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손해" 복지부동 일상화 … 야근수당 빼먹는 얌체족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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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버텨오던 공직사회 기강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 것은 '과도한 입법 권력에 따른 패배의식'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성과보상 체계' 두 가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비대해진 입법권에 더해 여소야대 국면까지 겹치면서 공직사회에는 '뭘 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이 각각 2221명과 1493명이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2020년 현재 공직체계가 갖춰진 후 최대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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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직무 만족도 매년 하락
입법권력 커지며 행정부 위축
국회 불려다니며 굴욕감 커져
쥐꼬리 월급에 민간이직 급증
10명 중 6명 "처우 부적정"
정권 바뀌면 감사·수사 불똥
문책 당할라 업무기피 만연
◆ 빅테크 규제 ◆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소명의식으로 버텨오던 공직사회 기강이 급속도로 무너져 내린 것은 '과도한 입법 권력에 따른 패배의식'과 '상대적으로 취약한 성과보상 체계' 두 가지가 원인으로 꼽힌다.
"입법 권력이 커지면서 행정부가 지나치게 위축됐어요. 말 한 마디 할 기회가 안 돌아오는데 국회에 보고하러 갈 때마다 고위 관료들이 총출동해 병풍처럼 앉아만 있어야 하잖아요. 업무 손실도 크지만 자괴감이 정말 많이 듭니다."(중앙부처 실장급 관료 A씨)
비대해진 입법권에 더해 여소야대 국면까지 겹치면서 공직사회에는 '뭘 해도 어차피 안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과장 B씨는 "예전에는 국가의 중요한 일에 기여한다는 긍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하는 일이 작아진 느낌"이라고 밝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실시한 공직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직자의 직무 만족도는 2018년 3.6점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해 지난해 3.38점으로 내려앉았다. 공공봉사 동기(3.21점), 공직 가치 인식(3.62점) 역시 동반 하락했다.
'일을 열심히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당시 정책 기조에 따라 업무를 추진했던 공무원이 오히려 감사·수사 대상이 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복지부동'이 일상화됐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에너지 정책이나 부동산 정책이 정쟁화되면서 '불똥'이 업무를 수행한 공무원한테 튀는 경우가 늘었다"며 "적극적으로 일했다가는 나중에 오히려 문책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강이 해이해지면서 징계받는 공무원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이 각각 2221명과 1493명이나 징계 처분을 받은 것은 2020년 현재 공직체계가 갖춰진 후 최대 규모다. 파면된 공무원은 2021년 66명에서 지난해 109명으로 43명(65.2%), 해임 처분을 받은 공무원도 같은 기간 232명에서 254명으로 22명(9.5%) 증가했다.
그나마 공직에 충실하던 인재들은 보상이 열악해 속속 민간기업으로 이탈하고 있다. 산업정책 최전선에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2021~2023년 공직자 32명이 민간기업으로 이동했다. 올 들어서도 9명이 현대차를 비롯한 민간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정부 관계자는 "보수나 처우에 불만을 느껴 기업으로 이직하는 흐름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수습기간을 거치고 있는 사무관 C씨는 "많은 청년들이 공직을 떠나는 현실이 씁쓸하다"며 "관료사회가 젊은 인재들을 품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관료들은 업무 성과에 대한 보상이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한국인사행정학회가 관료 68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공무원 보수가 업무 성과에 비춰봤을 때 적정하지 않다'는 응답이 54.7%로 절반을 넘었다. 보수가 적정하다는 반응은 20.7%에 그쳤다. 특히 민간기업 등 다른 직장과 비교했을 때 처우가 적정하지 않다는 답변이 60.6%에 달했다. 경제부처 사무관 D씨는 "연차나 친분에 따라 업무평가 상위등급을 몰아주는 행태가 있다"면서 "일을 많이 했고 성과를 낸 것으로 인정받는 후배 직원은 '이번에만 희생해달라'며 낮은 평가를 받는 일을 겪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개인 용무를 본 뒤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꾸며 야근수당을 타는 '모럴 해저드'가 급증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사무관 중 74%가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고도 초과근무를 한 것으로 보고해 수당을 챙겼다. 부정 수령은 2365차례 이상 벌어졌다.
[김정환 기자 / 이진한 기자 / 이윤식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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