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단통법 폐지 속도내는데… 대책은 `오리무중`
알뜰폰 경쟁력 위한 정책 필요
사전승낙제 등 실효성 논란도
여야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폐지 이후 이용자 차별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고, 선택약정 할인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완전자급제, 절충형자급제, 분리공시 등이 대안으로 꼽히는 가운데 제조사, 이통사, 소비자, 유통망 등을 고려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단통법 폐지 후에도 25% 선택약정할인이 현재보다 축소되지 않도록 이용 약관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실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세미나'에서 "단통법 도입 후 이용자 차별이 완화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이용자 차별을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선택약정할인제도는 전기통신사업법 이관 등을 통해 단통법 폐지 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폐지해 자율적인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이용자 편익을 높이는 방안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세미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단통법 폐지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가계통신비에 통신서비스뿐 아니라 단말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비용 등을 포함해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밝혔다. 송 실장은 "단통법 이후 단말기 시장은 애플과 삼성으로 양분되고, 통신서비스 소비 패턴도 변화했다"며 "통신 서비스뿐 아니라 단말, OTT 콘텐츠 등의 비용도 따져보고 지원금 경쟁 촉진과 단말기 출고가 인하의 실효성이 나타나도록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단통법 폐지 시 알뜰폰 경쟁력 약화를 우려했다. 알뜰폰 경쟁력 유지를 위해 공시제도 유지와 요금제 경쟁을 위한 정책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다양한 중저가 단말 확산을 위해 '완전자급제' 시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황 부회장은 "단말 제조와 통신서비스 시장을 분리, 단말기와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외산 단말기를 포함한 다양한 중저가 단말기가 보급되는 길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조사에서는 완전자급제 등을 도입하면 유통망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윤남호 삼성전자 상무는 "완전자급제를 도입하면 소비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고, 유통망 축소도 불가피해 사업 악순환이 우려된다"며 "절충형 완전자급제 또한 판매점이 1만개가 넘는 상황에서 도입 시 폐업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선 판매점에 도입된 '사전승낙제'는 실효성이 없는 만큼 사업법 신설이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사전승낙제는 휴대폰 판매점이 영업을 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의 사전 승낙을 받는 제도다. 불법 보조금, 방문 판매 등 부적절한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소장은 "사전승낙제 도입 후 '폰파라치'나 대리점·판매점 갈라치기 등 많은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황 부회장도 "사전승낙제 유지를 위해 사업자들의 부담만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법으로 신설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제조사·통신사·유통점 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도록 단통법을 폐지하기로 정책방향을 설정했다. 이용자 보호조항은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을 추진한다. 선택약정할인 가입자가 2022년 기준 2500만명에 달한 만큼 근거를 유지하고, 지원금 경쟁이 저해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입장이다. 심주섭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과장은 "단통법 폐지에 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지속 청취하고 국회의 입법활동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생살리기 중점 법안으로 박충권 의원이 대표발의한 단통법 폐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금 관련 규제를 폐지하고, 요금할인 혜택 제공, 이용자 정보 제공,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 등 이용자 후생 증진을 위한 주요 사항을 사업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달 단통법 폐지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 단통법 폐지 후 제조사는 판매점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이통사와 대리점은 통신서비스만 제공하는 '절충형 완전자급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박충권 의원은 "단통법 폐지를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에 여·야의 이견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의원들은 법안 소위를 열고, 단통법 폐지 법안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글·사진=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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