기자 injee@mt.co.kr,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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