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경찰 유죄·구청 무죄 판결에 한겨레 "국가 책임 반쪽만 인정"

윤유경 기자 2024. 10. 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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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30일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엇갈린 1심 판결
尹 김건희 특검 거부권 수순…중앙일보 "대통령 내외 전향적 자세 중요"
경향신문 "'쌍특검' 원하는 민심과 싸울 작정 아니면 거부권 행사 말아야"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재판이 열린 지난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유가족이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 판결을 받고 청사를 빠져나간 뒤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엇갈린 법원 판결에 1일 아침신문에선 '국가 책임을 반쪽만 인정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한겨레는 “지자체의 법적 책임을 항소심을 통해 엄정히 가려야 한다”며 “나아가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명백히 규명하고 책임 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배성중)는 지난달 30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송병주 전 용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은 금고 2년, 박인혁 전 112치안종합상황실 상황3팀장은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 등에 대해 경찰의 참사 예견 가능성, 참사 대응에 관한 주의 의무 등이 있었다고 보고 대형 참사의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반면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들은 모든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참사 이전 사전 대책 마련, 참사 당시 유관 기관과의 협조 요청, 실효적 안전 대책 수립 미지시 및 직원들에 대한 지휘 등에 대해 용산구청의 권한에 해당하는 지 충분한 입증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에게 각각 징역 7년을 구형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문들은 재판 결과를 1면으로 다루고 사설에서 박 구청장의 무죄 선고를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참사에 소홀히 대응한 관할 구청장에게 아무런 책임도 물을 수 없다는 선고 결과는 상식과 국민 눈높이에서 납득하기 어렵다”며 “박 구청장에 대해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한 검찰은 법리를 보강해 항소심에서 치열하게 다퉈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 또한 사설에서 “'국가 책임'을 반쪽만 인정한 법원 판단을 수긍하기 힘들다”며 “대규모 참사에도 지자체장은 정치적 책임도, 법적 책임도 모두 피해 가는 형국이다. 이태원 참사의 진상·책임 규명 과정은 '국가의 무책임'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줬다. 대통령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윗선의 법적 책임은 서울경찰청장을 겨우 기소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신문들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 소재 규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지자체의 법적 책임은 항소심을 통해 다시 엄정히 가려야 한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명백히 규명하고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안전한 나라'에 한발이라도 다가갈 수 있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특히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참사 부실 대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참사 당일 용산서 인력 배치는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집회·시위에 집중됐고, 박 구청장의 관심 또한 거기에만 쏠려 있었다”며 “그럼에도 이 문제는 검찰 공소사실은 물론 국회 국정조사에서도 제대로 짚어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반드시 규명해야 할 의혹 중 하나”라고 했다.

尹 김건희 특검 거부권 수순…중앙일보 “대통령 내외 전향적 자세 중요”

정부가 지난달 30일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면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총 24건에 이르게 된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신문들은 거부권 행사가 반복되면서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30일 바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을 두고 “그간 일사천리로 21차례 거부권 카드를 꺼낼 때와 다른 모습”이라며 “명품백, 주가조작, 공천개입으로 김 여사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야당의 법안 처리→윤 대통령의 거부권'이란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커지고 있다”며 “김건희 여사에 대한 부정 여론은 높고, 국정운영 지지율은 최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언제까지 '김건희 특검' 대치 도돌이표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입법 폭주-거부권 행사'라는 의미 없는 정쟁의 도돌이표가 계속될 처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일보는 “정부가 법적, 논리적 설명만으로 국민을 납득시키기에는 때를 놓쳐도 한참 놓쳤다”며 “특검 논란을 자초한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은 사전 예방부터 초기 대응, 검찰 수사,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일이 터졌을 때라도 즉각 자초지종을 공개하고 설명했더라면 이렇게 커질 사안도 아니었다. 외려 침묵으로 일관해 대통령실이 국민을 주권자로 보는 것이기나 한지 불신만 불러일으켰다”며 “검찰 수사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법 앞에 성역은 없다'던 공언과는 달리 김 여사 출장 조사와 수사팀의 검찰총장 패싱 논란, 이어진 무혐의 잠정 결론(8월)은 형평성·공정성을 둘러싼 잡음과 의혹만 증폭시켰다. 대책으로 거론된 제2부속실 가동 역시 감감무소식”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옳으냐, 그르냐의 법리를 떠나 싸늘한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 내외의 진정한 성찰과 전향적 자세다. 그렇지 않고 국정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방도를 찾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대통령의 전향적 대안을 주문했다. 한국일보는 “무엇보다 대통령 본인과 배우자가 관련된 특검법의 잇단 거부에 대한 비판여론을 개의치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떨치기 힘들다”며 “공천 개입 등 김 여사의 새로운 의혹까지 터져 나오는 실정인데 특단의 조치 없이 거부권만 행사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도 계속 방치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4월 총선 이전부터 특검 찬성 여론이 지배적인데, 두 차례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던 공수처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상황이 이쯤 되면 대통령실이 어떤 식으로든 민심을 달랠 전향적 대안이나 수습책을 내놔야 한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여당이 정부 입장을 '무지성 지지'하는 걸로 오해받아선 안 된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야당 법안이 중립성을 침해했다면 여당 안을 내놓고 여론 판단을 받아볼 일이다. 대통령실도 두 사안을 회피하거나 막을수록 국민 반감이 커지고, 국정에도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관련 사설을 내고 “'쌍특검'을 절대적으로 원하는 민심과 싸울 작정이 아니라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며 “법과 상식을 무시하고 정부·여당을 총동원해 권력 치부를 감추려는 행태를 국민들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 모든 것은 국민 이해를 구하려는 최소한의 소명·사과도, 야당과 협의할 생각도 없던 윤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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