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집 사라진다고? 편의점 김밥은 날아올랐다
김밥집은 2022년 감소 전환
품질개선·가성비 유지가 관건
'김천' 줄고 '편김' 늘고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만1726개던 김밥집 수는 지난 2021년 4만8898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4만6639개로 역성장했다. 1년 새 4.6%가 줄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식 시장 붕괴 영향이라고 보기엔 다른 외식업 가맹점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김밥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비만의 주 원인으로 지방이 아닌 탄수화물을 지목하면서 쌀밥 비중이 높은 김밥을 기피하는 젊은 층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밥 대신 계란 지단으로 속을 채운 '키토김밥'이 인기를 끈 것도 이런 '탄수화물 기피설'을 지지하는 근거였다.
김밥 외 한 끼를 간단하게 때울 수 있는 음식이 늘어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빵집이 대표적이다. 국내 제과점업 사업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2600여명으로 2020년 대비 30% 넘게 증가했다. 끼니를 빵으로 대신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성심당 같은 대표 빵집은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밥을 찾는 사람이 줄어들었다는 건 왜곡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김밥을 소비하는 장소가 옮겨갔을 뿐 전체 수요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게 편의점 김밥이다. GS25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김밥류(줄김밥+삼각김밥) 매출은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지난해와 2022년엔 각각 37.6%, 40.7% 고성장을 이뤘다.
GS25뿐만이 아니다. CU도 2022년 18.2%, 2023년 28.6%, 올해 9월까지 23.3% 등 꾸준히 20%대 성장세를 이어갔다. 전국의 편의점 수가 6만여개에 달한다는 점, 편의점 신선식품의 최대 카테고리 중 하나가 삼각김밥임을 고려하면 김밥 전문점 못지 않은 시장이다.
싼데, 맛있어
김밥 전문점의 고전 속에서 편의점 김밥이 선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높은 가성비다. 인건비 상승과 원재료 가격 폭등에 김밥 전문점의 김밥 가격은 매년 우상향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야채김밥도 2000~3000원대가 일반적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키토김밥 전문점의 경우 가장 저렴한 기본 키토김밥이 한 줄에 8000원이다. 또다른 분식집에서는 사이드 메뉴에 가까운 꼬마김밥 5개가 4000원이다.
반면 편의점은 여전히 '김밥 천국'이다. CU에서는 기본 야채 김밥인 '뉴근본김밥'을 2500원에 팔고 있고 제육볶음이나 참치마요 등 속이 듬뿍 든 프리미엄 김밥도 대개 3200~3500원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 양이 일반 김밥보다 40% 이상 많은 '배불롱김치제육김밥'도 3900원으로 4000원을 넘지 않는다. GS25 역시 '기본김밥'이 2500원이며 다른 김밥류도 2700~3700원 사이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고 '싼 맛'에만 찾는 것도 아니다. 편의점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대표 먹거리인 김밥의 품질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GS25는 올해 '한끼 혁명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으로 김밥을 선정하고 메인 토핑을 늘리거나 통소시지·통돈카츠 등을 넣은 김밥을 선보였다. 이마트24도 업계 최초로 일본식 김밥 '후토마끼'나 '잡채톳김밥'을 선보이는 등 김밥 전문점 못지 않은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밥이라는 식품의 특성상 이같은 편의점 편중 현상이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밥은 가격 대비 손이 많이 가고 다양한 재료가 필요한 식품이다. 식재료 대량 구매와 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낮추는 편의점 김밥과 거의 모든 작업을 사람이 해야 하는 김밥 전문점이 가성비 경쟁을 펼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밥전문점은 객단가 1만원 이상의 고객을 유치하는 프리미엄 매장으로 특화하고 기존의 '빠르고 저렴하게 한 끼를 때우는' 콘셉트는 편의점 김밥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밥은 재료를 단순화하기 어렵고 대량으로 만들어 놓고 오래 팔기도 어려운 식품"이라며 "대량구매·자동생산 시스템을 구축한 편의점에 최적화된 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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