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드라이버의 표준, 460cc가 맞을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USGA의 제한까지 맞춰 만들어진 460cc 드라이버가 모든 골퍼들에게 맞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드라이버 헤드의 크기와 샤프트 길이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일반 골퍼들은 보통 드라이버 선택 시에 브랜드와 모델은 미리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에 의한 영향이든, 입소문에 의한 것이든 말이죠. 다만, 이 결정 과정에서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찾으려는 노력이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 않은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드라이버는 하나의 '스펙'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헤드 사이즈는 460 cc가 최대라고 하는 사실은 많이 알고 계신 것 같고, 실제 각 브랜드에서 판매되는 모델 역시도 460cc가 많긴 하죠. 게다가 드라이버의 샤프트 길이는 몇 년 전까지는 45인치가 대세였다가, 이제는 45.5 인치가 주력이 된 듯합니다.

적어도 골퍼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드라이버'의 모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것이죠.

약간 조잡한 느낌의 그림이지만, 골프 규칙 책자에 명기되어 있는 헤드의 체적을 재는 방식입니다. <출처: USGA Equipment Rules>

샤프트, 45인치보다 길어지는 게 유리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있는 듯합니다. 이미 몇 번의 칼럼을 통해서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요약하면, 도움은 되지만 반드시 유리한 것은 아니다 라는 것입니다.

긴 샤프트를 쓰게 될 경우, 스윙 아크가 커지는 효과가 있으니, 당연히 클럽의 스피드는 빨라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래서 적어도 확률적으로는 더 멀리 칠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 투어에서는 드라이버의 길이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고, 그 최대치가 48인치에서 46인치로 축소되었습니다.

긴 샤프트가 반드시 유리하다면 투어에서도 선수들이 긴 드라이버를 쓰겠지만, 실제로는 평균 길이가 45인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정확성과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적절한' 길이의 샤프트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죠.

클럽 헤드의 모양에 예민해지자 - 크기(Volume)가 아닌 헤드의 형태(Shape)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드라이버의 볼륨 즉 부피는 최대 460cc를 넘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500cc 정도 되는 드라이버가 판매된 적도 있지만, 이는 모두 비공인 클럽으로 분류됩니다. 최근 대부분의 드라이버, 특히 제품명에 'MAX'가 붙은 제품들은 460cc 헤드를 가진 드라이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적으로 460cc 드라이버는 'Shallow Face'라고 해서 어드레스시 보기에 좀 더 넓적하고 헤드의 크기가 커 보입니다. 이로 인해서 심리적인 안정을 가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는 너무 큰 사이즈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하죠.

두 개의 드라이버는 전혀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Shallow 그리고 Deep face를 가진 드라이버입니다. [출처:thehackersparadise.com]

그에 비해서 Deep Face 형태라고 알려진 드라이버는, 450cc 내외의 헤드 사이즈를 갖는 경우가 많고, 어드레스시 헤드 상단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브랜드가 드라이버 제품군을 출시할 때에도 보통은 Shallow 페이스와 Deep 페이스 이렇게 두 가지 형태를 동시에 출시하게 됩니다.

이렇게 두 가지 형태의 클럽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바로 골퍼들이 해당 클럽에서 얻고자 하는 퍼포먼스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Shallow 페이스는 관용성이 좋아서 좀 더 쉽다는 인식이, Deep 페이스는 스핀이 좀 낮고 페이드나 드로우를 만드는 '조작성(Workability)'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거의 모든 클럽 선택이 그러하듯이, 이러한 퍼포먼스 요소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있는데, 바로 골퍼가 느끼는 '심리적' 편안함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Shallow 페이스가 조금은 부담스럽다는 느낌인데요. 클럽이 넓적하다 보니 편하게 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실제로 어드레스를 해보면 그 크기와 모양이 부담스럽게 느ㅈ껴집니다.

결국 저는 '조작성'이라는 퍼포먼스의 관점이 아니라, 제가 내려다볼 때 느껴지는 '모양'이 더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해서 Deep 페이스 드라이버를 사용 중이고 실제로 이렇게 '모양'에서 기인한 선호도가 클럽 선택에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만의 스윙과 개성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허인회 선수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허인회 선수의 미니 드라이버 선택

최근 국내 대회에서는 연장 승부가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재미있지만,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그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대단하겠죠.

2주 전 열린 KPGA 대회에서는 허인회 선수가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사용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340CC의 부피를 가진 미니 드라이버였습니다.

조금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결국 허인회 선수에게는 해피엔딩을 선사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골프를 치면서 가지고 있던 선입견, 특히 드라이버는 460cc 사이즈에 가까워야 하고, 드라이버라는 명칭이 붙은 클럽은 티를 꼽고 쳐야 한다는 인식을 보기 좋게 깨 주었습니다.

성공확률이 조금은 낮을지도 모르지만, 일반 골퍼들도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를 한번 쳐보거나, 그린 주변에서의 치핑 시에 웨지가 아닌 다른 클럽을 사용해 보는 창의성을 발휘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클럽의 '스펙'에 너무 예민한 장비병도 문제이지만, 가끔은 자신에게 맞는 클럽을 고를 때 조금은 민감하게, 그리고 그 사용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은 골프에 있어 또 하나의 재미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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